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현실 앞에 섰다.
쉬는 동안 모든 고민이 사라졌다면 좋았겠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다만 분명해진 것은 있다.
이제는 다시 움직여야 할 시점이라는 것.
가족의 생활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계속해서 ‘가능성’만 붙잡고 있을 수는 없다.
선택은 더 이상 미룰 문제가 아니라
방향을 정해야 할 문제였다.
휴식 이후,
내 앞에 놓인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동종 업계 경쟁사에서의 지사장 역할.
글로벌 기준으로는 더 큰 회사지만
유독 한국 시장에서는
아직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한 브랜드다.
익숙한 업계,
검증된 역할,
그리고 다시 한 번
브랜드를 한국 시장에 안착시키는 도전.
안정성과 책임,
그리고 분명한 기대가 함께 따라오는 선택지였다.
두 번째는
전혀 다른 업계에서의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 역할.
한국의 건강기능식품,
그중에서도 이너 뷰티 브랜드를
해외 시장에 소개하고 확장하는 영업 이사 포지션이다.
기존에 해외 브랜드를 한국에 소개해왔다면,
이번에는 한국의 좋은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소개하는 역할.
의미는 크지만
산업 이해부터 새로 시작해야 하고
시행착오도 분명히 감수해야 하는 길이었다.
세 번째는
내 이름으로
가구 전문가이자 PM으로 활동하며
새로운 업을 만들어가는 선택.
가장 ‘나다운’ 방향이지만
초기에는 불확실성과 외로움이
가장 크게 따르는 길이기도 했다.
각각의 선택지에는
분명한 장점과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이 중에서
‘가장 멋진 선택’을 고르기보다
‘지금의 나와 가족이 감당할 수 있는 선택’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하나의 결론에 조금씩 가까워졌다.
단일한 선택이 아니라
순서를 가진 선택이 필요하다는 것.
지금의 나에게는
안정적인 축이 필요하고,
그 위에서
새로운 시도를 병행하는 구조가
가장 현실적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래서 나는
첫 번째 선택지를
앞으로의 중심 축으로 두기로 했다.
익숙한 업계에서,
이미 검증된 역할로
가족의 안정과
나 자신의 회복을 함께 가져가는 선택이다.
동시에
세 번째 선택지는
완전히 내려놓지 않기로 했다.
당장 ‘사업’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보다는
프로젝트 단위의 PM이나 자문 역할로
조심스럽게 병행해보려 한다.
이건 독립이 아니라
미래 옵션을 키우는 실험에 가깝다.
두 번째 선택지 역시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다만 고정된 역할이 아니라
단기 프로젝트나 파일럿 형태로
경험을 쌓아볼 수 있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마음이 오히려 가벼워졌다.
모든 가능성을
지금 당장 하나로 압축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큰 부담을 덜어주었다.
이번 선택은
가장 안전한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다음 선택을 가능하게 만드는 길을 고른 것에 가깝다.
앞으로의 커리어가
어떤 형태로 확장될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제는
어떤 브랜드에 속해 있든,
어떤 역할을 맡게 되든
브랜드보다
내 이름과 태도가
더 중요해지는 방향으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휴식은 끝났고,
이제 다시 시작한다.
조급하지 않게,
하지만 멈추지 않으며.
이번에는
속도보다 방향에 집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