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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

보호자의 보호자가 되는 순간

by 또피

얼마 전, 대학병원에 다녀왔다. 꽤나 큰 결정을 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에 나의 보호자인 엄마와 함께 가기로 하여 본가에 내려갔다가 엄마를 모시고 서울로 올라왔다. 엄마는 젊었을 때 서울에 살았던 경험은 있지만 오랜 시골생활로 서울에 대한 모든 것을 낯설어했다. 지하철 타는 건 물론이고 기차, 고속버스를 예약하는 법까지. 나의 보호자로서 엄마는 병원을 갔지만 병원에서를 제외 한 모든 순간들은 내가 엄마의 보호자였다. 엄마가 나에게 이렇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있었던가. 엄마지만 때론 선생님, 언니, 선배 같았던 언제나 내가 의지하기만 했던 든든한 존재인 엄마가 그 순간은 나에게 모든 걸 맡기고 따라왔다. 엄마를 고속버스까지 데려다주고 배웅을 하는데 가슴속 어딘가에서 뭉클한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흐르며 엄마는 누구나처럼 나이를 먹고 몸은 약해지고 세상과는 더 멀어지겠지. 그때면 엄마는 더 건강하고 젊은, 세상과 맞닿아있는 나에게 더 의지하겠지. 어려서 나는 낯을 너무 가려서 엄마, 아빠 옆에 꼭 붙어서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낯선 모든 것이 무서워도 부모님만 있으면 든든했던 그때의 보살핌을 이제는 내가 보답할 때가 다가온다는 것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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