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판을 잃는 것이 아니라, 평판에서 벗어나는 경험

by 언타이틀

오랫동안 나는
평판을 관리하며 일해왔다.


신뢰받는 사람,
일을 잘하는 사람,
함께 일하기 편한 사람.
그 이미지들은
나를 설명해주는 중요한 자산이었다.


그래서 늘 조심했고,
늘 기준을 지키려 했고,
늘 관계를 중요하게 여겼다.


그게 결국
좋은 평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으며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이 있다.


평판은
내가 쌓는 것보다
누군가가 말하는 것에 의해
훨씬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과는 다른 이야기,
맥락이 빠진 말,
의도가 섞인 전달.


그 몇 마디가
내가 쌓아온 시간보다
먼저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했다.


처음에는
그 평판을 되찾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바로잡고 싶었고,
설명하고 싶었고,
왜곡된 부분을 정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조금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정말로
평판을 잃은 걸까.


아니면
평판에 묶여 있던 상태에서
처음으로 벗어나고 있는 걸까.


그동안 나는
좋은 평가를 받는 사람으로 살아왔다.
그리고 그 평가를
지켜야 할 무언가처럼
여기며 살아왔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실망을 주지 않으려 했고,
어떤 말이 나올지 늘 신경 썼고,
보이지 않는 기준 속에서
스스로를 관리해왔다.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나는 어느 순간
타인의 시선에
조금씩 묶여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일을 통해
그 묶임이
한 번에 끊어지는 경험을 했다.


누군가의 말이
나를 다르게 설명하기 시작했을 때,
처음에는 불편했고,
억울했고,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자
조금은 가벼워지는 느낌도 들었다.


내가 더 이상
모든 사람의 평가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나를 오해할 것이고,
누군가는 여전히 나를 믿을 것이고,
누군가는 아무 관심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반응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것도
처음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평판을 잃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무서운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평판에서 벗어나는 경험에
가까웠다.


나는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고,
같은 태도로 사람을 대하고 있다.


달라진 것은
그걸 누가 어떻게 해석하느냐뿐이다.


그래서 이제는
평판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대신,
내가 지켜온 방식과 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쪽을
선택해보려 한다.


누군가의 말이 아니라,
내가 살아온 시간과
앞으로 만들어갈 과정으로
나를 설명하는 것.


이번 경험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확신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평판을 잃은 것이 아니라,
평판에 매이지 않게 된 것.


생각해 보면
더 큰 성공을 위해

이 또한
내가 통과해야 할 과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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