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신사역에 있는 펍에 갔다. 연말 파티를 할 겸 같이 만나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시작했다. 안주는 메뉴판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결국 직원의 추천을 받고 치즈가 듬뿍 들어간 나쵸와 바질 토마토 피자를 시켰다. 그러고는 한 명씩 다 생맥주 하나씩을 시키고 이런저런 일들을 시작했다. 나와 친구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절친들로 매년 연말을 함께 했으며 20살이 되어서도 학교가 끝나도 만나고 그렇게 한 명씩 어학연수를 떠나고, 떠나기 전 작별을 하겠다며 또 만나서 그 순간을 기념하고 돌아와서도 겪었던 일들을 다 하나하나 이야기를 해주고 감정을 공유하고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어느 순간부터 26살이 되자 주변의 친구들은 하나씩 하나씩 취직을 하기 시작했고 취업 준비를 하면서 마음을 졸이던 그 순간도 함께했다. 지금 현재 30살이 넘은 우리들은 만나면 하는 이야기는 '결혼 이야기' 아니면 '회사 이야기' 이 두 가지 주제뿐이다. 그렇게 결혼을 하기 위해 소개팅을 나갔다가 대뜸 처음 만나는데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결혼 생각이 있는지 등 배경을 물어보는 남자를 만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회사의 직장 상사에게 많은 일을 받고 밤 10시까지 야근을 하며 다음 날 아침에는 탈탈 털려서 멘탈이 나간 이야기. 썩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게 하소연과 가까운 이야기를 하면서 나중에는 '아 미국에서 어학연수 갔을 때가 너무 즐거웠는데,, 그렇게 소소하게 행복하게 살고 싶다. 미국은 제2의 기회의 땅이라고도 하잖아.'라는 이야기로 아쉬움과 함께 마무리를 한다.
나 역시도 미국으로 다시 이민을 오게 될 때에도 그러한 의심을 품고 미국에 왔다. 실제로 그러하기를 마음 한편으로도 바라기도 했었다. 이민생활을 다른 사람에 비해서 오래 한 건 아니지만 지금 3년 반이 되어가고 있는 현재에 내가 느낀 점은 미국은 제2의 기회의 땅이라고 말한 것처럼 한국보다 더 많은 기회를 만들고 잡을 수 있는 땅이 맞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점은 아니지만 그만큼 남들보다 더 노력하고 내 발전을 위해서 버티고 이겨내야 그 기회가 찾아온다.
나는 대학교를 졸업한 후 한국 회사에 취업을 했다. 취업하는 과정에서부터 주변 친구들을 보면서 많은 걸 보고 내가 직접 몸소 느끼기도 하였다. 한국은 우선 좋은 곳에 취직을 하려면 좋은 졸업장이 필요하다. 그 사람이 학점을 얼마나 받았고 학교생활을 하면서 어떠한 생활을 했는지보다 '무슨 학교에 나왔느냐'가 그 사람을 정하는 큰 결정요인이었다. 그렇기에 많은 친구들이 수능을 못 봐서 원하고자 하는 학교에 가지 못했을 때에는 편입을 따로 준비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내가 그곳을 가야 하는 이유인 왜 가고 싶은지? 보다 졸업하고 좋은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힘든 과정을 통해 취직을 하고나서부터 진짜 한국의 회사생활이 시작된다. 말단사원으로 시작을 해서 그 위에 계장, 대리, 과장, 팀장, 부장 많은 사람들이 내 위로 있고 그들의 의견과 원하는 바에 따라서 내 몸은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처음에 큰 꿈과 모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불 타오르는 의지를 가지고 시작했지만 실제로 마주한 회사생활로 현실을 깨닫게 되었다. 말단사원이란 나의 의견보다는 그저 내 주장을 뒤로하고 위에서 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나의 회사생활은 점점 지겨워져 갔고 나중에 나 자신을 뒤돌아보니 나는 의견을 내지 못하는 사람, 의견을 낼 생각도 없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우리는 가끔 TV를 보면 미국에 와서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담을 심심하지 않게 볼 수 있다. 성공한 그들조차 정말 힘들게 노력하고 일을 하면서 살아와서 성공을 쟁취한 것이지만 미국이라는 나라는 보통의 사람들이 노력을 하면 이룰 수 있게 배경을 만들어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내가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느꼈던 큰 괴리감은 직업에 대한 인식이었다. 그 인식 하나가 작아 보일 수 있지만 한국과 미국의 큰 차이점을 느끼게 해 준다. 예를 들자면 우리가 일상생활에 항상 타고 다니던 자동차가 고장 나면 어디로 가는가. 바로 차 정비소로 가서 수리를 받고 차를 고쳐온다. 내가 어렸을 때 눈 오는 날 언덕을 올라가다가 바퀴에 빙판에 미끄러짐을 느끼고 가까운 차 정비소를 갔는데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다른 한 손님들을 보았다. 