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부터 4년 동안 부모님이라는 안전한 울타리에 벗어나 유학생활을 하고 다시 돌아온 내가 느낀 한국은 '답답함'이었다. 4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은 것도 긴 것도 아니었는데 내가 그 문화를 이미 알아버려서 인 걸까. 그때에는 미국에서 회사 생활을 한 것도 아니고 학교만 다녔는데도 내가 성인이 된 후 마주한 한국은 너무 답답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살아야만 하니 다른 취준생과 똑같이 취업을 준비하고 회사에 들어가서도 그 문화에 익숙해지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내가 일하던 외국계 회사에서도 나처럼 미국, 호주, 영국 등 유학을 마치고 온 사람들이 많았는데 점심시간 때마다 그때의 일을 회상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를 공유하기도 하며 마지막 마무리는 항상 '아 다시 해외로 가고 싶다. 그곳으로 이민 가서 여유롭게 살고 싶다.'였다. 나의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몇 명은 적응을 해서 잘 지내고 있는 와중에 10명 중 8명은 그랬다.
나 역시도 다시 해외로 가고 싶었던 한 사람인데 그 마음은 회사로부터 시작이 되었던 거 같다. 나는 처음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취업을 해야겠다는 마음에 조급하게 회사 한 군데 면접 보자마자 그곳으로 취업을 했다. 내가 너무 급하게 서둘러서 꼼꼼하게 잘 알아보지도 않고 했던 부분도 있었지만 백수라는 타이틀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서 급하게 서두른 부분도 있었다. 들어간 한국 회사에서는 정말 말 그대로 한국 회사문화가 고착되어있었다.
적응을 못하고 그만둔 한국 회사
그중 하나는 항상 출근은 30분 일찍 오기. 회사랑 집이랑 지하철역이 4 정거장이라서 나는 딱 시간 맞춰서 오는데 팀장님과 계장님이 항상 앉아계셨다. 다들 집과 회사가 멀어서 차를 타고 오거나 교통체증이 심해서 먼저 일찍 나오신다고 하셨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나는 혼이 났다. 다들 일찍 오시는데 사원이 늦게 온다고 말이다. 그게 시작이었던 거 같다. 늦은 것도 아니고 그냥 제시간에 오는데..? 그리고 5시까지라고 계약서에 사인을 했는데 항상 한 시간 더 늦게 가는데 말이다. 그때마다 죄송하다고 사과를 드렸지만 잘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었다.
또 한 번은 회식자리에서 있었다. 회식을 꾀 자주 했는데 나는 술도 좋아하지 않고 그저 회사에서 빨리 나오고 싶어 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그렇게 1차 회식을 가고 2차 회식을 가고 나는 항상 1차까지만 가고 나왔다. 그렇게만 해도 시간이 밤 9시 10시였다. 너는 어떻게 한 번을 늦게까지 남아본 적이 없냐며 한 번은 끝까지 남으라고 하시는데 속으로 '내가 왜 그래야 하는 거지? 어차피 본인들 이야기만 하고 나는 가만히 있을 데, 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한 건가 아님 고기 굽는 사람이 필요한 거야'라는 생각이 들면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그때부터 생기기 시작했다. 아마 나도 항상 그들 사이에서 좋은 안주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이런저런 회사에 관한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하면 친구들에 들려주는 대답은 모든 한국 회사가 다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족들과 시간과 나의 개인적인 취미생활은 언제 할 수 있는 걸까. 나는 한국 회사를 그만두고 외국계 회사로 옮겼다.
한국에 있는 외국계 회사는 어떤가요?
외국계 회사에 입사를 하고 적응을 하다 보니 한결 편해졌다. 그곳은 내 할 일만 하면 제시간에 딱 가면 되고 회식도 늦게까지 하는 자리는 많이 없었으며 연말 파티나 이런 행사 때에만 늦게 있었다. 외국사람도 몇 명 같이 일해서 그런지 문화도 약간 미국 문화랑 비슷했고 휴가도 18개 정도로 내가 전에 있던 5개 휴가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렇게 만족을 하면서 몇 년을 다닌 거 같다.
