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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레나 Feb 09. 2022

한국이라는 외딴섬에서 온 이방인 이야기

꿈만 가지고는 안 되는 미국 생활


처음 미국에 도착한 나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꿈만 같았다. 그저 거리에 서있는 사람들과 높은 야자나무,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미국만의 특이한 건물들을 보며 설레기도 했었고 미국에서 멋지게 살아남아보겠다며 마음속으로 다짐을 했다.


미국에서 멋있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언젠가는 꼭 그렇게 되겠다며 꿈을 가지고 왔지만 내가 미국에 오자마자 맞닥뜨린 상황은 내 꿈을 한 순간에 꺾어놓았다. 내가 미국에 왔을 당시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기간으로 'Make America Great Again & Keep America Great'를 외치고 있었고 경제를 비롯한 모든 것들이 America First 였다.


그 전의 오바마 대통령은 이민자들을 수용하고 그들의 인력을 이용해서 경제성장을 하는 과정이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와 정 반대로 아메리칸이 우선순위인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미국에 살고 미국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영주권이 필요한데 시민권과는 다른 개념이지만 미국에 영구적으로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한국을 포함하여 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영주권을 받기 위해서 미국 이민국에 신청을 하고 있는데 영주권을 받기 위해서는 결혼이 아닌 방법으로는 미국에 있는 회사 중에서 스폰서를 해주는 회사를 찾아야 한다. 그 후 이민국에 신분 변경 신청을 하고 영주권을 스폰서한 회사가 이민국으로부터 스폰서 자격이 있는지 검증을 받은 다음 신청한 사람도 다른 불법적인 기록이 없는지 검토를 한 후 인터뷰를 보고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이 짧으면 2년 반에서 길면 5년 이상이 걸리고 그 이상이 될 수 있다.



 

우선 미국 땅이 아닌 외딴섬에서 온 이방인에게 요구하는 조건의 첫 번째 관문이 영주권이지만 이 영주권은 미국에서 살 수 있게 해주는 제약조건 일 뿐이지 미국에서 나를 풍요롭게 살아가게 해 주거나 인생을 바꿔줄 로또는 아니다. 영주권을 받는다는 의미는 미국에서 살아가기 위한 것인데 그렇다면 미국에서 살아가기 위해 그 문화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한 발자국씩 미국의 회사와 미국의 생활환경에 들어가야 하는데 받고도 제자리에서 몇 년 동안 멈춰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렇게 익숙한 그들은 계속 그 자리에 있는 경우가 많다. 사실 그 이후가 더 힘들고 '아 나는 정말 외딴섬에서 온 이방인이구나'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말이다.




나는 맨 처음 미국 사회에 들어가기 노력했던 부분은 '영어'였다. 나 역시도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이 거쳤던 영어수업을 충분히 들었고 공부도 하였지만 하얀 종이 위에 놓인 지문을 읽고 답을 찍는 영어와 실제 미국인 앞에서 한 치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영어를 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심지어 나는 미국에 오기 전 강남의 한 유명한 회화학원을 다녔으며 그 학원에서도 평균보다 높은 반에 들어가 나름 에이스로 부르기도 했었다.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미국에 왔지만 나 빼고 미국 사람들 사이에서는 한 마디를 자신감 있게 완성할 수도 없었다. 눈치를 보며 목소리는 영어로 말할 때마다 뒤로 기어갈 듯이 말했으며 가끔씩 힘들거나 외로움을 느끼면 한국인을 만나게 되고 그들은 나의 힘듬을 이해할 수 없어! 라며 나 스스로에게 괜스레 말도 안 되는 이유를 정당화하며 되뇌었다.



맨 처음 내가 미국에 온 건 21살 때 대학생으로 라스베이거스에 오게 되었다. 그때도 이방인인 나에게는 영어로 수업을 듣고 숙제를 한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 한국 대학생활과는 다르게 미국 대학생활은 토론이 거의 50%였다. 교수님은 주제가 하나씩 넘어갈 때마다 학생들을 한 명씩 지목하며 '너의 의견은 어때?' 하며 질문폭탄을 던지기 일쑤였고 나는 그 질문폭탄을 피하기 위해서 교수님 눈에 가장 띄지 않는 자리인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하지만 항상 행운의 여신은 내 옆에 있지 않았다. 나는 결국 일주일에 한 번씩은 그 질문폭탄은 정면으로 맞았다. '나,, 내 의견은 너랑,, 동일해' 이 대답이 내가 가장 많이 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미국 친구들을 보면 오히려 본인들이 궁금할 때마다 손을 들고 질문을 했으며 교수님과 토론을 하고 서로의 의견을 묻고 듣는 걸 굉장히 좋아했다. 이 부분은 내가 미국에 와서 놀랐던 부분 중 하나였다. 그렇게 조금씩 적응이 되면서 이제 교수님이 묻는 대답에 질문도 어느 정도 잘하고 교수님 오피스에 가서 모르는 부분을 질문할 정도가 되고 나름 나도 잘한다고 우쭐하며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미국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인터뷰를 보고 회사생활을 하면서 학교는 정말 편한 곳이었구나를 다시 한번 느꼈다. 학교는 보통 내가 필요한 게 있으면 교수님이나 친구들에게 물어보면서 답을 얻는다. 그렇게 답을 얻고 나서는 그저 내가 하는 일을 공부를 하고 시험을 보는 일이 끝이다. 반면에 회사는 상사나 동료에게 심지어는 손님들에게 수많은 질문세례들을 받고 내가 거기에 다 대답을 해야 한다. 그들의 needs에 내가 대답을 해주어야 하는 상황이라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실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어렸을 때부터 미국에서 자라서 그 문화와 언어가 이미 몸에 배어있는 사람들에게는 쉽겠지만 이미 20살 성인이 돼서 온 사람들에게는 더욱이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을 것이다. 나 역시도 회사생활을 하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받는 순간이 많다.


