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혼자서 보내기

by sueyon


나이가 들면 옛날 얘기를 많이 한다고 하는데 제가 그런가 봅니다. 요즘 들어 부쩍 아이들 이 고등학교 때까지 활동을 했던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고 싶은 것입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클래식 연주를 듣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겁니다. 아무래도 연말에 크리스마스 시즌이라서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오케스트라 연주와 크리스마스가 어떻게 연관이 되는가 하는 이야기를 해볼 까 합니다.

저희 아이들은 고등학교 때까지 오케스트라 활동을 했습니다. 작은 마을의 고등학교지만 오케스트라 수준은 상당히 높은 학교입니다. 연말이 되면 이런 저런 공연을 자주 하는데 아이들 공연이니까 빠지지 않고 보게 되지요. 특히 12월은 호두까기 인형에서 나오는 곡을 자주 연주하곤 합니다.

아이들이 대학에 가기 전까지는 매년 12월에 호두까기 인형 발레를 보았습니다. 사실 발레가 너무 좋다거나 한 것은 아니고 미국에 와서 처음 맞는 겨울에 친한 친구가 같이 보러 가자고 초대를 해주어서 가게 된 것입니다. 알고 보니 제가 있는 곳에서는 호두까기 인형을 보는 것을 일종의 겨울 연례 가족 행사로 여기고 있던 것입니다. 가족 단위라서 그런지 제가 보기에는 정통 발레 라기보다는 가족을 위한 발레극으로 약간 변형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발레리나들은 모두 프로지만 공연 중에 유치원생 등으로 보이는 아기들이 발레복을 입고 무대에서 함께 공연하기 때문입니다. 시립발레단 공연이다보니 아무래도 관객들을 생각한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발레공연이라는 문턱이 조금 낮아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이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었구요. 거기다가 저희 아이들은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호두 까기 인형에서 나오는 곡을 연주도 했으니 아는 곡이 나오는 것에 반갑고 즐거웠을 겁니다. 그래서 호두 까기 인형을 보고나 들으면 아 이제 크리스마스구나 하는 계절감각을 느낍니다.

보통은 11월 마지막 목요일에 추수감사절 디너를 친한 사람과 같이 하고 저녁에 마을 단위로 하는 퍼레이드를 구경합니다. 때로는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을 위해 밤늦게 까지 쇼핑몰에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연휴가 끝나는 주말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합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전까지 가족들 선물도 사서 트리 밑에 놓아 둡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는 친구의 집에서 열리는 파티에 참석을 하고 크리스마스 아침에 아이들과 같이 선물을 풀어 봅니다. 이것이 늘 하던 행사였는데 아이들이 대학에 가고 저 혼자 있으면서는 집도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해서 트리도 아주 작은 것을 만들어 놓고 선물의 개수도 적어졌습니다. 그것도 이제 아이들이 졸업을 하고 여기 저기 따로 떨어져 사니 한 번 움직이는 것이 힘들고 돈이 많이 들어서 이제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습니다. 요즘엔 미국 아파트 렌트비가 너무 올라서 몇 평 안되는 작은 스튜디오도 1500달러를 넘기는 것이 보통입니다. 제 아파트는 너무 작아서 트리라든지 무슨 장식품을 놓을 자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크리스마스를 지내는 방법은 아이들이 있을 때와 없을 때가 많이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친한 친구의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와 아이들과 함께 선물을 풀어 보던 크리스마스 아침이 그리워서 자꾸 아이들 연주가 생각나는 것 아닐까 합니다. 혼자 있어서 외롭다는 생각은 아직까지 안 드는데 옛날이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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