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끝나지 않은 약속_01

by 이종섭

1.

8만여 관중이 열대수풀보다도 빽빽하게 운집한 브라질 상파울루 월드컵 경기장, 방송국 중계석에는 한국 팀이 결승에 올라온 것은 월드컵 역사상 최고의 이변이라며 각국 아나운서들이 열변을 토해내고 있었다.

살기등등한 독수리가 두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고 있는 높은 하늘은 수억 년 지켜온 아마존의 자존심을 상징하고 있는 듯하였다. 양 팀의 선수들 모두가 살인적인 더위에 해파리처럼 흐느적거렸고 전광판의 시계도 멎은 지 오래여서 주어진 로스타임도 다 끝나가고 있었다. 현대와 원시의 색깔이 함께 어우러진 관중석의 카드섹션도 더 이상 펼쳐지지 않았다.


예상을 깨고 결승에 올라온 한국 팀은 롬멜의 전차부대 같은 독일 팀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가끔씩 붉은 악마와 같이 역습을 노려보았지만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골 결정력의 부족이었다. 양편 득점 없는 가운데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선수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여기저기 쓰러져 땅바닥에 벌렁 드러누워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휴식도 잠시, 골든골로 결정짓는 연장전에 들어가기 위해 다시 일어섰다. 이제 팀에는 더 이상 써먹을 작전도, 교체할 멤버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마지막 젖 먹던 힘까지 끌어내어 최선을 다하자고 선수들에게 독려하는 것이 감독의 유일한 작전내용이었다. 모두 그라운드로 들어갈 때 지수도 따라 들어가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젠 작전 지시도 내리지 않아. 한 골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거야.’


그리고 선아가 하던 말을 떠올렸다.


‘신발은 진열장에 넣고, 티는 내 방에 걸어 놓을 거야, 절대 빨지 마, 오빠의 땀이 물씬 배어있는 그대로가 좋아. 오빠가 생각날 때마다 난 그 냄새를 맡을 거야.’



2.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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