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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오 Jul 10. 2023

마이 넷플리스트

어제와 다름없이 _ by SAZA.A

- 평범하게 사는 게 꿈이에요.   

- ㅁㅁ씨, 욕심이 많네요. 평범한 게 가장 어려운 거예요.


일어나고, 하루를 보내고 잠에 들고. 크게 슬프지도 불행하지도 않고, 많이 행복하지도 않은 그런 삶.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모양으로 살아가는 삶. 그런 생활.


스즈메처럼 살았다. 10년 가까이 한 직장에서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며. 평일에 일하고 주말에 잠깐 쉬면서. 여행을 다닌 횟수도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타인이 보기에도 또 내가 돌아보아도 별 볼일 없는 생활의 연속. 이 자리가 내가 설자리가 맞는지, 원하는 것인지를 되묻는 시간도 길었다. 늘 같은 자리에서 때마다 떠나는 사람들을 지켜봤다. 공원 벤치 케르베로스 할머니(알고 보니 스파이)처럼. 항상 같은 자리에서 무료하고 제자리걸음처럼 여겨지는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 그런 나에게 가타부타 갖은 말을 던지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런저런 타인의 말과 시선에 자주 상처 입기도, 스스로를 믿지 못해 망설이기도 하면서 오래 살았다.


그리고 오래전 대화. 친구의 말. 나의 꿈이 가장 어렵다는 말.  

가방에 촌스럽게 붙인 스티커,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이목구비. 어망 끌기를 하면서, 다음에 무슨 일을 할지를 생각하며 싱글싱글 웃는 얼굴. 내가 생각하는 평범한 삶은 스즈메 정도의 삶의 태도를 유지하며 사는 것이었다. 친구가 했던 말의 뜻은 알 길이 없다. 나는 공원 벤치를 떠나왔고, 친구는 그 대화를 잊었을지 모른다. 스즈메(참새)와 쿠자쿠(공작)가 나눈 이야기는 그날의 우리를 닮았다. 그저 다들 살아가는 의미를 찾고 싶었던 걸까.


스즈메(참새)와 쿠자쿠(공작)는 한 날 한 시에 태어났다. 쿠자쿠는 항상 크고 화려했고, 스즈메는 소소하고 드러나지 않았다.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2006 / 어망끌기를 하던 중 스즈메와 쿠자쿠의 대화 / NETFLIX로 보고 있습니다.

자신이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스즈메의 모습은 나의 모습이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일어난 사건, 100개의 계단 기둥에서 발견한 손톱보다 작은 포스터. 스파이 공고 포스터. 무료한 생활 속 참새(스즈메)가 아닌 공작(쿠자쿠)이 되고 싶었던 걸까. 스즈메는 건화를 건다. 스파이가 된다. 늘 하던 일인데 스파이 업무가 되니 모든 일이 새로워졌다. 그의 생활에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모든 것이 변했다. 달라진 것은 스파이가 되기로 결심한 스즈메뿐이었다.


스즈메가 발견한 스파이 공고 포스터, 그리고 내가 발견했던 포스터.

조용히 사진을 찍는 일, 정성을 다해 커피를 내리는 일, 거실 소풍(어른이 되고 소풍이 가고 싶어 거실에 좋아하는 돗자리를 폈다)을 위해 김밥을 싸던 일, 누구의 눈에 띄지 않는 손톱보다 작은 포스터를 늘 발견했고, 전화를 걸었다. 스파이가 되기 위해서. 항상 스파이가 될 결심을 하면서 살아왔던 것이다. 같은 자리에서 티 나지 않게 자신의 역할을 하는 삶을. 스스로도 알아차리지 못한 나의 노력이 모든 생활에 묻어 있었다. 어제와 다름없이 오늘을 보내는 어려운 일을 매일 해내는 생활을 지금까지 이어왔다. 스즈메처럼 결심하지 않았다면 아마 평생 몰랐을 일상을 사는 일.


오래 일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새로운 자리에서의 생활을 결정하고,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의 말과 시선에서 멀어져 최근 1년은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카페 일을 하기도 했다. 1년을 꼬박 정해진 스케줄에 맞춰 출근도 하고 퇴근도 하고, 웃기도 울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면서. 혼자서도 혹은 누군가와 함께하면서. 그렇게 지나온 시간을 다시 돌아보다가 이제야 알아차렸다.


‘친구, 우리가 나눈 대화의 의미는 많이 희미해져 혼자 되뇌었어요. 나는 어느새 그날의 고민에서 멀리 떠나왔네요. 아주 열심히 매일 꿈을 이루려 평범하게 나로 살아가고 있어요. 참, 어려운 일이네요.’












@saza.a_

@saza.club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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