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새로운 사람을 알아갈 때 나 자신이 나에게 적용시킨 룰이 한 가지 있다.
앞으로 알아가는 사람도 아무리 내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어도 그 사람과의 거리를 두기.
그것이 내가 나 자신에게 적용시킨 룰이었다. 나는 항상 주변에 착하게 대하려고 하는 습관이 있는데 사람들은 지나쳐서 병이라고 말을 하는데 상처 주는 말을 못 해서 내가 감당하거나 나쁜 이야기를 들어도 그 앞에서 반응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 마음에 담아두었다가 상처로 곪아버린다.
나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를 잘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은 ‘하고 싶은 말, 할 말은 무조건 해!’라고 하지만 사람 성격을 바꾸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이십 대 후반부터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몇 번 사람들에게 실망을 하고 상처도 받아서 앞으로의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벽을 두고 바라보기 시작했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의 관계를 만들어가지만 시간을 두고 나를 보여주기 전 어떠한 사람인가를 먼저 관찰을 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1년이 넘게 걸려도 나는 나 자신을 깊숙하게 숨겨두었다. 이렇게 하게 된 건 앞으로 나자신을 다치지 않게 다 보여주지 않고 보호하려고 하는 나만의 방법이지 않나 싶다. 다들 오래전 과거의 사람과의 관계나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한 번 두 번은 힘든 시련이 오는데 우리는 그러한 경험을 통해 앞으로의 관계에 준비를 하는 게 아닐까.
어떠한 사람이든 사람은 자기가 궁지에 몰리거나 힘든 상황이 되면 환경에 따라 입장과 태도가 바뀌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그 당시에 나와 친했다고 하고 나와 비밀과 감정을 공유했음에도 조그마한 오해나 속상함으로 그 환경에 따라 나를 멀리 두기도 한다. 나중에 마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그때 내가 오해를 했어, 그렇게 이야기해서 어쩔 수 없었어라는 등 이러한 변명조차 듣고 싶지가 않기에 나는 나의 방법을 존중하기로 했다. 사회를 한 발짝 더 겪어보니 이러한 방법도 필요한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람을 관찰하는 버릇이 생기다 보니 이 사람이 어떠한 사람이고 어떠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는 시간이 빨라졌다.
그로 인해 앞으로 내가 나 자신을 보여주었다가 나중에 나에게 다가올 상황들도 머릿속이 스치듯이 들어 더욱더 조심하게 되었다. 좋은 사람 즉 나에게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들은 짧은 시간을 만나도 느낄 수 있다. 나를 진심으로 생각하는지 그렇게 말을 하고 대하는 행동이나 태도를 보면 ‘아 이 사람이 나에게 진심이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아닌 사람들은 말에서는 나를 생각한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어떠한 순간에 행동하는 모습을 보고는 아님을 알 수 있다. 스무 살 초반에는 아니구나를 느꼈을 때에는 당혹감과 배신감으로 나 자신을 꾸짖기도 하고 나에게는 왜 이러한 일이 생기는 것일까 느끼기도 했지만 이제 서른이 된 나는 그동안의 일들이 훈련이 되었는지 익숙하게 인정하게 되었다.
그 사람들은 그렇게 자기만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고 나는 그 조그마한 일들에 흔들려서 마음을 잡지 못하거나 절망감에 오랫동안 갇혀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왜 그러한 일들에 내 시간 낭비와 감정 낭비를 하는가. 너무 극단적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역시 나를 지키기 위해 벽을 두고 조그마한 상황에 무너져버릴 내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나 자신에게 토닥이며 이야기를 하는 말 중 하나이다. 아파도 시간이 지나가면 무뎌지고 가끔 떠올리면 마음이 뭉클해지는 조그마한 잔상으로 남으니 많이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일에는 각자의 입장이 있고 그 정도 깊이의 관계였던 것이다. 뭐든지 내가 감수하며 착하게 배려만 하고 나 역시도 하기 곤란한 일을 해주겠다고 손을 내밀어도 그 뒤에는 마지막에 나를 위한 벽을 세워 다쳤을 때도 조금 다치도록 그렇게 연습을 하는 게 어떨까. 내가 상대방에게 그만큼 해주고 바라면 나중에는 신뢰와 기대로 나에게도 그렇게 해주겠지 하고 바라게 되니 해준만큼 바라지도 말고 내가 다치지 않을 만큼만 해주는 게 어떨까.
지나간 관계에 더 마음 아파하지 말고 내 가치를 알아봐 주고 내 그대로의 모습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면서 같이 이렇게 살아가면 된다.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지 않듯이 나와 같은 생각을 갖기는 정말 힘든 일이다. 어긋나는 관계에 대해서 자꾸 고치려고 하고 그들에게 맞춰주려고 하면서 나를 계속 희생시키다 보면 진정한 나 자신을 잃고 말 것이다.
정말 나를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은 몇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옆에 항상 그대로 있을 것이다. 다시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항상 내 옆에 있어주는 사람들이 보일 것이다. 각자의 삶에 멀리 떨어져 있어도 연락을 너무 자주 안 하는 게 아닌가 걱정할 필요도 없고 ‘빨리 나와' 하면 왜 말도 안 하고 왔냐고 따지는 것보다도 내가 말을 못 할만한 그러한 사정이 있었겠지라고 생각하며 굳이 나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아도 반가운 마음에 바로 나와주는 그게 내 진정한 사람들이 아닐까. 그 사람들과 함께 더 가치 있는 삶을 만드는 것이 내 인생을 위해 더 행복한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