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팀의 조작인 줄 알았다

조회수 4천 돌파.....

by 찌니

아침 6시 무렵 어제 써서 저장해 둔 '아픈 남편 두고 일박이일 동창모임에 갔다 왔다'를 발행했다. 늘 그랬듯이 라이킷과 조회수가 천천히 올라갔다. 라이킷 열개, 이 정도면 이번에도 창피하지 않을 정도는 되었으니 되었다,라고 생각했다.

회복기 환자 같은 남편에게 무얼 해서 먹여야 하나 주방을 서성이며 냉장고를 뒤져 보다가 청국장찌개와 오징어부추전과 둘째 오빠가 만든 조선두부를 들기름에 구워 내기로 했다. 잠시 짬이 나서 식탁 위의 핸드폰을 열어보았더니 웬일인가 조회수가 100을 돌파해 있었다.


별일이네... 뭐 별다른 글도 아닌데....


다시 요리를 하다가 또 확인해 보았다. 200 돌파... 잠깐 나갔다가 들어와 보면 조회수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팍팍 올라갔다.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별일이네....


아하.... 브런치팀에서 조작하고 있나 보다. 브런치 작가가 된 지 두 달이나 되었고 발행한 글도 50개가 넘었고 브런치북도 세 개나 만들어 응모해 놨는데 브런치북 라이킷은 0, 구독자 10명에 발행 글 라이킷은 10개 언저리 조회수는 30에서 40 언저리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답보 상태에 있으니 브런치팀에서 용기를 주기 위해서 조작하는 거구나....


그렇게 나 혼자 결론을 내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이유가 없는 것 같았다.


남편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폰을 또 열어 보았다. 라이킷은 변함이 없는데 조회수가 5백을 넘었고 댓글이 두 개가 달려 있었다. 댓글을 읽어 보고 나는 얼굴이 굳어졌다.


이거였구나...


내 글의 중간쯤에 이런 대목이 있다.


<서른여 명이 참석한 동창들 중에 2년 전쯤에 아들을 잃은 동창이 있었다. 한 깐깐한 동창이 술김에 아들이 죽었는데 저렇게 술 먹고 노래 부르고 잘 논다고 지나가듯이 말을 한 모양이었다. 그 말이 어떻게 어떻게 해서 당사자의 귀에까지 들어가 당사자가 울었다는......>



댓글은 두 개 모두 내 글의 중간쯤에 작은 에피소드로 넣어놓은 이 동창에 대한 성토였다. 아무리 술김에라도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느냐는 거였다.


아차, 싶었다. 다음날 그 깐깐한 동창은 진심 어린 사과를 했고 당사자는 사과를 받아줘서 잘 마무리가 되었다는 얘기를 잊어버리고 쓰지 않았던 거다.


나는 급히 수정에 들어갔다. 그리고 답글도 달았다. 다음 날 진심 어린 사과를 한 후일담을 깜빡 잊고 쓰지 않은 나의 불찰과 읽는 분이 별로 없어서 너무 안일하게 가볍게 쓴 것 같아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고도 썼으며 그것은 일말의 거짓도 없는 나의 진심이었다.


식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면서 생각해 봤다. 나는 그 글에서 무엇을 읽어주기를 바랐나...

아픈 남편을 두고 동창모임에 참석한 나의 심리? 기분? 의식의 흐름? 아니면 동창모임의 분위기? 남편에게 갑자기 찾아온 복통의 원인과 진단 결과? 어쩌면 큰 병이라는 진단이 나올지도 모르는 불안 앞에 선 나의 약해빠진 정신상태?


그러니까 내가 가장 허술하게 다룬 대목을 읽는 사람은 가장 공감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는 간과한 것이다.


오후 네 시가 넘었고 조회수가 4천을 돌파했다. 이렇게까지 오른 다른 이유는 또 뭐가 있을까.... 혹시 중병에 걸려 거동도 불편한 아픈 남편을 나 몰라라 하고 동창모임에 참석한 나쁜 아내의 이야기인가 싶어서 들어와 보는 건가? 그렇다면 제목이 미끼였단 얘기?


이건 기뻐해야 할 일인가 두려워해야 할 일인가.....


그런데 조회수만 겁나게 오를 뿐 라이킷이나 구독자는 단 한명도 늘지 않는다. 이건 무얼 의미하는 걸까.

제목 보고 호기심에 들어와 봤는데 결국은 별거 아니라는 뜻이겠지. 문장도 내용도.


그러니까 이건 기뻐할 일도 두려워할 일도 아닌, 부끄러워 해야 할 일이다.


오히려 조회수가 없을 때보다 더

부끄럽고 참담하다.


어찌해야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자꾸 써 올려도 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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