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길씨가 아침 일찍 수돗가 철제의자에 앉아있다. 나는 대빗자루를 가지러 그의 옆을 지나갔다. 그는 걷어 올린 바지를 내리면서 말했다.
“까불이 새끼들이 없어졌어요. 어제는 세 마리가 오늘은 두 마리마저 안 보여요.
그의 목소리는 우물쭈물했다.
“아침부터 뭔 말이에요? 어제저녁 참에 내가 황태포 줬을 때 다섯 마리 다 있었는디.”
성길씨는 새끼들이 없어졌는데, 저러고 태연자약하게 앉아 있다. 마을회관 가서 새끼들 없어졌다고 방송은 못 할망정, 그의 흐릿한 모습이 나는 석연찮았다.
“누가 집어갔나 봐요.”
그는 지금 폴딱폴딱 뛰어도 모자랄 판에 너무나도 가볍게 말을 했다.
“옴매! 말도 안 되는 소리. 내가 한 발짝만 움직여도 새끼들이 보일러실로 우르르 몰려가 버리는디. 아저씨만 안 피허고.”
“누가 가져간 게 분명해요. 어미가 밤새 울면서 찾아다녀요.”
성길씨가 저렇게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확신에 찬 그의 말이 나를 더 불안하게 했다.
“생각을 해봐요? 누가 보일러실 안까지 들어와 데꼬가겄어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방으로 들어와서 대전 동생 순원이에게 했다.
“아니, 고양이 새끼 다섯 마리가 한꺼번에 없어져 버린 게 말 되냐?”
“애들이 낯을 많이 가리잖아?”
“당연허지! 마당에서 놀다가도 날 보면 피허는디. 간식도 먼디서 던져줘야 허고”
“혹시 아저씨가 귀찮아서 분양해 버린 거 아니야?”
“어, 그럴 수도 있겄다! 분명 내부 소행이여. 사룟값 든다고 까불이 엄마랑 형아랑 쫓아냈거든. 나랑 사료를 번갈아 사 주기로 합의했었는디도.”
정황은 있는데 증거가 확실치 않았다. 증거도 없이 들이댈 수도 없고 나는 산에 올랐다. ‘이럴 때 산이가 있었으면 내 발꿈치 뒤를 졸졸 따라 왔었을 텐데. 산이는 성길씨가 지난밤 한 일을 알 수도 있었을 텐디.’
산이가 하늘에 있으니 물어볼 수도 없고. 화를 삭이느라 중얼거리면서 걸었다.
인천공항에서 해외로 입양 가는 애들과 유기견들이 떠올랐다.
나는 강아지를 키우면서 어미와 새끼를 떼어 놓는 게 마음 아파 중성화 수술을 시켰다. 어떤 이는 그게 더 잔인하다고 했지만 나는 엄마랑 떨어지는 게 더 무서운 일이라고 믿었다. 나는 여섯 살 때 엄마랑 떨어져 6개월 동안 병원에 입원한 적 있었다. 그때의 공포를 나는 지금까지 잊을 수 없다.
나는 잘난 머리로 새끼들 행방을 추리했다. 그러다가 술안주로 계란찜을 준비했다. 그때 마당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창밖을 내다봤다. 새끼 두 마리가 어미 도도랑 뽀뽀를 하고 얼싸안고 있었다. 까불이는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앗싸, 지금 술이 문제냐.’
나는 마당으로 바람처럼 달려 나갔다.
‘그럼, 나머지 세 마리는?’
미스터리다. 나는 성길 씨를 의심하면서 계속 추론해 본다. 성길 씨가 세 마리를 잡아서 분양하는 것을 보고 놀란 새끼 두 마리가 도망갔다. 어딘가 꼭꼭 숨어 있다가 엄마 울음소리를 따라 두 마리가 돌아왔다. 그럼 얼마 전 성길씨가 새끼 주려고 샀던 참치캔은 뭐라는 말인가. 내 머리로는 헷갈린다.
성길씨는 아빠 까불이 어미 도도 새끼들까지 퉁 쳐 나비라고 불렀다.
나는 새끼들 이름을 순동이 와 점박이로 지어줬다. 성길씨는 새끼들 이름을 입안에서만 굴렸다.
“아저씨, 순둥아! 점박아! 이렇게 크게 불러보세요.”
“부를 일 있으면 부르겠지요.” 하면서 집으로 쌩 들어갔다.
‘이름 한번 부른 것이 무시 저렇게 부끄러울까. 데이트 헐 때 여자 부를 때 여기요 저기요 했으까’
그 후로도 새끼 세 마리는 볼 수가 없다. 이 사건은 고골에서 일어난 고양이 도난 사건의 실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