잠시 멈추기로 했다

휴식

by 언타이틀

결정을 내려야 할 선택지는 이미 눈앞에 있다.

안정적인 길도 있고,
완전히 새로운 방향도 있으며,
시간과 에너지를 더 요구하는 선택지도 있다.


그래서 어쩌면
지금 당장 무언가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그럴듯한’ 행동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선택 앞에서
잠시 멈추기로 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겹친
이 2주 정도의 시간 동안,
의도적으로 아무 결론도 내리지 않기로 했다.
미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성급한 결정을 피하기 위해서다.


사실 지금의 나는
결정을 못 하는 상태가 아니다.
오히려
어떤 선택을 해도 될 만큼
충분한 재료를 이미 가지고 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워졌다.


경쟁사에서의 동일한 포지션,
전혀 다른 업계에서의 해외 비즈니스 확장 역할,
그리고 인체공학 전문 컨설턴트로서의 길까지.


각각의 선택지는
지금까지의 나를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데려갈 수 있다.
그래서 이 중 하나를 고르는 일은
단순한 이직이 아니라
앞으로의 삶의 리듬을 고르는 일에 가깝다.


이런 결정은
지금의 감정으로만 내려서는 안 된다고 느꼈다.


그동안 나는
너무 오랫동안
결정을 ‘빠르게’ 내려야 하는 위치에 있었다.
시장의 속도,
조직의 기대,
연말의 숫자 앞에서
멈추지 않는 것이 미덕이던 시간들.


그래서 이번만큼은
멈추는 것도 하나의 선택으로
인정해보기로 했다.


이 2주는
답을 찾기 위한 시간이 아니다.
오히려
질문을 조금 가라앉히기 위한 시간이다.


어떤 선택이 더 멋져 보이는지보다
어떤 선택이
내 삶에 더 오래 남을지를
조용히 느껴보는 시간.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고,
어디에도 나를 증명하지 않으며,
‘지금 당장’이라는 압박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시간.


이 시간을 지나면
아마도 선택지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선택지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조금 달라져 있을 거라 믿는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멈춤을
불안한 공백이 아니라
다음 방향을 위한 준비라고
불러보려 한다.


잘 쉬는 법을 연습하고,
생각을 조금 덜 붙잡고,
내가 어떤 사람으로 다시 움직이고 싶은지를
몸으로 확인하는 시간.


결정을 미루기로 한 것도
하나의 결정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 결정을 믿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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