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랑 상관없어요."
모두가 그렇게 말한다. 나이랑 상관없다고. 아니, 그런데 왜 이 나이에 계속 몸이 아픈 걸까요. 결국 나이랑 상관있는 건 아닐까요.
석회건염, 손목 건초염, 이제는 오십견 아니 동결견. 오십도 안 되었는데 오십견이 왔다. 검색해 보니 오십견이란 용어는 진단명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설명이 앞선다. 나이랑 상관이 없는 것은 맞는 건가 싶다.
"아니, 나이도 어린데 어디가 아픈 거예요?"
처방전을 받아 든 이가 말을 건넨다.
"오십견이래요."
"오십견? 아니 어쩌다..?"
"많이 써서 그렇대요."
"얼마나 썼어, 그렇게 많이 썼어?"
"네, 아주아주 많이 쓰긴 했어요."
"오십견은 다들 나아요."
낫는 거란다. 어깨 운동을 열심히 하고, 병원에 잘 다니면서 관리하면 결국은 호전된다고 한다. 주사 치료를 받았고, 병원에서 알려 준 스트레칭을 매일 한다. 약도 매일 한 알씩 삼키고 있다. 병원에 다녀온 후엔 통증이 줄어 잠도 편히 자고, 움직일 때도 어깨를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 다른 것보다 종일 쉬지 않고 따라다니던 통증이 사라지니 삶의 질이 수직 상승 했다.
어깨가 처음 아프기 시작한 것은 3,4년 전이었다. 갑작스러운 어깨 통증에 병원을 찾았더니 석회성건염이라고 했다. 많이 써서 아픈 거라는 말을 들었다. 어깨가 나을 때 즈음 손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건초염. 이 또한 손목을 많이 써서 얻은 통증이었다. 2년 여의 시간이 흐르고 난 후 손목 통증도 잦아들었다. 아니, 일을 그만 두니 저절로 사라진 것이다. 결국 쓰지 않고 쉬게 두었더니 통증이 사라졌다. 어떤 통증엔 정말 시간이 약이 될 수 있는 걸까. 오십견은 1,2년이 지나면 저절로 낫는다고 한다. 말 그대로 시간이 약이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자가회복이 되기까지 동반되는 통증과 불편은 지속된다. 결국 아플 만큼 아파야 낫는 건 아닐까. 시간은 약이 되겠지만 절로 낫는 건 아니다. 결국 아프고, 아프고 나서야 그 시간을 맞이하는 거니까.
많이 아팠던 시기에 생각했다. 시간은 결코 약이 될 수 없다고. 그 생각에는 아직도 변함이 없다. 마음이 아플 때, 시간은 어떤 위도로 주지 못했다. 아무리 많은 처방전을 받아 들어도 도무지 약이 들지 않는 것만 같았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들으면 오히려 화가 치밀었다. 당장 이렇게 아픈데 대체 시간을 약으로 써서 어떻게 이 통증을 줄일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난 후에 더는 아프지 않게 되었을 때에 가서야 고개를 끄덕이는 게 대체 무슨 소용일까. 그저 시간이 흐른 후에 옅어진 흉터 자국을 보며 '그래, 내가 아팠구나' 작게 읊조리게 되는 것이 흔히들 말하는 '시간은 약이다' 이론에 맞는 건가. 그렇게 생각했다. 시간은 약이 될 수 없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충분히 쉬고 난 후에 사라진 통증을 알아채고 생각한다. 결국 쉬는 시간만이 약이 될 수 있다. 마냥 아파하고 참으며 보내기만 하는 시간은 도통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병원에 가고, 약을 먹고, 치료를 받으며 시간을 보내야 한다. 스스로를 보살피고, 숨도 좀 고르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시간을 채워야 통증이 잦아든다. 문득문득 떠오로는 생각에 사로잡혀 충분히 울고, 통증에 소리도 지르고. 또 어떤 날은 아픈 팔을 들어 눈앞의 사랑을 끌어안아야 이 통증을 잊을 수 있다. 그렇게 조금씩 잊고, 울고, 웃다 보면 정말 시간이 약이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쉬지 않고, 아주 많이 썼으니 그만큼 쉴 시간을 주자. 몸도 마음도. 나이랑은 상관없다. 쉬지 않고 계속 쓰다 보면 결국 병이 날 수밖에 없으니.
시간이 정말 약이 되려면, 아. 무. 것. 도. 하지 않으며 충분히 쉬어야 한다. 나의 통증을 잘 보살피고, 온갖 것에 휘둘리며 스스로를 혹사시키지 않고, 이기적이라 해도 '나'만을 안아 줄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런 시간은 정말 약이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