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꿈이 뭐야?

미래를 상상하는 힘

by 초록

9살 연두가 자주 묻는 질문이다. "엄마는 꿈이 뭐였어?" "엄마는 꿈이 뭐야?"

아마도 9살이 자주 듣는 질문이다 보니 엄마의 답도 궁금한 모양이다.


뭐라고 해야 할까, 난 이 답이 참 어렵다.

특히나 요즘 엄마에게 찰싹 붙어 엄마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하는 연두를 설득시키기에 적합한(진실한?) 답을 찾는 것이 꽤나 어렵다.


"잘 기억이 안 나네, 모르겠다~" "엄마 꿈은 연두 엄마야!"라는 말로 둘러대고 화제를 전환시켰었는데, 훅 들어오는 정확한 질문 하나. "엄마는 간호사가 꿈이었어?"

그거야말로 정말이지 대답하기가 어렵단다 연두야.

엄마는 선생님이 하고 싶었는데 교대를 다 떨어져서 하나 딱 붙은 간호학과를 가는 수밖에 없었음을 어떻게 이해시켜야 할까? 그러자면 수시, 정시, 수능의 이야기가 줄줄이 나오는데 말이야!


누워서 같이 잠을 청하던 밤, 또다시 같은 질문을 듣고 답을 해주었다.

"엄마는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이 하고 싶었어,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살다 보니 여기 있네?"

연두의 잠재적인 성장을 도와주기 위해서는 꿈이 없다느니, 그게 뭔지 모르겠다느니 하는 말들을 사용하면 안 될 것만 같았지만 자꾸자꾸 물어보는 연두에게 답을 주어야 끝이날 것 같아서 저렇게 대답을 하고 잠이 들었다.


이제 잘 지나갔구나, 잊힌 질문이구나 생각했는데,

연두 친구와 친구 어머니와 함께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 아이들끼리 아는 대학교 이름을 이야기하다가 불쑥 우리 엄마는 무슨 학교 나왔어요! 우리 아빠는요! 하는 아이들.. "우리 엄마는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이 하고 싶어서 간호사가 되었대요!"라는 연두의 우렁찬 외침.


오우, 연두야.... 우리끼리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그게 또 이렇게 공식적인 답변이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듣고 나니 정말로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어렸을 때, 아주 어렴풋한 기억 속 굉장히 선명한 장면이 하나 있다.

초등학교 3~4학년쯤? 연두보다 조금 더 컸을 때, (지금 생각해 보니) 느린 아이가 있었다. 다른 아이들보다 배움도 느리고 큰 체격에 비하여 남자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그 아이는 내 짝꿍이 되었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이 짝꿍 리코더 연주를 도와주라는 미션을 주신 후, 한 학기 내내 짝꿍이었던 기억이 난다. 노래는 기억이 안 나지만 리코더의 구멍을 막는 법, 호흡을 조절하며 숨을 불어넣어 소리를 내는 법을 하나하나 가르쳐서 노래 한 곡을 부르게 했을 때, 너무나 기쁘고 신났던 기억이 난다.

중학교 이후부터 겨우 기억을 붙들고 있는 내가, 저 장면을 선명하게 기억한다는 것은 그만큼 나에게도 느낀 바가 많고 인상 깊었던 일이었으리라.


시골에서 자라며 내 주변에 다양한 직업군을 보지 못했던 나에게 내가 될 수 있는 것은 공무원, 회사원, 교사.. 뭐 그 정도가 아닌가 생각하며 자랐었고, 막연하게 저 때의 쾌감이 인생의 방향을 어느 정도 틀어주긴 했었다. 그렇다면 연두는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좋아하는 것을 찾으며 자랐으면 좋겠네!


미래를 상상하는 힘은 현실의 원동력이 된다.

연두야 우리 같이 꿈을 꾸고 상상하자.

요즘 연두는 김풍이 꿈이다. 작가이자 요리사이자 방송인, 크리에이터라니! 연두가 되고 싶은 모든 직업을 총망라한 엔터테이너이기 때문이다.

엄마도 다시 꿈을 꾸고 싶어.

엄마는 일상의 의미를 찾고, 글을 쓰고, 사람의 삶을 보듬어주는 쓰담쓰담이 가능한 사람이 될래!


어때? 우리 같이 상상하며 현재를 즐겁게 살자!

너와 내가 같이 글을 쓰려면 더 많이 경험하고 대화하고 많은 감정과 단어를 나누는 사이가 되면 좋겠다~

9살의 인생을 같이 살게 해 줘서 고마워 연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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