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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레나 Mar 12. 2022

일하는 나에게 가르침을 준 손님

How was your day?

나의 주 업무는 Hotel Operation Admin업무이다. Payday 기간이 되면 내가 맡고 있는 Guest Service Team들의 시간과 팁을 확인하고 월말에는 정산하기 위해 모든 Transaction을 확인하고 주로 사무실에 앉아서 일을 하지만 가끔은 동선에 내려가서 다른 문제는 없는지 환경을 확인하기도 하고 직원들을 체크하기도 한다. 나는 사무실에서 앉아있는 시간보다는 동선에 내려가서 손님들을 가끔씩 대하고 말을 하는 일을 좋아하는데 많은 사람들이랑 말을 하고 일을 도와주면서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고 그들과 대화를 하면서 내가 직접 그들의 피드백을 확인할 수 있어서 나는 조금이라도 틈이 나면 사무실에 있기보다는 동선에 내려가서 손님과 직원들을 직접 대하는 편이다. 그중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는데 그 손님을 만나고 사무실에 올라와서 나를 되돌아보고 한참을 앉아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손님이었다.


그날은 평일 저녁, 가장 바쁜 금요일 밤이었다. 보통 호텔은 목요일 저녁과 금요일 저녁이 체크인이 많기 때문에 프런트 서비스는 바쁘다. 나는 쉬는 시간을 갖고 저녁시간에 틈이 나서 항상 그랬듯이 동선에 내려와서 손님들의 질문을 받고 도와주거나 프런트에서 직접 서있었다. 한 손님이 Bell Desk에 찾아왔다. 그는 백인 남성으로 나이는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정도 되어 보였고 그가 맡긴 짐을 찾기 위해 줄을 서있었다. 그의 차례가 되고 나는 당연한 듯이 교육받은 대로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Thank you for staying at Golden Nugget, How was your day?"



미국에서는 How are you? 또는 How was your day? 는 친구들이나 사람들을 만나서 '안녕?'하고 인사하는 개념과 비슷하게 안부를 묻고 인사를 하는 표현이다. 나는 직원들끼리도 매일같이 만나서 사무실에 들어서면 하는 인사이고 하루에 10번 이상은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이다. 보통 그런 인사를 물어봤으면 'Good' 하고 대답하고 마는데 그 손님은 오히려 나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너의 하루는 어땠니?' 처음으로 손님이 나에게 물어보는 경우는 처음이었어서 당황한 나머지 '어 ,, 오늘 조금 바빴어. 금요일이라서 그랬나 봐' 하고 대답을 했다. 그 손님을 나를 다시 응시하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I breathe, I am alive and Today is the best day

손님이 이 이야기를 나에게 전하는 순간 나는 당황하고 말았다. 하루에도 많은 사람들과 손님들을 만나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나의 이 인사가 나에게 이렇게 뜻깊은 이야기로 해석해서 돌아오다니 말이다. 그 후 그 손님은 나를 계속 응시하더니 나에게 다시 똑같은 질문을 했다. "How was your day?"라고. 나는 갑자기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 쥐구멍이라도 찾아서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짧은 순간에 왜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나에게 오는 하루하루를 감사하지 못하고 살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후 나는 대답했다. "I am alive and make my day. Today is the best day" 그 대답을 들은 손님은 이제야 제대로 된 대답을 들은 듯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5 Tip을 주고 갔다.


나는 손님이 준 $5 지폐를 꾸깃꾸깃 만지며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많은 생각이 머리로 스쳤다. 그 손님이 말해준 대로 나는 이 순간 오늘, 숨을 쉬고 있고 살아가고 있고 그 소중한 하루하루를 어떠한 마음으로 살아갔는가. 오늘 아침 일어나서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일어났는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오늘 아침 나는 '아 월요일이네,, 일가기 귀찮다. 빨리 끝내야지 시간도 뭐 하다 보면 빨리 지나가겠지'라고 생각하고 하루를 시작했다. 생각의 차이지만 내가 만약 오늘을 살아있음을 감사하고 최고의 날로 만들어야지 생각을 했더라면 나의 하루는 어떻게 바뀌고 나는 내 주변 사람들과 나와 이야기를 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을까? 오히려 내가 일하는 직원으로서 손님에게 좋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최고의 날로 만들어줘야 함에 불구하고 내가 손님으로부터 내 인생을 되돌아보는 좋은 시간을 가졌었다. 사람이 항상 에너지가 넘치고 긍정적일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가끔 나 자신이 전보다는 나태해지거나 게을러진다고 느껴진다면 다시 그 손님을 생각하면서 되돌아보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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