하지만, 아무리 외국계 회사여도 한국인들이 있는 회사여서 눈치를 보는 건 여전히 있었고 외국계 회사를 다녀본 독자분들은 어느 정도 느끼셨을지 모르겠지만 다들 해외에서 졸업하고 와서 어느 정도 있는 집에서 자라온 사람들이 많아서 안 보이게 비교를 하거나 서로 경쟁을 하기도 했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코넬에서 온 애래'부터 시작해서 면접을 볼 때도 background를 많이 보기도 했으며 일하는 태도나 실적보다는 무슨 차를 타고 어디에 살고 하는 그러한 외부적인 것들을 우선적으로 보았다. 외국계 회사는 휴가 수도 많고 한국 회사보다는 편하지만 한국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곳이라 어쩔 수가 없구나라고 느끼면서 이민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이렇게 느끼기까지 유학을 하고 나처럼 한국에서 자리 잡고 있는 친구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다.
미국 이민생활 시작부터 지금까지
사람마다 성격도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달라서 무조건 좋다 나쁘다고 말로 정의를 내릴 수는 없다. 그렇기에 나의 성격과 마음가짐을 먼저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나는 자신감이 많은 사람이다. '어디 가서 든 일자리를 얻고 어떻게든 잘 살 수 있어'라는 마음과 열정이 가득한 사람이서 그런지 힘든 부분도 이겨내고 이민생활을 잘해오고 있다. 유학생활을 제외하고 현재 딱 4년째가 되었는데 나는 이민 온 것이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잘한 결정이라 생각한다.
미국 이민을 시작을 하면 원어민이 아니기 때문에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기도 힘들고 신분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는 건 사실이다. 그 시간이 단 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몇 년 혹은 3년 4년까지 걸리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미국은 내가 노력하고 열심히 하면 그런 사람들을 도와주려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처럼 끌어내리려고 경계하려고 하지 않고 격려하고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많다. 회사 생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한 매니저나 회사가 있어서 그 힘든 순간만 이겨낸다면 나중에 몇 배로 이룰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이다.
가끔은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보고 싶기도 하고 외로운 순간들도 물론 찾아온다. 그럴 때에는 가끔 `내가 얼마나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다들 미국은 기회의 땅이라고 하지 않던가. 나이가 늦어도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다면 시작을 할 수 있고 이상하게 보는 남의 시선도 물론 없다. 내가 미국에서 대학교 다녔을 때를 생각하면 나같이 어린 20살 친구들보다 30살 40살 연령의 학생들이 더 많았다.
또한, 한국에서는 평생 살면서 할 수 있을까 하는 내 집 마련의 꿈도 미국에서는 조금 더 쉽다. 그렇게 빨리 안정을 잡고 내 꿈에 더 포커스를 두거나 취미생활을 하기도 한다. 나도 작년에 새집을 마련하였다. 물론 은행이자가 많지만 그래도 같은 돈이어도 2층 집에 마당도 있고 풍경도 좋은 그러한 삶을 살 수 있다.
쉬는 날에는 식물도 심고 물을 주기도 하고 한국보다는 훨씬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 이렇기에 미국이 한국보다 조금 더 가정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것 같다. 항상 다 좋을 수는 없지만 더 자리를 잘 잡고 나면 1년에 한 번씩은 꼭 한국을 다녀올 수 있도록 노력을 하려고 한다.
한국에 있는 많은 친구들도 종종 물어보기도 하고 많이 궁금하신 분들도 있어서 정말 솔직한 내 생각을 적어보았다. 나는 미국에서 자리를 잡고 가끔 이러한 생각을 한다. 만약 내가 한국에 있었다면 과연, 미국에서 누리고 있는 이러한 것들을 다 누릴 수 있었을까? 일도 집도 워크 라이프 발랜스도 말이다. 아마 지금도 계속 야근을 하면서 허무한 마음으로 지새우는 밤이 많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