이방인으로써 미국 회사생활을 하면서 놀랐던 점은 미국의 문화와 그들의 성향이다. 한국사람들은 항상 바쁘다. 아침 6시 일어나서 출근이 9시까지 지난 더 일찍 가서 8시 30분에는 도착해서 회사 책상 앞에 앉아있다. 그것이 당연시되어왔고 그렇지 않는다면 자세가 안되어있다느니 부지런하지가 않다느니 이러한 이야기들을 듣는다. 반면에 미국은 시간에 굉장히 딱 칼같이 각이 잡혀있는 나라이다. 업무시간이 9시부터 5시라면 제시간에 딱 시작해서 5시면 다 퇴근을 하고 사무실을 돌아보면 이미 불을 끄고 간다. 오히려 한국 마인드가 배어있는 내가 마지막으로 사무실 불을 끄고 퇴근시간 10분 뒤에 마지막으로 퇴근을 한다. 그마저도 왜 늦게 가냐고 빨리 제시간에 가라며 나를 나 자신보다 더 재촉한다. 하루는 업무를 하다가 내가 실수를 한 적이 있다. 나는 보통 직원들의 타임카드랑 시간을 비교해서 마지막에 확인을 한 후 Payroll 부서에 직원들의 팁과 시간, 휴가일수를 정리해서 보내주는데 미국은 한국과 다르게 Vacation이라는 휴가와 PTO라는 유급휴가가 있다. 개념은 휴가와 똑같지만 휴가가 아닌 Paid Time Off라고 내가 일한 시간마다 쌓이고 내가 개인적인 일에 시간을 쓰라고 회사에서 따로 주는 유급휴가이다. 그래서 이 다른 미국 회사의 룰에 PTO를 Vacation으로 적어서 보냈던 것이다. 나는 그 사실을 마지막에 깨닫고 '아, 나 어떡하지 미치겠다. 바보같이 이렇게 실수를 하다니' 라며 사과를 하며 수정 요청 메일을 보내며 나 자신을 자책했다. 사실 한 켠으로는 한국에서는 이 실수는 정말 내 하루를 다 망칠 정도로 상사로부터 혼나는 일이라서 그 사실을 나는 이미 경험했던 사람이라서 더 나 자신을 자책하고 떨었던 거 같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괜찮아, 서로 해결해서 고치면 되지! 너를 비난하지 마'였다. 나의 이러한 행동 하나하나에 오히려 내 팀원들은 놀라기도 한다.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다면서.


2022년 2월 13일은 모든 미국 사람들이 열광하고 기다리는 날이다. 바로 Superbowl 결승전을 하는 날이다.


슈퍼볼이란 미국에서 하는 풋볼 게임인데 축구와 비슷하게 다른 팀마다 경기를 하고 마지막에 결승전을 하지만 룰은 조금 다르다. 이 경기를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라스베이거스에 놀러 오기도 하고 집에서 친구들과 다 모여서 경기를 관람하기도 한다. 스테디움에 가서 직접 보는 경기는 거의 $1,000을 넘기기도 하고 이마저도 다 매진이다. 이렇게 미국은 스포츠를 굉장히 좋아하고 사랑한다. 그들이 좋아하는 팀이 있으며 스포츠를 사랑하는 나라인 만큼 풋볼을 비롯하여 하키, 농구 등 인기 없는 스포츠가 없다. 라스베이거스에 Buffalo Wild Wing이라는 바가 있는데 그곳에서는 치킨 윙을 팔고 스크린이 벽에 20개는 넘게 달려있으며 바에 앉아도 그 위 스크린도 다 스포츠 게임을 틀어준다. 그곳은 정말 스포츠 게임을 보기 위한 바이다. 다들 경기가 있으면 경기를 볼 겸 치킨과 맥주를 마시러 가지만, 나는 오로지 치킨을 먹으러 간다. 경기가 있는 날에 가면 나는 혼자 스크린과 가장 먼 테이블에 앉아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의 시선은 다 스크린의 경기에 가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혼자 열심히 먹고 있는 나 자신과 회사에서 다들 스포츠 이야기를 하면서 모니터 앞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면서 외딴섬에 혼자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방인은 힘들다. 힘든 것보다 그들의 삶에 내가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내가 그들의 세계와 문화에 들어가야 하는데 적응해야 하고 배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도 나는 오늘도 노력한다. 스포츠에 아예 관심이 없는 나지만 올해 2022년 2월 13일 슈퍼볼을 보며 그 룰을 알아갈 것이고 회사에서도 그들의 룰에 맞게 직원들과 같이 불을 끄고 제시간에 퇴근을 한다. 아직은 왜 그런지 이해가 안 되고 익숙하지 않은, 그들의 눈에는 다르게 보이는 이방인이지만 조금이라도 티가 나지 않는 이방인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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