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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레나 Feb 07. 2022

안녕, 라스베이거스


2003년 번쩍번쩍 도시가 나오면서 헬기를 타고 그랜드캐니언을 지나서 라스베이거스 웰컴 사인이 보이면서 이병헌이 올인! 을 외쳤던 드라마가 유명했었다. 그때 내가 어린 나이였지만 그 장면은 잊히지가 않아서 머리에 맴돌기도 했었는데 그때 내가 처음 TV로 마주한 라스베이거스였다.



올인이라는 드라마가 유행을 하면서 한국, 일본, 중국에서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호텔리어를 꿈꾸며 유학을 많이 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실제로 내가 다녔을 때에도 학교에는 미국 현지인을 제외하고는 유럽 사람들과 다른 인종의 사람들보다 한국인과 중국인의 비율이 가장 많았다. 대부분은 호텔경영학을 위해 네바다주립대학교로 오고 유학생이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그 드라마를 보면서 ‘우와’라는 감탄만 했지 그때는 내가 여기로 유학을 올 거라고 상상도 못 했는데 여기에서 공부를 하고 현재 여기서 살고 있다니 아직도 가끔 신기할 때가 있다.


미국 유학이나 이민을 왜 라스베이거스로 가? 캘리포니아 쪽이 더 좋지 않아? 등 부모님의 친구분들도 그런 이야기들도 많이 하셨고 라스베이거스는 어른들의 인식에는 카지노 도박이 유명하기도 하고 영화나 TV에도 유흥의 도시로 소개가 되어 각인된 인식이 크게 차지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라스베이거스를 배경으로 CSI 살인사건이 관련된 드라마들도 나오고 나 역시도 라스베이거스로 오기 전에는 화려하고 위험한 그러한 배경으로만 생각을 했다. 라스베이거스 호텔에 있는 거리에는 쭉 호텔들이 화려하게 줄을 서있고 이 거리는 24시간 동안 잠들지 않는 도시로 유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게임을 하고 호텔 불은 24시간 동안 켜져 있으며 낮과 밤은 다른 모습의 거리이기도 하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종종 물어보는 말은 나처럼 라스베이거스에서 자리를 잡고 살고 있는 사람들 역시 호텔 옆 화려한 공간에서 길을 나가도 빛이 비치고 낭만의 도시일 것 같다고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내가 라스베이거스에 살다 보니 고등학교 때 이후로 못 만났던 친구들을 생각보다 많이 만나게 된다. 도시가 신혼여행으로 많이 오는 곳이기도 하고 취업 전 미국 여행을 하는 친구들에게는 LA-라스베이거스-그랜드캐니언 이 최적의 코스이기 때문에 항상 매년 놀러 오는 친구들을 한 번씩은 보게 된다. 친구들은 관광지에 사는 내가 신기한지 이런저런 질문을 많이 물어본다.


“집 앞이 이러한 화려한 도시라면 나 같으면 정말 매일 나올 거 같아! 그렇지?”

이 질문은 놀러 오는 친구들에게 매일 받는 질문인 것 같다. 사실 유학 생활을 하고 처음에는 신기하고 구경하기 위해 자주 나왔지만 1년 정도가 지나니 오히려 더 많이 안 나가는 것 같다. 나는 올해에는 내가 스트립을 얼마나 나갔지? 하고 마음속으로 세어봤다.

"딱 4번이었다. 그중 하루는 친구를 만나러 나오기 위해, 나머지는 화장품이 다 사용해서 사기 위해, 쇼핑하고 싶을 때"

오늘 만난 친구는 나에게 어제 있었던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내가 저녁에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호텔로 돌아가는데 사람들이 행동도 너무 거칠고 무섭게 쳐다보는데 여기서 살면 무섭지 않아?” 하고 물어보는데 스트립은 미국 현지 사람들도 관광객도 많고 분위기에 사람들이 기분이 신나 있기도 하고 술을 마신 사람들도 있어서 그렇게 보일 것이다.


화려한 Las Vegas Blvd에 한 줄로 쭉 호텔들이 서있는 스트립 뒤에는 스트립에 비해 로컬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5분 정도만 들어오면 조그마한 불빛들만 보이고 2층 이상의 건물도 없어서 대부분의 사람들 인식에는 생소하게 느낄 수도 있다. 그 화려한 뒤에도 역시 사람들이 사는 곳이고 여기에서 똑같이 한 가정들이 모여 똑같은 도시를 만든다. 뉴욕이나 엘에이처럼 학교들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커뮤니티 안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며 많은 회사들이 있고 한인타운과 차이나타운이 존재하며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을 기준으로 위험한 동네와 살기 좋은 동네들이 나누어지기도 한다. 나도 이러한 팁은 유학 생활을 하면서 여러 번 이사를 다니면서 알게 된 생활정보였다.


하지만, 살고 있는 사람들 커뮤니티에는 그렇지 않다. 그냥 간단하게 말해서 나와 똑같다. 일을 하고 하루를 마치고 집에 가서 저녁을 먹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공부를 하고 차분하다. 나는 이러한 대화들로 사람들의 시선에는 이렇게 비칠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이 들었다. 유학생활을 라스베이거스에서 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 남들이 보기에는 더 넓은 곳으로 가서 넓은 경험을 하고 화려하게 사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 곳에서 어디도 가지 못하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나의 라스베이거스의 삶은 오히려 한국보다 조용하다. 어제와 오늘 나의 일상은 일어나자마자 회사에 가서 일을 하고 저녁을 먹고 내일을 위해 또 잠자리에 들면서 재미있는 드라마나 영화를 시청하다 잠드는 일. 쉬는 날에는 친구들을 만나 근교에 좋은 커피숍을 찾아서 커피를 마시러 가는 일. 정말 보통보다 더 보통에 가까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 일상들과 내가 느꼈던 미국에서의 삶들을 공유하려고 한다. 멀리서 바라보던 반짝거리는 라스베이거스의 모습과 실제로 살고 있는 그 모습은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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