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오갤러리 2025.10.08.Wed.)
아라리오갤러리
이진주 작가의 8년만의 전시.
작품 속 인물들은 현실과 비현실 사이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듯했고,
익숙한 듯 낯선 사물들과 함께 화면 위에 놓여 있었다.
얼음, 돌, 손, 눈물 같은 이미지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그 안에 담긴 감정의 결들이 조용히 스며들었다.
특히 얇은 막처럼 표현된 경계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무엇을 본다’는 행위 자체를 되묻게 했다.
그 막 너머에 있는 것들은 분명 존재하지만, 쉽게 닿을 수 없는 거리감이 있었다.
작품 하나하나를 바라보며 걷다 보면, 마치 작가의 기억 속을 함께 거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어떤 그림은 오래된 꿈 같고, 또 어떤 그림은 막 잠에서 깬 순간의 몽롱함을 닮아 있다.
색감은 부드럽고 따뜻했으며, 세밀한 붓질은 작가의 시선이 얼마나 섬세한지를 보여준다.
전시 공간도 인상적이었다.
캔버스뿐 아니라 설치물처럼 구성된 작품들이 있어, 회화와 공간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그 덕분에 단순히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을 ‘걷는’ 느낌이 들었다.
추석 연휴의 여유 속에서 만난 이진주의 세계는 조용하지만 깊었고,
마음 한켠에 오래도록 남는 잔상처럼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