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라이제이션 : 외국어 구사력과 차별금지
(5) 글로벌라이제이션 : 외국어 구사력과 차별금지
[외국어 구사력은 필요조건일 뿐]
글로벌라이제이션이란 상품 사람 자본이 국경 없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세상을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COVID-19과 트럼프의 등장으로 글로벌라이제이션이 많이 퇴색되고 있으나, SNS의 발달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은 더 활발해졌다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정의하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은 이렇다. 업무에 지장이 없는 외국어 구사력,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 그리고 출신국가와 인종으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태도다. 우리가 원하든지 원하지 않든지 해외 파트너와의 비즈니스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요새 대세인 AI 가 동시통역을 완벽하게 구현해 주면 좋겠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그러니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외국어 구사력은 필요하다. 물론 외국인과 전혀 접촉이 없는 직업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과 접촉이 있는 직업이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외국어 구사가 어려우면 관련된 업무를 자꾸 회피하게 되고 그렇게 세월이 쌓이면 자신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지 않겠는가. 외국어 특히 영어는 가능하다면 네이티브 스피커처럼 잘하면 좋겠지만, 현지에서 태어나서 자란 사람이 아닌 이상 네이티브 스피커와 똑같은 발음과 악센트를 구사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굳이 미국식 영어나 영국식 영어에 꿰맞추려는 노력보다는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편하게 구사하는 글로벌 잉글리시를 알아듣고 말하는 노력을 해보기를 권한다. 세상에는 미국식 영어와 영국식 영어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는 콩글리시 <Konglish>가 있다. 그런데 내가 경험해 본 바에 의하면, 일본은 재플리시 <Japlish>, 중국은 칭글리시 <Chinglish>, 싱가포르는 싱글리시 <Singlish>, 인도는 힝글리시 <Hinglish>, 필리핀은 팅글리시 <Tinglish>, 스페인어 계열은 스팽글리시 <Spanglish>, 독일은 덴글리시 <Dengllish>, 프랑스는 프랑글레 <Franglais>, 이태리는 이탈리시 <Italish>, 포르투갈은 포르탕글리시 <Portanglish> 등등. 거의 모든 국가에서 자신들만의 발음과 악센트로 영어를 구사하고 있다. 내 개인적으로는 중동 영어와 스팽글리시가 소통이 더 편했다. 힝글리시는 상당한 기간 경험으로 조금 익숙해졌을 뿐이다. 경험해 본 사람들은 안다. 네이티브 스피커와의 대화는 그들의 관용구나 구동사 때문에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오히려 비네이티브 스피커와의 영어 소통이 훨씬 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네이티브 스피커들도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이 많은 경우 다양한 영어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비네이티브 스피커와 소통이 원활하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글로벌 잉글리시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네이티브 스피커들이 더 촌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한 번은 월간회의 중간에 미국인 담당자가 나와서 약 5분 정도 발표를 했다. 도대체 인사말을 제외하고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회의가 끝나고 친하게 지내던 영국인 참석자에게 물었다.
“아까 그 미국인이 발표한 내용 하나도 이해를 못 했는데, 뭐라고 말했는지 좀 알려줘?”
“이봐 친구, 나도 전혀 이해 못 했어.”
외국어도 골프와 비슷하다. 어느 정도 레벨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일정기간은 미친 듯이 파고 살아야 하고, 어느 정도 레벨에 눈을 뜬 이후에는 꾸준히 정진해야 그 수준이 유지되거나 더 나아진다. 고려시대 보조국사 지눌이 강조한 돈오점수 <頓悟漸修, 단번에 불성을 깨우치고 나서 점진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의미>가 골프에도 외국어에도 유사하게 적용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덧붙이자면, 외국인에게 영어 농담은 극히 조심해야 한다. 16세기 신성로마제국 황제이자 국왕 타이틀을 여러 개 가지고 있었던 카를 5세가 제일 먼저 말했다고 알려져 있는 서양 격언이 있다. 신에게 기도할 때는 웅장하게 들리는 스페인어로 하고, 남성이 여성에게 말을 걸 때는 리듬감 있고 감미로운 이탈리아어를 사용하고, 여성이 남성에게 말을 할 때는 지적이고 우아한 프랑스어로 하고, 자기 말(Horse)에 게 말할 때는 딱딱하고 거친 독일어로 하라는 말이 있다. 내가 13년 전 독일인에게 농담 삼아했다가 분위기 냉랭해진 적이 있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고 했거늘……’
---13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