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가치를 팔아온 사람인가

돌아보기

by 언타이틀

요즘 가장 많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도대체 어떤 가치를 팔아온 사람인가.


겉으로 보면
나는 사무용 가구를 판매해온 사람이다.
의자와 책상, 테이블과 워크스테이션.
연간 목표와 실적,
달성률과 보너스로 평가받는
전형적인 세일즈의 세계에서 오래 일해왔다.


하지만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가구 자체에는
그렇게 큰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다.


내가 더 오래, 더 깊게 집중해온 것은
인체공학이었고,
정확히는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일이었다.


대부분의 고객은
“어떤 의자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나를 만났다.
하지만 실제로 그들의 문제는
의자가 아닌 경우가 훨씬 많았다.


오래 앉아 있는 방식,
모니터의 높이,
책상 아래 공간,
업무의 밀도와 휴식의 부재.
그 모든 것이 섞여
불편함이라는 결과로 나타났을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고객이 원하는 가구를
바로 제안하지 않았다.
대신 질문을 더 많이 했다.


어떻게 일하는지,
하루 중 가장 힘든 시간이 언제인지,
몸의 어디가 가장 먼저 지치는지.


그리고 그 답 안에서
‘지금 이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으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비싼 제품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고,
아예 가구를 바꾸지 않아도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 나는
굳이 팔지 않는 선택을 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그게 내가 세일즈를 해온 방식이었다.


나는
상대가 원하는 것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상대를 이해한 뒤, 필요한 것을 찾아주는 사람으로
일해왔다.


이 철학은
가구 세일즈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모든 세일즈의 출발점은
결국 상대에 대한 이해라고 믿는다.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말할 수 있지만,
무엇이 필요한지는
스스로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진짜 세일즈는
설명보다 이해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해왔다.


나는 이 방식으로
시장 안에서 나를 차별화했고,
인지도가 높지 않은 작은 브랜드를
시간을 들여 키워올 수 있었다.


브랜드가 강해서가 아니라,
‘이 사람은 우리를 이해하려 한다’는 신뢰가
조금씩 쌓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은
단번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나 역시
성과에 쫓기던 시기가 있었고,
결과가 전부처럼 느껴지던 순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욕심,
그리고 오래 일하고 싶다는 바람은
나를 계속 질문하게 만들었다.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일해야
사람도, 조직도
함께 오래 갈 수 있는지.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나는 인문학 책에서,
사람에 대한 공부에서,
그리고 수많은 현장의 실패와 시행착오 속에서
조금씩 정리해왔다.


그래서 지금 이 질문에
조금 더 분명하게 답해보자면,
내가 팔아온 가치의 핵심은 이것이다.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
그리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정말 필요한 선택을 함께 만들어주는 일.


그건
가구를 팔 때도,
컨설팅을 할 때도,
사람과 조직을 연결할 때도
변하지 않았던 나의 방식이다.


브랜드를 떠난 지금,
이 질문을 다시 붙잡는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내가 팔아온 것이
단지 브랜드의 제품이었다면
이 전환은 너무 불안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가치가
내 태도와 사고방식에 남아 있다면,
다음 선택은
조금 덜 두려워질 수 있다.


나는
사무용 가구를 팔아온 사람이 아니라,
사람이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을
팔아온 사람이다.


그리고 그 가치는
앞으로 어떤 형태로 일하든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고
믿는다.

작가의 이전글내 이름으로 일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