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이 정리되었다고 생각하던 시점에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계약서에 사인까지 마친 상황에서
외부에서 퍼진 왜곡된 이야기로 인해
그 계약이 취소되었다.
사실과는 다르게 전달된 말들이
시장에 먼저 퍼졌고,
나는 그 말을 해명할 기회조차
제대로 갖지 못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고,
곧이어 억울함이 올라왔다.
그리고 그 뒤에는
묘한 허탈함이 따라왔다.
이번 상황이 더 크게 다가온 이유는
그 이야기가
전혀 낯선 곳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함께 협업해왔고,
서로를 잘 이해한다고 믿었던 관계 속에서
그 말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일해왔던 사람들.
그 신뢰가 단단하다고 믿었던 만큼,
그 안에서 벌어진 일은
단순한 루머 이상의 의미로 느껴졌다.
그래서 더 복잡해졌다.
단순히 억울함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에 대한 배신감이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해온 시간과 노력,
그리고 스스로 지켜왔다고 믿었던 기준들이
누군가의 말 몇 마디에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상황을 겪으며
한 가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일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지만,
사람의 말과 평판은
그렇지 않다는 것.
특히 이 업계처럼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소식이 빠르게 전해지는 구조 안에서는
사실보다 이야기가 먼저 움직이기도 한다.
그래서 더 복잡해진다.
한편으로는
다시 이 업계로 돌아가는 것이
과연 맞는 선택인지에 대한 고민도 생겼다.
이미 흩어진 이야기들 속에서
나는 또 다른 설명을 해야 하는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쪽에서는
이 업계로 다시 돌아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방식으로 일해왔는지를
결과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이건 누군가에게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스스로에게 다시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더 가깝다.
나는
사람의 말이 아니라
일의 과정과 결과로
평가받아온 사람이라는 것을.
그래서 지금의 나는
선택의 기로에 다시 서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 상황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려고 한다.
이 또한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을
마주하는 과정이라고.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여전히 태도뿐이라는 것을.
갑작스러운 반전 앞에서
방향은 다시 흐려졌지만,
기준까지 흔들리지는 않으려 한다.
예상치 못한 상황은
계획을 흔들 수는 있지만,
사람의 기준까지 흔들지는 못한다는 것을
이번에 다시 배워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