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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은 Apr 14. 2021

까탈스러운 입맛

우리 집에는 네 명이 함께 산다. 그런데 입맛, 활동 시간, 자주 먹는 음식들이 모두 다르다. 어떤 때는 이렇게 다른 입맛 때문에 번거롭기도 하고, 때로는 다채롭기도 하다.    

 

아이들이 이유식을 처음 할 때였다.

그때 경험이 없었던 나는 첫 이유식을 알려주는 온갖 요리책들을 들여다보며 이리저리 궁리해서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음식들을 아이가 좋아하지 않았다.

“엄청 맛있는 거야, 엄청!”

어르고 달래보았지만 역시나 한 입 먹고 에퉤퉤, 이러길 반복했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산책을 나가면 처음 보는 사람들도 애가 너무 말랐다며 뭘 좀 제대로 먹이라고 훈수를 두었다. 그러면 또 스트레스를 받아서 다시 새로운 요리를 시도했지만 여전히 잘 안 먹었다.


나중에 아이의 입맛을 알게 되었는데, 내가 참고한 첫 이유식은 서양식에 가까웠다. 우유와 치즈가 많이 들어간 이유식을 아이는 극도로 싫어했다. 특히 치즈는 입에 잘 대지 않았다. 그러다 밥을 먹기 시작하면서 된장이나 청국장을 잘 먹는 입맛임을 알게 되었다. 조금 더 자라서 성인이 된 아이는 요즘 치즈를 달고 산다. 특히 매운 음식을 먹을 때는 꼭 치즈를 추가한다.     


둘째는 채소보다 고기와 밀가루를 좋아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밀가루를 먹어야 할 정도였는데, 요즘은 끊고 있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다양한 사람은 축복받은 사람이다.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 제약을 받으면 그 순간 삶이 살짝 쪼그라든다. 그래서 쪼그라든 삶을 펴기 위해 식탁에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는 중이다.     


나는 음식을 잘 가리지 않는 데다 한 음식을 오래 먹어도 별로 질리지 않는 편이다. 그렇지만 먹지 않는 음식은 있다. 젓갈 중에 몇 가지만 먹을 수 있고, 심하게 삭은 것은 잘 못 먹는다. 홍어도 심하게 삭힌 것은 몇 번 젓가락을 대긴 하지만 즐겨서 먹진 않는다.      


그리고 반려는 안 먹고, 나머지 셋은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 바로 갈치다.

아이들에게 점심 때 갈치를 구워먹이면 퇴근하고 돌아와서 갈치 냄새가 난다며 투덜거릴 정도로 싫어했다. 그래서 왜 싫어하느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도시락을 싸면서 달걀부침을 밥 위에 얹었는데, 갈치를 구운 프라이팬을 닦지 않은 채 달걀부침을 해서 밥 전체에 비린내가 남아 있었다고 했다. 냄새에 민감했던 반려는 그날 도시락을 제대로 먹지 못했고, 그 뒤로 갈치를 먹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 달걀도 안 먹어야 하잖아!”

내가 물었을 때 반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달걀은 좋아.”

“뭐야, 달걀도 안 먹어야지. 왜 갈치를 차별해? 갈치는 죄가 없다고!”    

 

그래서 나는 편식하지 말라는 말을 아이들에게 하지 않았다. 골고루 먹으라는 말은 하지만, 나 또한 편식하는 음식이 있는데!     


어제는 첫째, 오늘은 둘째, 내일은 나, 모레는 반려, 이렇게 네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을 가끔 섞는다.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들이 식탁에 앉아 이건 양념이 어떻다 품평을 한다. 그러면 나는 조용히 말한다.

“그 기준이 되는 음식을 사 와. 내가 먹어보고 따라서 만들어보든지 말든지…….”

그렇지 않은가. 재택근무를 하는 프리랜서가 어떤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지 아는 방법은 직접 먹어보는 수밖에. 점심이든 저녁이든 밖에서 음식을 사 먹는 기회가 많은 가족들이 맛을 품평한다면 나는 그걸 먹어봐야 안다고 응수한다.     


아직 내겐 먹어보지 않은 요리가 수십 가지다. 먹으면 똑같이 만들 수 있냐고? 아니,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는 수십 번 먹어야 한다. 수십 번 얻어먹으면 비슷하게 만들 수 있다. 예전에는 두세 번 먹으면 곧잘 따라했는데, 이젠 그럴 여력이 없다. 어설프게 따라하다가 남는 재료들을 처리하는 게 더 골치 아프다는 걸 일찌감치 겪었다. 그러니 귀찮아서 안 만드는 게 아니라 내 입맛도 까다로운 것으로 고칠까 한다. 한 번 먹어서는 도저히 따라할 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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