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2주가 지났다.
처음 며칠은 의외로 담담했다.
충격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브랜드와 함께했던 동료들에 대한 애정이 더 컸다.
비록 내가 다소 억지스럽게 물러나는 상황이 되었더라도
브랜드가 더 잘되기를,
함께했던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더 성장하길 바랐다.
하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자
현실은 조금씩 다른 얼굴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내 인생에서 일이,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훨씬 컸다는 사실을 그제야 실감했다.
그동안 진행해오던 프로젝트들,
앞으로 예정되어 있던 일정들,
그리고 멈출 수 없는 생활의 비용들까지.
어느 하나도 어긋나게 두고 싶지 않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없었다.
모든 결정은 끝나 있었고,
나는 지난 13년의 시간을 보내줘야 하는 사람이 되었다.
이 시간을 놓아주기까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돌이켜보면
나의 판단과 대응에 부족한 부분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분명 더 신중했어야 할 지점도 있었고,
다른 선택의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물러나는 방식이 과연 최선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의문이 커진다.
억울한 감정이 조금씩 올라오고,
사람과 조직에 대한 실망도 함께 따라왔다.
너무나도 일방적인 통보였기에
13년의 시간과 노력이
한순간에 부정당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내 스스로는 여전히
그 순간의 선택이 최선이었다고 되짚어보지만,
회사와 사회는 같은 판단을 내려주지 않는다.
그 간극을 받아들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과정이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아무리 애정과 책임감으로 일을 해왔다고 해도
회사에게 직원은 결국 역할과 기능의 단위일 수 있다는 사실을.
관계 역시 좋을 때는 같은 편이지만,
상황이 바뀌면 쉽게 책임의 방향이 달라진다.
그 현실은 냉정했고,
한동안은 세상 대부분을 부정하게 만들 만큼
마음이 거칠어졌다.
사람에게서 받은 충격은
생각보다 오래 남아
마음을 조금씩 잠식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여전히 지켜야 할 세계가 있다.
집에 들어서면
아무 일 없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는 가족,
놀아달라며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부르는 딸아이.
그 존재들 앞에서만큼은
나는 여전히 필요한 사람이고,
다시 일어서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다.
그래서 다시,
천천히 숨을 고르고
다음 걸음을 준비해보려 한다.
이번에는 조금 더 나 자신을 지키는 방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