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학원 학과교육 3시간이 있는 날이었다. 10시 시작인데 카카오택시 불러 타고 9시 10분에 도착했다. 막 교육받고 싶은 설렘이나 기대로 빨리 도착한 건 아니었다. 교육의 시작도 끝도 미리 받은 수강카드로 현금인출기 같은 기계(학사관리교육예약시스템)에 센싱 하여야 하며 10분 이상 지각하면 교육을 받을 수 없다고 해서였다. 처음 하는 거니까 당연히 서투를 것이고...그러니 혹시 내가 잘 못 하여 기계가 고장이 날 수도 있고....믾은 수강생들이 센싱할 것이니 잘 안될 수도 있고...방빕이 복잡할 수도 있고...하여튼 나는 크든 작든 기계 앞에서는 위측되니까.
그래도 너무 일찍 도착했다. 아직 아침의 산뜻하고 청량한 공기가 남아 있었다. 30분 정도 밖에서 어슬렁거리다 들어가도 될 것 같았다. 다행히 나는 낯선 동네를 기웃거리고 어슬렁거리며 구경하는 걸 좋이한다.
거기 공원이 있었다. 그것도 주택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깔끔하게 정돈된 인공적인 느낌의 공원이 아니라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느낌이 나는 공원이었다. 키 작은 나무들이 빼곡히 사방팔방 자유분방하게 넘어질 듯 휘어져 있었다. 뭐랄까.... 태풍이나 산불 같은 한바탕 재난이 휩쓸고 지나간 후 다시 막 시작되는 숲이랄까... 하얗게 내려앉은 서리를 뒤집어쓰고 있는 아직 푸른 풀과 이름 모를 꽃과 낙엽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한 곳에는 비둘기들이 모여 아침을 먹고 있었다. 아침 운동 나온 동네 어르신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뜻밖의 풍경에 넋을 놓고 걷고 있을 때 남자를 태운 자전거 한 대가 휙 지나갔을 뿐이다. 앞으로 이 운전학원에 올 때마다 자주 이용할 것만 같았다.
9시 30분쯤 학원에 들어섰다.
10여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운전면허시험 책자를 펴 들고 문제 몇 개를 풀다가 고개 들어보니 아무도 공부하고 있지 않았다. 괜히 머쓱해져서 문제집을 다시 가방에 넣었다
10시가 가까워오자 순식간에 수강생들이 들어찼다. 수강생들을 따라
학사관리교육예약시스템에 줄을 섰다. 앞사람들이 하는 그대로 미리 받은 수강카드를 센싱하고 지문을 찍었더니 입실하십시오... 하는 시스템의 허락이 떨어졌다. 별거 아니었다.
1교시 10시부터 10시 50분
2교시 11시부터 11시 50분
3교시 12시부터 12시 50분.
열심히 공부하려고 맨 앞자리에 앉았다.
예순이 조금 넘었다는 남자 강사는 허튼 소리나 농담 한마디 없는 단정하고 딱딱한 강의를 진행했다. 첫 시간에 잠깐 졸기도 했지만 준비해 간 노트에 낯선 용어를 적어가며 집중해서 들었다.
교육 끝난 후 일주일 전 상담한 얼굴이 작은 30대 여직원과 장내 기능시험 일정에 대해서 상담했다.
상담이 끝나갈 즈음 여직원이 첫 상담 때 했던 말을 또 했다.
" 장내 기능교육은 이틀 네 시간으로... 아마 많이 어려우실 거예요... 나이가 있으셔서..."
틀린 말이 아닌데, 아니 오히려 너무 정확하게 딱 꼬집은 말이어서 마음이 언짢아졌다. 물론 얼굴에 그 감정을 절대 띄우지는 않았다. 그 정도의 자존심은 있었다. 이게 자존심인가 싶기도 하지만.
상담이 다 끝나고 셔틀버스 이용하시라는 여직원의 말에 됐어요, 하며 쌩, 일어나 나와서 터덜터덜 버스정류장 찾아 걸어갔다. 결국은 그렇게 살짝 표시를 내고 말았다.
그냥 살던 대로 살지... 괜히 시작했나...
의기소침해져서는...
집 근처 단골 커피숍에 들어가 교육받은 노트를 펼쳐 보았다.
1교시
연습면허유효기간 1년
규제속도
법정속도
100/20 비 눈 20 미만
100/50 눈 20 이상 가시거리 100 이내
2교시
음주운전
인지 판단 조작
왼쪽 앞지르기
오른쪽 앞지르기 절대 없다
진로변경 차선변경 안 되는 곳
횡단보도 교차로 차선 그을 수 없다
신호 없는 교차로 1. 먼저 진입한 차 2. 오른쪽차
마찰력 관성주행 원심력 구심력 베이퍼룩현상 여름철 브레이크오일 기포발생 풋브레이크 엔진브레이크 페이드현상 경화현상 고속주행 긴 내리막길 열 발생 수막현상 비 오는 날 스텐딩웨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