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품들의 사계

혼자 마시는 마오타이 240

by 불량품들의 사계

혼자 마시는 마오타이



폭설이 내리는 목포 북항

혼자 마오타이를 마시며

단둥 밤거리를 생각한다

플라스틱 의자에 앉은

청바지에 김이 서리는데

열 페이지도 넘는 글을 외워

쩌렁쩌렁 낭송하는

조선족 시인들,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나를 갸웃거린다

푹푹 빠지는 단둥 뒷골목,

흔들리는 알전구 아래

독한 마오타이를 뿌려 양꼬치를 굽는 사람들

희미한 불들이 새어 나오는

강 건너 소금 창고 같은 집

볼이 튼 사람들 밥은 먹었을까

눈썹이 뽑힐 듯 차가운 날

이를 잡는

곱은 손을 생각하면서

멈춰버린 강을 내려다본다

같은 말을 하며

서로 다른 곳으로 한없이 흘러가는 국경의 밤

눈보라 치는 단둥 거리

몇 갈래 길을 눈송이가 지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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