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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니 Mar 13. 2024

숙명처렁... 너무 거창한가? 히히...

응모마감 17일 남았다

  지난 2월 12일 나는 처음으로 글쓰기 수업을 시작했다. 3월 1일까지 3주 동안 토일을 제외하고 하루 한편씩 글을 썼다. 아침 6시 강사님이 주는 한 문장으로 한 편의 글을 써서 그날 밤 12시까지 카톡에 올리는 방법이었다. 나는 이 글쓰기 수업을 친구 때문에 시작하게 되었다. 나의 오랜 꿈을 아는 유일한 친구였다. 내가 퇴사한 것을 알고는 이제 시간도 많으니까 글쓰기 수업 한 번 받아보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내 허접한 글에 대한 부끄러움과 재능 없음을 확인시켜 줄지도 모르는 평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2월 초에 그 친구가 카카오페이로 현금 5만 원과 글쓰기 수업 사이트를 보내주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영영 하지 않을 것 같았다나...

그 친구의 마음은 늘 그랬듯이 고맙게 받았다. 그런데 현금 5만 원이 마음에 걸렸다. 다시 돌려주기도 다른 데 쓰기도 만나서 밥을 사주기도 애매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루에 한 편씩 글을 쓸 자신도 없었다. 오래전 잡지사에 다닐 때 늘 마감에 대한 압박을 받고 살았던 기억 때문인지도 몰랐다.


어쨌든, 그렇게 그 친구 덕분에 시작하게 되었다. 걱정이 무색하리만큼 나는 하루에 한 편씩 글을 써내고 있었다. 그렇게 쓴 글이 에세이 10편과 단편소설(초고) 세 편이었다. 사실은 에세이라 하기도 단편소설이라 하기도 부끄럽지만. 이틀은 단편소설 2편을 퇴고해서 올렸다.


  강사님의 피드백은 매주 토요일 두 번이 있었다. 나는 너무나 과분한 칭찬의 피드백을 받았다. 특히 단편소설에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과 작가적 관찰력, 그리고 글을 열고 닫는 세련된 구성 방식까지, 아직 출간을 안 하셨다면 왜 여태 책을 낼 생각을 안 하셨는지 의문이 들 정도의 노련한 글쓰기를 보여주셨습니다. 특히 금요일 글은 만 하루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이 정도의 분량과 완성도를 지닌 단편소설을 쓴다는 것은 전업작가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라 굉장히 놀랐습니다. 단순히 분량만 늘려 쓴 것이 아니라 캐릭터 한 명 한 명이 입체감을 지니고 있어 선생님이 글을 오래 쓰신 분이라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라는 피드백을 받고는 어 아니 벙벙할 정도였다. 물론 이 칭찬이 100프로 진실이라고 믿을 정도로 어리거나 미성숙하지 않다. 50프로 이상이 글쓰기의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한 과장된 칭찬일 것임을 알았다.


  그래도 그 과분한 피드백의 결과로 나는 지금 응모를 준비하고 있다. 신년초에 벌써 다이얼리의 3월 31일 칸에 '응모마감일'이라고 적어 놓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그냥 응모도 못하고 넘어갈게 뻔하다고 미리 반쯤은 실패할 쪽으로 결론을 내려놓고 있었다. 그만큼 자신이 없었는데 친구의 과감한 투자(?)와 예상외의 과분한 피드백으로 약간의 자신감을 얻었고 3월부터 퇴고에 들어갔다. 글쓰기 수업에서 쓴 세 편과 노트북에서 잠자고 있던 미완성의 두 편을 포함 다섯 편 중 두 편을 골랐다. 친구는 본격적인 소설 쓰기 강좌를 찾아서 해보라고 했지만 일단 나는 3월 30일의 문학지 응모를 해 놓은 다음에 고려해 보겠다고 했다.


  그렇게 야무진 마음을 먹고 3월을 맞이했는데.... 어쩐지 퇴고가 하기 싫어졌다. 변덕도 이런 변덕이 없다. 어디를 어떻게 해야 될지도 모르겠어서 미루고 또 미루었다. 가끔 들어가서 한 두 줄 고치다가 말았다. 어제도 퇴고는 하지 않고 최진영의 장편소설 (내가 되는 꿈)을 다 읽었다. 그 외의 시간은 온통 소설 생각뿐이었다. 어렴풋이 두 개를 골라 놨고 오늘은 그 두 개를 아침 10시 무렵부터 저녁 5시까지 읽고 읽고 고치고 고치고 했다. 분량은 얼추 맞춰졌다.  이번만큼은 끝까지 가보자. 실패? 이젠 두렵지 않다. 그럼 뭐가 두려운가... 못할 게 뭔가... 힘들고 버겁고 답답하고 막... 이게 맞나... 하루에도 열두 번 손바닥 뒤집듯이 마음이 오락가락하지만....  그래도... 결국은 이렇게 되지 않았는가... 백번을 돌고 돌았는데 결국 나는 이 길 위에 이렇게 서 있지 않은가... 숙명처럼... 너무 거창한가? 히히....  


자.....  파이팅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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