엄마와 아이였는데 차 수리를 기다리면서 책을 읽기 싫다고 칭얼거리는 아이를 향해 그 아이의 엄마는 "너 이렇게 책 안 읽고 공부 안 하면 나중에 커서 여기서 일하는 사람이 될 거야. 그래도 안 읽을 거야?"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아이의 엄마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인식이 그렇다. 사실 알고 보면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하는 직업인데도 다들 그 직업에 대해서 그러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가? 정비소뿐만이 아니다. 환경미화분들도 그렇고 우리가 손에 잣대를 가지고 안 좋은 인식을 가지고 보는 직업이 몇몇 더 있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어떠할까. 한국과 정 반대다. Mechanic이라는 직업은 미국에서는 인정받고 그만큼 페이도 보통의 회사원들보다 몇 배나 더 많이 버는 직업 중 하나다. 그 직업에 있는 사람들은 더 자신의 일에 있어서 자부심을 느끼고 열정이 있으며 그 열정이 그 사람을 더 올라갈 수 있게 도와주는 원동력인 셈이다.
나는 항상 직업을 가지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위로 아닌 조언을 해주는 말이 있는데
돈보다는 내가 열정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직업을 골라. 그렇다면 나중에 돈은 저절로 따라온다
라는 말이다. 내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돌이켜보면 한국에 있을 때는 야근하고 그저 내 삶을 유지하기에 바빠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일에 열정을 느끼는지 알아볼 시간도 여유도 없었던 거 같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에 비해 딱 나에게 주어진 시간에 일을 하고 그 나머지 시간은 내 여유시간으로 사용을 할 수 있다. 그 여유시간에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인맥을 넓힐 수도 있으며 무리하지 않고 내 취미생활을 시작할 수도 있다. 내가 해주는 이야기를 실천에 옮기기 위해 그러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곳이다. 나 역시 그러한 여유시간에 나는 이것저것 생각도 많이 하고 내가 열정 있는 일을 찾아보고 결심한 충분한 시간을 가진 거 같다.
그렇기에 나는 솔직하게 말해주고 싶었다. 더 많은 기회를 주는 땅이라고. 직업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 않고 자그마한 직업에도 존중하며 그 가치를 안다. 하지만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미국이 아니더라도 한국이든 그 어디에 있든지, 심지어 사막에 두어도 성공한 백만장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사람 나름이라 내가 정의 내려 말하기는 힘들지만 내가 느낀 한국에서의 회사생활과 미국에서의 회사생활로 느낀 점은 그렇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라스베이거스 다운타운에 있는 Golden Nugget이라는 호텔의 경영지원 팀에서 일을 하고 있다. 경영지원팀 중 내가 속한 곳은 Guest Service Team인데 서로 다들 격려하는 분위기에 용기를 심어주기도 하고 문제가 생기면 같이 해결해나가기도 하면서 항상 파이팅을 외치며 일을 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도 많이 바꿔놓기도 하였고 일을 할수록 더 열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의 일과 관련된 일을 색다르게 보기도 하고 말단사원인 나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며 의견을 반영하는 회의에서도 나의 태도와 마음가짐은 다르게 만들어줬다.
나는 내 직속 상사에게 인터뷰를 보고 합격통보를 받자마자 건넨 말이 있다. '몇 년 후 내가 여기서 성장해서 나도 너의 위치까지 가서 좋은 상사가 될 거라고' 내 직속 상사는 그 말을 듣고 좋아했으며 내가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자신이 더 도와주고 많이 가르쳐 줄 거라고 답변을 줬다.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는 내가 감히 이러한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이렇게 일에 열정을 가지고 나 자신을 발전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을 찾을 수 있었을까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미국으로 오기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나는 항상 Yes라고 대답을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