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썩이며 자란 둘째오빠 퇴직후 조선두부 만드시네

국산콩 100 프로 조선두부 이마트 광교점장으로

by 찌니

새벽녘에 잠이 깨어 핸드폰을 켜고 시간을 확인하다가 가족밴드에 올라온 둘째 오빠의 글과 사진을 보았다. 포장된 두부와 콩물이 든 페트병이 진열된 매대 뒤에서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앞치마를 입고 매대를 집고 서 있는 둘째 오빠는 좀 야윈 듯 보였지만 그 훤칠한 키와 잘 생긴 외모는 그대로였다.

둘째 오빠는 대학교 교직원으로 근무하다가 3년 전 희망 퇴직자가 되었고 지금 61세다.

퇴직 후 시골에 혼자 계시는 엄마에게 자주 내려가 직접 요리를 해서 같이 밥을 먹고 함께 병원에 다니고 놀러도 다니고 빨래며 청소도 하는 등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엄마는 둘째 오빠를 자주 볼 수 있고 가끔은 같이 생활할 수 있어서 좋으면서 한편으로는 한창 일할 나이에 시골에서 늙은 에미 수발만 들고 있는 걸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잠깐 둘째 오빠가 친구 공장에 다니게 되었을 때 무척이나 기뻐하셨다. 좀 힘들어도 아직은 일할 나이라고... 에미한테는 가끔 와도 된다고.... 괜찮다고.... 아직은 괜찮다고.... 엄마가 그렇게 너무 기뻐하셔서 건강 등 사정으로 그 공장을 그만둔 후에도 둘째 오빠는 한동안 엄마에게 공장을 그만둔 얘기를 하지 못했다.


둘째 오빠는 자라면서 엄마의 속을 다섯 형제 중 가장 많이 썩였다. 온순한 성격의 첫째 오빠와는 달리 말썽을 부리고 아버지에게 대들고 두들겨 맞는 게 거의 다반사였다. 나는 아직도 고등학교 교련복을 입고 마루 끝에 앉아 밥을 먹는 둘째 오빠의 밥상을 지게작대기로 내리치시던 젊고 성난 아버지의 모습을 뚜렷이 기억한다. 고등학생이던 둘째 오빠의 책가방에서 담배를 발견한 아버지가 회초리로 둘째 오빠의 종아리를 피가 맺히도록 때리시던 모습도 기억난다. 고집과 반항으로 똘똘 뭉친 당시 질풍노도의 한복판에 서 있던 둘째 오빠는 비명 한 번 지르지 않고 잘못했다 말 한마디 않고 아버지의 그 성난 회초리를 그대로 맞으며 서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 옆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마른 입술을 깨물며 마른 울음을 삼키며 어쩔 줄 몰라하던 젊은 엄마의 애타는 모습도 생생하다.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운동권에 들어가서 또 엄마의 애간장을 태웠다. 시골에서 방위병으로 근무할 때도 무슨 큰 사고를 쳤던 모양이었다. 엄마는 그때 마침 시골에 와 있던 첫째 오빠에게 도움을 청했고 엄마와 첫째 오빠는 한밤중에 술 취한 아버지가 깊은 잠에 빠지길 기다렸다가 곳간에 들어가 곡식을 빼내서 경운기에 싣고 미친 듯이 골목길을 내달렸던 일은 가족 모임 때마다 나오는 단골 메뉴가 되었다. 지금은 옛날 이야기 하듯 하며 모두 한바탕 웃지만 웃음 끝엔 알 수 없는 그리움으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물을 글썽였다. 우리 가족은 엄마를 닮아서 눈물이 많다. 그렇게 빼낸 곡식을 팔아서 둘째 오빠의 사고 뒷수습을 했던 게 몇 번이었는지...


시골 엄마에게 자주 내려가고 엄마 가까이 살면서 농사를 짓는 첫째 오빠의 농사일도 돕고 좋아하는 골프를 치러 다니던 둘째 오빠가 몇 달 전부터 뭔가를 시작하려 한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오더니 드디어 시작한 모양이었다. 하고 많은 사업 중 하고 많은 품목 중 하필 '두부'일까 싶었다. '두부'라면 돌아가신 아버지가 가장 즐겨 드시던 술안주였고 엄마와 할머니가 하루가 멀다고 만들어 대던 음식이었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내려간다면 엄마가 맨 먼저 만들던 음식이었다. 퇴직 후 둘째 오빠는 여러 번 엄마와 함께 두부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니 둘째 오빠에게 '두부'만큼 익숙하고 잘 아는 음식은 없을지도 모른다. 우연이라면 아주 절묘한 우연이 아닐 수 없다.


---다들 사업이다 뭐다 하여 궁금해 들 하시는 것 같아 부담스럽습니다. 염려와 걱정은 너무 하지 마시고 알아서 잘하려니 하고 지켜들 봐 주십시오. 개인사업이지만 공식 직함은 ㅇ 마트 ㅇㅇ점 ㅇㅇ두부 점장입니다.

ㅇ마트 휴무일이 2, 4주 일요일입니다. 점장이다 보니 쉬는 날이 별로 없어서 엄마 보러 가기가 무척이나 힘들어지는 것이 맘에 많이 걸리지만 자주 못 봐도 내 취업하는 걸 더 좋아하시는 엄마라서...ㅋㅋ 좋은 밤들 되십시오. ----


아 둘째 오빠가 드디어 올케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아니 설득했나?) 사업을 시작했구나 드디어…..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꿈속에서 사진으로 본 둘째 오빠 가게가 나오고 엄청 큰 가마솥에 콩물이 펄펄 끓어 넘치고 하얀 세프복을 입은 낯선 남자가 두부 장인이라고 나오고…. 꿈속의 나는 오빠의 개업을 축하해 주고 오빠의 배웅을 받으며 나가는 길인데 빈 손으로 온 것이 맘에 걸려 꽃이라도 사서 다시 가보려고 꽃가게에 가서 꽃을 고르고…. 뭐 이런 어지러운 꿈을 꾸다가 깨어났다.

정신을 좀 수습한 후에 댓글을 달았다.

--둘째 오빠 드디어 기어코 ㅎㅎ 시작했구먼요….. 오빠는 사람들 상대를 누구보다 잘하는 성격이니까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잘 될 것 같아요….. 어쩌면 뒤늦게 오빠 성격에 딱 맞는 직업을 찾아서 대박 나는 거 아닌가 몰러요…. 축하하고요…. 대박 나시고.... 그렇다고 절대 무리하진 마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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