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미국 주립대학에서 15년 정도 강사생활을 했습니다. 비자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한국에 돌아오기 전까지 한 우물만 판 셈입니다.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곧 코로나가 발생하고 이 상황이 전례 없이 길어지면서 생활에 많은, 아니 아주 극단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지요. 한국에 돌아온 지 5년이 안되어 미국 사립대학에서 일을 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강사생활을 한지 이제 2년입니다. 미국에 있던 시간에 비하면 한국에 있던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 시간 동안 교육환경은 엄청나게 변화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놀랄만한 변화를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처음 미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자신의 가족을 소개하게 했습니다. 초급 일본어에 가족 관련 단어를 배우는 시간이라 지금까지 배운 단어와 문장을 사용해서 가족 소개를 하는 것이지요. 제일 기본적인 가족 형태, 즉 부모님과 형제를 생각하고 있던 제게 학생들의 질문은 놀라웠습니다. 강아지는 뭐라고 해요, 이복동생은 뭐라고 해요, 새아빠는 뭐라고 해요 하는 질문을 받은 것입니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서 처음으로 가족 구성원이 다양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족을 그저 엄마, 아빠, 나, 형제 이렇게만 생각한 제 견해가 너무 좁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계기였습니다.
이 다양성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제가 있는 대학 이념이 다양성 존중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처음 제가 느낀 당혹감을 이번에도 그대로 느끼게 된 것입니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전형적인 가족에 더불어 편부모 가족, 대가족, 동성가족, 재혼가족 등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가족 사진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게다가 가족에 대해 물어보는 것 자체가 그다지 좋은 주제가 아니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개개인에 따라 별로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굳이 가족 관련 이야기를 하려면 실제 내 가족이 아니라 상상의 가족이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가족 등으로 돌려서 물어봐야 합니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제 견해가 여전히 좁다는 생각을 버릴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또 한번 제 생각을 넘어서는 일이 있었습니다. 한국에 있었던 4년반동안 미국의 대학은 가치관의 변화뿐 아니라 코로나에 AI라는 새로운 기술까지 더해지면서 전에는 상상도 못할 만큼 많이 바뀐 것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새로운 형태인 온라인 수업이 갑자기 활발해지고 더불어 관련된 많은 기술들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온라인 수업을 좀 더 유용하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전통적인 수업방식에 더해 새로운 수업방식을 연구해야 하는 부담이 늘어난 것입니다. 모든 회의도 줌으로 대체되었고 사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굳이 특정 시간에 만날 필요를 없애며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으면서 대세가 되었습니다.
AI도 커다란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놀랄만큼 빠르게 진화하는 AI덕분에 언어 교육은 정말 큰 전환기를 맞게 되었습니다. 먼저 학생들의 동기 부여가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AI가 알아서 외국어나 외국 문서를 전부 번역해 주는데 굳이 힘들게 배울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과제 중에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이 작문 과제입니다. 워낙 AI가 출중 하다 보니 학생들에게 작문 과제를 내는 것에 많은 문제가 생기게 된 것입니다. 학생들이 교사보다 AI사용이 훨씬 능숙하고 이미 널리 퍼진 기술을 못하게 막는다고 해결이 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외국어 수업에 이런 과제를 포기할 수도 없고 정말 고심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AI를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지가 가장 활발한 워크샵 주제가 되고 있습니다.
또 하나 놀란 것은 IT기술의 도입입니다. 학생들의 숙제나 과제 심지어 시험까지도 온라인을 통해 제출하고 채점하는 것이었습니다. 수업에도 다양한 앱을 많이 이용하고 온라인을 많이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수업시간에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은 사용해서 수업활동을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숙제나 과제도 온라인에 업로드를 하면 그것을 확인하고 메모를 남기는 것도 온라인입니다. 그러니 새로운 형태의 채점 방식이나 피드백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지요. 그래서 요즘에는 문법이나 단어를 체크하는 시험 형식보다는 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앱이나 기술을 이용해서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입니다. PPT를 이용한 발표는 당연하고 스마트폰을 이용해 촬영을 하고 비디오를 만들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 강사들이 고민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효과적이고 의미가 있는 과제를 구상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저희 학교를 생각해 본다면 그룹별로 역할극을 만들기, 초급자 대상 그림책을 만들기, 또는 일본 여행시 갈 만한 가이드 팜플렛을 만들기 등입니다. 학생 평가가 언어만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더불어 다른 학생들과 의사 소통이나 팀워크, 배우는 언어의 문화적 배경을 아는 것도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예전에는 외국어만 잘하면 얼마든지 기회가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외국어는 그냥 옆에서 거들뿐 이라는 것입니다. 즉 자신이 하는 일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고 거기에 외국어를 잘 한다면 자신이 하는 일의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것이지 말만 잘해서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이지요.
세상이 정말 많이 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