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예뻐하는 상사를 경계하라 : 우선 먹기에는 곶감이 달다.
(2) 나를 예뻐하는 상사를 경계하라 : 우선 먹기에는 곶감이 달다.
[도낏자루 썩을 수 있는 시간]
문과 출신이 주로 일하는 경영지원 부문은 전공 간의 벽이 높지 않다. 법학을 전공하고 기획을 하거나, 회계를 전공하고 마케팅을 하거나, 영문학을 전공하고 인사업무를 하는 경우들이 많아서 나는 전공의 벽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이공계 출신이 주로 일하는 기술분야는(참고로 나도 이공계 출신이다) 전공의 벽이 꽤나 높다. 한번 기계는 영원한 기계, 한번 화공은 영원한 화공이라는 말이다.
요즘 세상을 통섭의 시대라고 한다. ‘메카트로닉스’<Mechatronics>등이 널리 퍼져 나가고, 대학에 자율전공이 등장한 것이 이런 트렌드의 예다. 그런데 대기업의 기술부문은 기능적 분화가 많이 되어 있고, 실제 현업에서 (특히 이공계 출신들은) 기능적 분화의 장벽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 다시 말하면 30여 년 회사에서 일해도 본인이 직접 경험하는 업무를 크게 보면 두세 가지 이상 하기는 어렵다. 은퇴할 때까지 특수 분야의 장인은 되겠으나,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물론 중소기업은 이보다 더 다양한 실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기회를 쌓기 위해서는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고 나머지는 간접적으로 어깨너머로 배우거나 책을 통해 익히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간접경험은 자기의 의지에 달린 문제이나, 직접경험은 공식적인 인사발령이 나서 실무경험을 쌓아야 하는 것이다. 그럼 ‘인사발령을 내 달라고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신 분들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내 상사가 나와 케미가 잘 맞고 나를 예뻐한 분이라면 타 부서로의 이동을 허락하겠는가. 나는 프로젝트 단위로 조직이 자주 바뀌는 회사에 근무했다. 마음이 잘 맞는 상사와 프로젝트를 4~5개 정도 같이하면 15~20년 정도는 후딱 가버린다. 한 명의 상사와 15년 이상을 같이 한다고 생각해 보라. 장점은 눈빛만 봐도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다. 말을 안 해도 서로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나 애로사항을 알 수 있지 않겠는가. 결과적으로 서로 스트레스도 덜 받고 소통하는 시간도 절약된다. 그럼 단점을 보자. 그 상사가 아무리 탁월한 역량을 가진 분이라도 그 역시 직접 경험한 본인의 주특기라고 할 수 있는 분야는 2~3 개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계약전문가 마케팅전문가 등. 그의 주특기는 길게 잡아도 5~6년 같이 근무하면 사실상 거의 다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럼 그다음부터는 그저 서로 맘 편하게 일만 잘하면 되지만, 그렇게 되면 경험과 지식의 근친교배가 일어난다. 5~6년 이후는 내 이력에 큰 도움이 안 되는 시간이고, 그사이에 도낏자루는 서서히 썩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