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일에 종사하라 : 자신의 전문분야 를 가져라, 그리고 기다려라.
(4) 돈 버는 일에 종사하라 : 자신의 전문분야 <Area of Expertise>를 가져라, 그리고 기다려라.
[직장생활은 TV 드라마가 아니다]
이번 장은 살짝 이공계 감성에 더 꽂힐지도 모르겠다.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입사할 때 어떤 꿈을 꿀까? 서류가방 하나 들고 해외 출장을 번개처럼 갔다 오고, 사장님 앞에서 현란한 프레젠테이션을 펼치고, 나의 아이디어는 줄줄이 채택되고, 대량의 오더를 쓸어 담고, 내 아이디어에 사람들의 눈길을 잡는 광고 커피가 만들어지고, 동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특진도 하고, 그 와중에 질투와 오해는 우수수 쏟아지지만 결국 동료들과의 갈등도 잘 봉합하고, 저녁에는 멋진 여자친구 또는 남자친구와 스테이크에 와인을 곁들여 즐기고, 기획실장? 영업본부장? 어디서 많이 보던 모습 아닌가. 그렇다. TV 드라마의 그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꿈 깨시라. 저건 드라마의 조명 아래서만 가능하다. 현실은 입사 후 2년 이내에 스스로 묻게 된다. “내가 엑셀 엔지니어인가?”, “파워포인트 달인 <達人>인가?”, “보고서의 신 <神>인가?”. 옷에 묻은 기름때를 보고, 바지가 기계에 걸려 찢어지고, 유니폼 상의에 먼지가 그득한 것을 보고 내가 기능공인가, 아니면 심부름꾼, 잡부….., ‘내가 이걸 하려고 공부하고 스펙 쌓았나’라는 생각이 매일같이 고개를 든다. 명심하자. 엔지니어의 회사 생활 시작은 터프하다. 재벌집 자제가 아닌 이상 비껴가기 어렵다. 그렇게 좌절을 씹어 삼키며 7~8년쯤 지나야 이력이 붙고, 비로소 엔지니어의 냄새가 난다.
대기업 신입사원의 30%가 1년 내 퇴사한다고 한다. 7~8년은 고사하고 단 1년 이내 30% 이상이 퇴사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부족함이 없이 자라서 소위 헝그리 정신이 없어서일까. 인내력이 부족해서일까.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앞장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나는 IMF 때 퇴사를 결심한 적이 있었으나, 그 뒤로는 없었다. 이장의 ‘제목이 돈 버는 일에 종사하라’는 의미는 사원시절에 편함을 추구하지 말라는 것이다. 터프하게 자기 경력을 쌓으라는 뜻이다. 그리고 기다려라. 회사생활에서 지름길은 없다. 묵묵히 가라. 무소의 뿔처럼 가라. 나의 시간이 올 때까지. 그런데 나는 요즘 젊은 세대들이 자신의 성공이나 재테크에 조급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중국 고전 “열자”에 우공이산 <愚公移山>이란 말이 있다. 우직한 자 <우직한 노인>가 산을 옮긴다는 말이다. 한 노인이 ‘집 앞을 가로막은 큰 산을 옮기고’ 자 했다. 그때 친구가 말렸다. “네 나이에 어느 세월에 이 큰 산을 파서 옮기겠냐”라고. 노인은 “내가 못하면 내 자식, 또 그 자식의 자식, 또 그 자식의 자식이 이어받아 대대손손 하면 언젠가 된다.”라고 답한다. 이 말은 들은 산신령이 이렇게 되면 산이 완전히 망가지겠기에 옥황상제에게 보고하여 두 거인을 시켜 스스로 산을 들어 옮겼다는 이야기다.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스티브 잡스는 “Stay hungry, stay foolish”를 역설했다. Stay hungry. 만족하지 말고, 갈망하라. Stay foolish. 바보처럼 우직하게 너의 길로 나아가라. 어떤가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공통의 금언 같지 않는가.
나는 회사 생활 초기에 내가 이렇게 터프하게 옷에 기름 묻히고 바지를 찢기며 사는데 ‘누가 나를 알아봐 줄까?’, ‘누가 나를 인정해 줄까?’라고 고민도 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누군가 마치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 바지가 찢긴 모습, 기름 묻힌 모습…….,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나의 이력이 완성되어 갔고, 그동안 지켜보고 있던 누군가에 의하여 두 번이나 특진도 되었고 발탁도 되었던 것 같다. 회사생활의 목표는 본인의 선택이지만, 회사에서 본인이 원하는 기간만큼 살아남아야 그 목표도 달성할 수 있다. 타의에 의해 퇴직을 하게 되면 또 새로운 회사를 알아봐야 하고, 새로운 회사에서도 살아남아야 워라밸도 가능하다. 거기서 다시 퇴직을 당하면 또 다른 회사로 옮겨야 되고, 이렇게 메뚜기처럼 계속 옮겨 다니면 어느 순간 갈수록 회사의 환경이 많이 떨어진 것을 느낄 것이다. 이직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자의에 의한 퇴사는 사전에 새로운 회사를 충분히 알아보고 이미 입사를 확정한 후에 퇴사를 하게 되니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러나 타의에 의한 퇴직은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조급해지면서 회사의 환경이 점점 낮아질 리스크가 있다. 나는 이런 경우를 정말 수도 없이 봐왔다.
--- 11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