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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답고 죽음은 단지 변하는 것

부모님 비문에 새기고 싶은 16 글자

by yesse

종교인은 내세를 믿고 현세 보다 더 중시합니다. 천주교인은 죽어서 연옥/천당/지옥으로 가고, 개신교인/이슬람인은 천당/지옥으로 가고, 불교인은 육도윤회 그리고 극락왕생합니다. 비종교인은 내세를 믿지 않기에 죽으면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밥 벌이하느라, 뜻대로 되는 게 없어서, 우울하고 무료해서 고통의 연속입니다. 그렇지만 세상이 고통만 있다면 더 이상 살 필요가 없겠지요. 빨리 죽어서 천당가던지, 아니면 고통스러운 삶을 끝내고 현세에서 사라져야겠지요.

봄이면 푸릇푸릇한 풀내음에 콧구멍이 벌렁거리고, 여름에는 떨어지는 빗방울에 시원함과 청량감도 느끼고, 가을에는 울긋불긋한 단풍 노랗게 빨갛게 익어가는 과일/곡식을 보면서 생명의 순환과 의미를 되새기기도 하고, 겨울에는 내리는 눈 눈꽃이 만발한 산과 나무를 보면서 삶의 여유를 만끽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기에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그 무엇도 시간을 이길 수는 없는 법. 시간이 가고 나이가 들면 여기저기 아픈 곳도 생기고 몸도 예전과 달라져 맘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때가 옵니다. 또 그렇게 되어야 사람들이 찾아오는 죽음을 기꺼이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죽음이 다가왔을 때 아쉬움을 없애기 위해 우리의 몸도 젊었을 때와 달리 불편함이 가중된다는 것이죠. 죽고 나면 종교인들은 천당 지옥 연옥 극락으로 가고, 비종교인은 우주의 티끌로 사라집니다. 종교인이거나 비종교인이거나 죽어서 무엇이 되던지 단지 변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결국 우주는 물질과 운동의 법칙만 있는 것이며, 그 물질과 운동의 법칙이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에 의해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변화만 일어납니다. 물론 종교인은 여기에 영혼을 더해야겠지요.

죽음이 단지 변하는 것이라면 죽음을 맞았을 때 헤어짐에 대한 잠깐의 아쉬움이 있을 뿐, 슬픔을 오래 간직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더 중요한 것은 에피쿠로스 철학자 "호라티우스"가 말한 대로 살아있을 때 아름다운 인생을 "지금을 즐기자"이지만. "Carpe Di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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