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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레나 Apr 26. 2022

불안함이 가득한 서른 살

사실 나의 나이는 딱 서른 살도 아니고 갓 넘은 32살이다. 하지만 나의 이러한 근본적인 생각과 두려움은 내 나이 서른 살이 되자마자 시작이 되었다. 내 주위를 둘러보면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안정적으로 사는 친구들도 있고 25살부터 한 회사에 오래 다녀서 올해 대리로 승진하며 자리를 잘 잡고 있는 친구들도 있다. 친구들을 만나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고는 하는데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살면서 한 번은 꼭 해보고 싶은 많은데 무엇을 열정적으로 하고싶은지는 잘 모르겠다. 이 나이가 되도록 이러한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이 창피하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한 적도 있었다. 집 앞 병원에 가면 상가 안에 병원 간판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치과부터 정형외과, 산부인과까지 여기서 일하는 의사들도 의사가 되기 위해 고등학교 때부터 그 꿈을 키우고 평생을 달려와서 의사가 되어 본인의 병원을 개업했는데 나는 내가 보기에도 참 어중간한 서른 살의 삶을 살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를 가끔 친한 친구들에게 하는데 항상 조언해주는 말은 '아직 한창 어린 나이니 하고 싶은 것 다해봐'라는 이야기였다. 나는 이러한 말이 잘 와닿지 못했다. 그저 내가 스스로 판단한 나의 상황은 '도전'보다는 '정착' 그리고 '안정'이 우선이었다. 내가 한 회사에 들어가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야 2년 그리고 4년 연차가 쌓이고 그 뒤에 승진을 하고 가장 안정적일 때 결혼을 해서 신혼을 즐기고 아이를 키우고 살아가는 삶. 그것의 내가 항상 옳다고 믿었던 타임라인이었다.


가끔은 '엔지니어도 했으면 참 좋았을 텐데, 멋있는 비행 파일럿을 했으면 참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과 함께 만약 내가 그러한 삶을 살아왔다면 지금쯤 나는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 생각도 하지만 '그랬으면 고등학교 때부터 준비해서 대학을 그러한 전공으로 갔어야 하는데 나는 늦었어' 하고 다시 마음속 깊어 접어둔다. 지금의 나는 공부만 하고 꿈을 찾는 고등학생도 아니고 딱 떠오르는 꿈을 위해 움직이기에는 현실적인 요소를 이것저것 다 생각하고 따져봐야 하는 서른 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나의 서른 살은 불안하다.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딱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강한 끌림도 없고 사업도 하고 싶기도 하지만 딱히 떠오르는 아이템도 마땅히 없다.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기 위해서 벌써부터 회사에 들어가서 준비를 하는 친구들도 있고 한 가지의 꿈을 위해서 아직도 달려가는 친구도 있다. 그 친구들 사이에서 내가 서있는 위치를 보면 나는 하고 싶은 것은 이것저것 많지만 그 하나에 내 인생을 바꿀 만큼의 열정까지는 없다. 그렇다고 내가 지금 시간낭비를 하고 있는가?  


그렇지는 않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남들처럼 많은 노력을 했고 많은 에너지를 쏟았으며 인정도 받고 안정적인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 사람은 성격이 다르듯 하고 싶은 것도 마음도 다 다르다. 그래서 나는 고민을 몇 년 전부터 생각해 오면서 닥치는 대로 무언가 기회가 있으면 다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불안한 서른 살이 무서운 감정으로 나에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한 번씩은 느끼는 감정이니 이것도 너무 크게 생각하지 않고 너무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서있는 곳에서 뒤돌아보면 충분히 열심히 올라왔고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당장 나에게 부딪히는 앞을 보며 생각하고 고민하지만 잠깐 뒤돌아보면 내가 이룬 일들이 더 많은데 그걸 쉽게 깨닫지 못한다. 그저 앞으로의 내 일이 조급하기 때문이다. 


불안할 때에는 한 발짝 나아가기보다 그동안 여기까지 오기 위해 내가 해냈던 일들을 되돌아보면서 조급한 마음은 조금 버렸으면 좋겠다. 앞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은 우리가 수능을 본 19살도 대학에 들어가서 취업준비를 하면서도 항상 겪었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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