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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오 Oct 10. 2023

사자들의 식생활

기준도 내가 되어야죠 _ by SAZA.A

제주로 이사를 하면서 결심한 것 중 하나. 끼니를 잘 챙기는 일. 삼시 세끼가 목표는 아니지만 전처럼 자주 거르지 않고 꾸준히 먹거리를 차리고 치우기로 했어요. 그리고 매일의 식사를 사진으로 남기기로 했네요. ‘요리’라고 거창하게 말할 수준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그저 어깨너머로 익힌 것, 대충 감으로 만드는 것들이지만 온전히 자신의 기호에 집중해 만드는 음식. 그렇게 차린 테이블로 제주에서 한 달 여의 시간을 채웠고요. 


시작이 길었네요. 제주에서 새롭게 시작한 식생활 이야기는 아닌데 아무튼 새로운 환경에 있으니 그 이야기는 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지금 이야기하고 싶은 건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도했던 음식 이야기입니다. 아주 간단하게 행복해지게 해주는.


커피를 좋아해 맘에 드는 원두를 골라 곱게 갈아 내려 마시고 있어요, 매일. 커피와 간단한 식사를 함께 하거나 디저트를 곁들이길 좋아하죠. 주로 함께하는 디저트는 베이글과 바게트 혹은 직접 만든 스콘. 그래서 그런 빵에 발라먹기 좋고, 요거트에도 넣어 맛을 낼 수 있는 콩포트를 만들기로 했어요. 주로 잼을 사서 함께 먹었는데 너무 달아서 먹다 보면 부담이 되더라고요. 더군다나 요즘은 운동과 함께 건강한 식생활을 목표로 삼고 있으니 당을 줄인 콩포트라면 죄책감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마음을 한 술 더하기도 했고요.


생 블루베리로 만든다면 더욱 좋을 테지만 나중에 블루베리 나무를 기르게 된다면 고민해 보기로 하고, 냉동 블루베리를 한 봉지 샀어요. 필요한 재료는 블루베리와 설탕, 레몬즙뿐이니 블루베리만 사면 되어서요. 레몬즙은 선택 사항이긴 한데, 마침 집에서 쓰던 것은 다 떨어져서 다른 재료를 사용하기로 하고 일단 만들었습니다.


블루베리와 설탕을 3:1의 비율로 끓이면서 살짝 점성이 생길 때까지 끓여요. 과일이 뭉개지지 않도록 모양을 해치지 않도록 저어야 해요. 블루베리는 블루베리로, 딸기는 딸기인 채로 그 모양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말이죠. 잼처럼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록 으깨면 콩포트가 되질 않아요. 그렇게 적당한 시기가 될 때까지 잘 저으면서 끓이다가 레몬즙을 넣고 살짝 끓여 마무리해 줍니다. 콩포트를 만드는 과정은 간단하고 별 것 없어요. 물론 만들기에 앞서 준비 과정이 좀 필요한데, 담아둘 용기를 열탕 소독을 해야 해요. 용기의 열탕 소독도 후에 넣는 레몬즙도 콩포트를 좀 더 오래 보관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에요. 시기가 오래되어 상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한.


콩포트가 마무리되면 열탕 소독 후 물기가 없는 용기에 바로 옮겨 담아요. 그렇게 한 김 식힌 콩포트는 냉장고에 넣고 적절한 등장 시기를 기다리죠. 잼보다 묽은 콩포트는 냉장고에 두면 잼이나 젤리처럼 굳지만 상온에 꺼내 두고 빵에 바르거나 요거트에 넣으려고 하면 다시 묽어져서 잼이라곤 할 수 없어요. 스프레드보다 시럽이나 소스처럼 사용하는 게 더 맞을 것 같지만 저는 잼 대신에 먹을 용도로 만들었으니까. 모든 것이 다 정해진 자리에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달지 않아서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아요. 크림치즈와 함께 빵에 발라서 먹으면 더할 나위 없어요. 


무엇보다 색이 이렇게 예쁘잖아요. 블루베리도 블루베리인 채로 고스란히 남아 있고요. 진한 색이 요거트에서 보랏빛으로 물드는 걸 보면 먹기도 전에 행복해져요. 아주 간단하고 빠르게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에요. 일종의 열탕 소독이죠. 마음이 상하지 않게 생활에서 스스로 예방책을 만들어 두는 거예요.


빵에 크림치즈를 바르고 그 위에 블루베리 콩포트를 올려요. 내려둔 커피도 식탁 위에 두었고요. 

오늘도 행복해지려고요.



만드는 법입니다. 누구나 필요한 행복을 쉽게 맛볼 수 있어요. 


블루베리(혹은 냉동 딸기나 어떤 과일도 괜찮아요. 내게 행복을 주는 것이라면!)


블루베리 300g 설탕 100g ( 과일과 설탕은 3:1)의 비율로 넣어요. 

블루베리와 설탕을 한데 넣고 뒤적뒤적 섞어서 상온에 두고 기다려요. 

열탕소독을 하면서 준비를 시작합니다.

(찬물을 끓일 때부터 병을 함께 넣고 끓여야 사고를 방지할 수 있어요.)

블루베리와 설탕이 적당이 녹은 것 같다면 이제 끓이기만 하면 돼요. 

중불 정도로 유지하면서 블루베리가 으깨지지 않도록 살살 저어주세요. 

불을 조금 줄여 더 끓여 주세요. 10여분 정도. 적당한 점성이 생길 때까지. 

맘에 드는 농도가 되었을 때 마무리하세요. 

이제 레몬즙 2큰술 정도 넣고 살짝 다시 끓여주세요. 

말했지요. 걸쭉한 정도는 스스로 정하면 됩니다. 


날 위한 행복이니 기준도 내가 되어야죠. 












SAZ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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