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평범함이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힘이라지요...
에고~~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느닷없는 계엄령에 제주항공 비행기 사고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혼란스럽고 불안하고 화나고 슬픈 맘으로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셨겠지요... 그래도 겨울답게 춥고 눈은 내려 쌓이고 공항은 긴 연휴로 전에 없이 북적이고 귀성길 고속도로는 어김없이 정체되고 휴게소의 음식은 여전히 맛있습니다. 조종사는 비행기를 조종하고 버스기사는 버스를 운전하고 상인은 물건을 팔고 요리사는 요리를 합니다. 오랜만에 보는 부모는 부쩍 늙었고 오랜만에 보는 아이들은 또 부쩍 자라 있습니다.
지난주엔 지인 부모님의 장례식장에도 다녀왔고 다음 주엔 친구 자녀의 결혼식에도 가봐야 합니다. 지난해 10월 결혼한 조카의 임신소식도 들려옵니다. 내일로 예약된 치과에서는 어김없이 예약문자를 발송해 옵니다.
이제 쌓인 눈은 드문드문 잔설로만 남아 있고 강추위도 물러나고 어쩐지 바람이 부드러워지고 해가 길어졌습니다. 제 아무리 춥고 혼란스럽고 불안하고 화나고 슬퍼도 세상은 돌아갑니다. 아직은, 올바른 방향으로 돌아갑니다. 가끔은 거꾸로 돌아가는 듯하여도 말입니다.
이렇듯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힘이 우리 각자의 <평범성>에 있다는 것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로 인해 읽게 된 책 <메리올리버의 긴 호흡>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비행기표를 구입해 뉴욕에서 샌프란스스코까지 날아간다고 가정해 보자. 안전하고 친숙한 땅에서 떠올라 열 수는 없으나 아찔한 고공을 내다볼 수 있는 작은 창문 옆에 앉았을 때, 당신은 조종사에게 무엇을 요구하겠는가?
단언컨대, 당신은 조종사의 자아가 규칙적이고 평범하기를 원할 것이다. 그가 그저 차분한 즐거움을 느끼며 일에 임하기를, 멋지거나 새롭기를 원하진 않을 것이다. 그가 일상적으롤 자신이 할 줄 아는 것, 곧 비행기를 날게 하는 일을 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그가 공상에 젖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그가 어떤 흥미로운 생각의 미로로 접어들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그 비행이 색다르지 않고 평범하기를 원할 것이다. 외과의사, 앰뷸런스 운전사, 선장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들 모두 자기 일에 대한 자신감을 주는 익숙함 속에서 평소와 다름없이 일하면 된다. 그들의 평범성은 세상의 확실성이 된다. 그들의 평범성은 세상을 돌아가게 한다. - 메리 올리버, 긴 호흡 15 - 16 p>
이틀 전 설날 아침에 끓여 먹고 남은 떡국과 만두로 떡만둣국을 끓여 식탁에 앉은 늦은 아침, 골 난 아이처럼 잔뜩 웅크리고 있던 하늘에서 눈이 나리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 아니면 무엇인가가 골 난 하늘을 가만가만 쓰다듬어 주었나 봅니다. 이번에는 폭설이 아닙니다. 조용히 가만가만
꽃잎처럼 난분분 난분분 나립니다.
설날이 이틀 지나 남은 떡국과 만두로 떡만둣국을 끓여 먹는 이 평범한 겨울 아침에 눈까지 나리는 진짜 평범한 겨울입니다. 뜨거운 떡국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고개를 들어 눈 나리는 밖을 건너다봅니다. 마음이 고즈넉해집니다. 겨울이 깊으니 봄이 멀지 않으리라는 평범한 기대감이 생깁니다.
이 지극히 별거 아닌 평범함이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힘이라는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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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