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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오 Jan 10. 2021

오늘은 결정하지 않을 거다

아직 11월이 다 가지 않았다. 지난 한 달이 어떻게 지나왔었나. 나는 쓰지 못했고, 술을 마셨고, 사람들을 만났다. 지난 시간은 돌아볼수록 처량하고, 아팠다. 긴 시간이 아쉽고, 안타깝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돌아가고 싶지 않다.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 생각이 가장 슬프다. 내게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여겨왔던 것을 부둥켜안고 보낸 그 시절, 그 시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내게 이런 날이 올 것이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농담으로 던지던 말들이 현실이 되었을 때, 나는 오히려 울지 않았다.


외따로 있는 이 곳. 내 가족도 오랜 친구도 없이 혼자 있는 이 곳에서 나는 울지 않는다.  엄마는 매일 아침과 저녁으로 나에게 전화를 건다. 잘 잤는지, 잘 일어났는지. 끼니는 거르지 않았는지, 언제 엄마 가까이 살 것인지. 나는 조금씩 날을 미룬다. 


12월까지 있을게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어디에 머물고 싶은지 모르겠다. 모르겠다는 말이 너무 적절해서 다른 말을 찾을 노력을 할 필요도 없다. 모르겠다. 내가 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생각하다 보면 결국 답 없는 문제를 쥐고 엉거주춤할 뿐이다. 문제를 버리지도 풀지도 못하는. 답이 없는데 문제를 움켜쥐고 있다고 달라질 것이 없는데. 그렇게 달을 미루고, 해를 미루니 11월에서 1월이 되었다. 


"잘 지내고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잘해나갈 거예요."


여기까지 왔다. 내가 어디까지 더 갈 수 있을지 답을 찾을 길은 없다. 그냥 어제처럼 오늘을 살고, 내일을 또 맞이하다 보면 조금은 보일까. 오늘 이렇게 고민한다고 내일이 갑자기 달라지지 않을 테니, 그만 자고 오늘 하루를 마무리해야겠다. 고민도 결정도 좀 더 미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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