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좌파가 되고 누가 우파가 될까?

조나단 하이트의 "바른 마음", S. 배블런의 "유한계급론" 등을 참고함

선거철이라 좌우 양 진영이 서로 물어뜯지 못해 야단입니다.

그러나 새는 좌우 날개가 없으면 날수 없고, 좌우는 옳고 그름이 아닌 단지 선택의 문제입니다.

선과 악, 어둠과 밝음, "+"와 "-", "N극"과 "S극"이 모순이나 비적대적이며 상호의존적이듯이, 좌우도 비적대적 상호의존적 모순입니다. 즉, 제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공존해야 할 대상이죠.

누가 좌파가 되고 누가 우파가 될까? 집안환경, 학력, 고향, 소득 수준, 나이, 심지어 유전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좌파의 가치는 공감/배려, 공정입니다. 공감능력이 떨어지면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 생기기 어렵죠. 공감능력과 배려심이 있는 사람이 좌파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세상은 공정해야 한다는 것도 너무 당연한 좌파의 가치입니다. 연예인, 문학인, 예술인은 공감능력이 높습니다. 남 얘기 듣고 눈물 잘 흘립니다. 따라서 그들은 상대적으로 좌파 지지도가 높습니다.

우파의 가치는 자유, 법치/규칙, 도덕입니다. 여기서 자유는 아담 스미스가 말한 시장이 통제하는 자유를 말합니다. 법이나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은 우파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좌파는 상대적으로 법이나 규칙에 유연합니다. 도덕가치 중에 충성, 권위, 인간의 존귀함 등은 우파의 가치에 해당합니다. 국가에 대한 충성도, 내가 속한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사람은 우파 성향이 많습니다. 가정, 조직, 사회에서 지위가 높은 분에 대한 권위를 잘 인정하는 사람이 우파일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가부장적이고 가장의 권위가 인정되는 집안의 자녀는 우파가 될 확률이 높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소득 수준도 좌우파를 가르는데 큰 영향을 줍니다. 우파는 보수적이고 사회변화를 원치 않으며, 좌파는 사회변혁과 개혁을 원합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부자는 우파입니다. 그러면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도 대부분 우파입니다. 그들이 가난하고 힘들게 살면서도 우파를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난한 집은 가부장적이고 가장의 권위가 존중되는 분위기가 많습니다. 다시 말하면 앞에서 언급한 우파의 가치와 가난한 사람의 도덕적 가치가 일치하기 때문에 그들은 우파를 지지합니다. "배블런"이 얘기한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Default 값이 보수적이라는 것입니다. 변화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가난한 사람은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빠서 사회가 변혁되어야 한다는 생각 조차 할 여유가 없습니다. 그들에게는 그런 생각 자체가 호사스러운 것입니다. 비극적이죠.

자영업자는 어떨까요? 그들도 대부분 우파입니다. 그들은 누구 보다 더 경기에 민감합니다. 우파는 세금감액과 복지축소, 좌파는 세금증액과 복지확대가 기본 정책입니다.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우선 세금 감액이 눈이 들어옵니다. 복지는 생각할 여력이 없습니다. 늙어서 국민연금 많이 받는 것보다는 지금 당장 내야 하는 세금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또 좌파는 최저임금 상향을, 우파는 유지/상대적 하향을 추구합니다. 영세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최저 임금 상향이 너무 부담스럽겠죠. 그래서 그들은 대부분 우파를 지지합니다. 서구 선진국은 자영업자 비율이 10% 내외입니다. 우리는 30%에 육박하기 때문에 좌파에게 불리한 환경입니다.

그럼 누가 좌파를 지지할까? 월급쟁이들이 좌파 지지자가 많습니다. 그들은 상대적으로 경기에 덜 민감하며, 주변을 돌아보면서 살 여유가 있습니다. 사회변혁에 관심을 가질 여유 정도는 있는 셈입니다. 가자지구에 살면서 폭격에 시달리는 사람들,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외에 언변이 좋은 사람, 호기심이 많은 사람은 좌파 성향이 높고, 평소에 조용하고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은 우파 성향이 높습니다. 레스토랑에 낯익은 장관이나 국회의원이 들어옵니다. "쟤도 여기 왔네" 정도의 반응을 보이는 손님이면 좌파일 가능성이 높고, 갑자기 다소곳해지면 우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들죠. 좌파 또는 우파가 앞에서 언급한 것과 달리 행동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우리가 연구하고 정해놓은 정의와 틀속에 모든 사람이 항상 속할 수는 없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며, 두 번째는 그들이 진짜 좌파 또는 우파가 아니어서 그렇습니다. 단지 표 많이 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갔을 뿐입니다. 우리 정치인 중에 그런 분들이 많죠.

좌우는 옳고 그름이 아닌 자신의 철학과 가치관에 따른 선택의 문제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