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과 작가적 관찰력, 그리고 글을 열고 닫는 세련된 구성 방식까지, 아직 출간을 안 하셨다면 왜 여태 책을 낼 생각을 안 하셨는지 의문이 들 정도의 노련한 글쓰기를 보여주셨습니다. 특히 금요일 글은, 만 하루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이 정도의 분량과 완성도를 지닌 단편 소설을 쓴다는 것은 전업 작가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라 굉장히 놀랐습니다. 단순히 분량만 늘여 쓴 것이 아니라 캐릭터 한 명 한 명이 입체감을 지니고 있어 선생님이 글을 오래 쓰신 분이라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좋았던 글은 목요일 글입니다. 실제 경험이 녹아 있는 에세이라서 더 현실성 있게 다가왔습니다. 특히 "나는... 수녀 친구도 있어요... 수녀 친구와 엄청 친하거든요... 편지도 자주 주고받아요..." 대목에서는 쉽게 꺾이지 않는 소심한 기개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빙그레 웃음이 나왔습니다. 글을 마무리한 방식도 탁월합니다. 마냥 수녀님을 비난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조건 반성하는 결론이 아니라, 내 안의 반항심을 최소한으로 드러낸 한마디로 갈무리하면서 인물에 대한 호감을 더욱 강화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나는 지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강사님이 주신 한 문장으로 4 편의 에세이와 1 편의 단편소설을 썼다. 그리고 토요일에 강사님의 피드백을 받았다. 위의 글은 내가 받은 피드백의 전문이다.
과분한 칭찬에 처음엔 얼떨떨했다. 몇 번을 읽고 또 읽었다. 특히 단편소설에 대한 언급은 정말이지 기대하지도 않은 분에 넘치는 칭찬이었다. 물론 15명의 다른 참가자 분들의 피드백도 칭찬과 격려의 글이 대부분이었다.
글쓰기 수업이 처음인 나는 글에 대한 장점보다 단점에 대한 냉정한(어쩌면 혹독할 수도 있는) 평가가 피드백의 목적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처음이기 때문에 위축되지 않고 글을 계속 쓸 수 있게 만드는 동력으로서의 칭찬과 격려도 피드백의 중요한 평가임은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야 깨달았다.
내가 지금까지 글쓰기 수업을 받지 않은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부끄러움과 두려움 때문이었다. 부끄러움은 내 허접한 글에 대한 부끄러움이었고 두려움은 피드백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혹시라도 '당신의 글에서는 조금도 재능을 찾지 못했습니다. 이쯤에서 포기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같은 평가를 내려줄 것 같은 두려움이었다. 내 오랜 망설임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내 꿈을 아는 유일한 친구가 수업료를 보내주면서까지 해보라고 떠미는 바람에, 그것을 핑계로 시작한 글쓰기 수업이었다.
나는 사실 에세이보다 소설에 더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고 읽는 책도 거의 소설책이다. 그래서 하루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급하게 써낸 소설에 대한 칭찬은 기쁘고 다행스러운 한편 나를 더욱 당황하고 얼떨떨하게 만들었다.
그런 시간이 지난 후 나는 또 다른 사실에 당황하고 있었다.
나는 왜 순수하게 기뻐하지 않는 거지? 소리를 지르며 방방 뛰며 바닥을 뒹굴면서 기뻐할 일이 아닌가. 내가 얼마나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성격인데... 이 기뻐해야 마땅할 피드백 앞에서 나는 왜 이렇게 냉정한 걸까...
칭찬을 칭찬으로만 받아들이고 순수하게 기뻐하기엔 내가 너무 오래 살았을까.
나는 목적과 의도가 있는 친절과 웃음과 칭찬이 얼미나 많은지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도 모르게 과분한 이 칭찬에 숨어있는 뜻을 찾아보려 현미경을 들이댔다. 그 결과 글의 수준과는 상관없이 격려와 용기를 주기 위한 선한 의도가 피드백의 반 이상을 차지했으리라 나름대로 판단했다.
그래서 강사님의 꼼꼼하고 친절하고 정성스러운 피드백에 대한 참가자들의 감사의 카톡글 사이에 나는 이런 톡을 보내고야 말았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좋게만 평가를 해주셔서요... 저는 솔직히 엄한 피드백을 각오하고 있었거든요... 괜찮으시다면 제 글의 단점, 약한 점, 앞으로의 방향(소설? 에세이?)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상처받을 각오도 되어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강사님은 나의 요청을 수리하셨다고, 다른 분들도 단점 지적 요청해 주시면 매운맛으로 해드리겠다고:) ... 답을 쓰셨다.
이렇게 하고 나니까 나는 또 너무 매우면 어떡하지? 하는 후회가 살짝 들기도 했다. 아마도 강사님이 읽어보기 전이었다면 엄한 피드백 요청 글을 삭제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왜 이렇게 가볍고 변덕스러운가...
그러나 나는 강사님의 피드백 글을 따로 캡처해서 저장해 두고 시시때때로 들어가 읽고 또 읽는다. 이제는 거의 외울 지경이다. 가끔은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느낀다. 피드백을 받은 토요일 저녁에 모임이 있었는데 다른 때와는 달리 아주 많이 떠들고 무지 신나게 놀았다. 술을 꽤나 마셨는데 취하지도 않았다. 노래방에 가서는 완전 나의 독무대처럼 놀았다. 친구들이 무슨 일 있나? 오늘 왜 그렇게 기분이 좋은데? 하고 물어올 정도였다.
나는 아직 나의 시간들을 비밀로 간직하고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적용되는 시기는 지나도 아주 많이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그날 나는 결국 칭찬에 춤을 춘 셈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