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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레나 May 24. 2022

하나부터 열까지 다 풀려고 노력하지 않기

모르겠다. 어디서부터 시작되고 꼬인 건지. 마치 커다란 실뭉치가 바닥에 한 번 쿵하고 떨어져 다시 원상복구를 하려다가 다 엉망이 되어버린 것 같이 한 번 회오리처럼 닥친 이 일에 대해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처음부터 바로잡고 풀어보려고 하지만 연속되는 실수와 내 마음과 다르게 하나를 매듭지으려고 하면 다른 하나가 불쑥 튀어나오고 또다시 매듭을 지어보려고 하면 어느 순간 나는 이 일을 만든 장본인, 바보가 되어있다. 


물론 이 일이 벌어지기까지 내 책임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실제 일어난 일보다 더 부풀려 내 잘못이 되어서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몇 년 전까지는 풀어보려고 노력했다.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어서 일을 바로 잡으려고 했고 결국 끝은 아름답진 않더라도 하나의 거리낌이 없이 마무리 지으려고 했다. 그렇게 하나씩 터지는 일들을 또 고치고 고쳐보려고 하니 이젠 내가 너무 피곤해졌다. 평상시에 해야 하는 일도 아침에 시작해서 밤에 끝나는데 엑스트라로 더 하려다 보니 몸도 마음도 지쳤다. 


남들처럼 무난하게 그리고 평범하게 살기가 왜 이렇게 힘이 들까. 가끔은 너무 복잡하고 머리가 아파 내려놓고 싶을 때도 있다. 그저 보통의 하루로 시작해서 보통의 하루로 끝을 내는 게 왜 나에게는 쉽지가 않을까. 


이러한 생각을 하다 보니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 그대로 두기로 했다. 내가 해야 할 일, 내 일만 딱 해내고 그냥 두기로 했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그 뭉쳐버린 일로 풀어보려 아등바등했던 나의 시간과 감정소비와 에너지들을 나의 하루가 특별하도록 더 보탰고 더 많이 웃었다. 


그렇게 나를 바꾸고 나니 깨달은 사실이 있다. 내가 그 일을 풀려고 노력해도 알아주는 사람은 없으며 똑같은 시간이 나에게 주어지고 흐른다는 것. 그저 차이가 있다면 그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내 감정소비를 하고 '어떡하지 어떡하지'로 보낼 것인가? 아니면 그 시간에 산책이라도 해서 맑은 하늘을 내 눈에 담을 것인가. 나는 나의 하루에 보태기로 했다. 어차피 꼬여버린 실뭉치는 그냥 그대로 잠시 두어도 내 인생에 큰일이 아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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