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업무범위를 줄이지 말라 : 업무범위를 줄이는 것은 자살 행위다.
[내일만 잘하면 돼]
내가 겪은 일이지만 너무나 흔히 발생하는 사례를 소개해 보겠다. 매주 우리는 주간 공정회의를 통해서 공정계획과 현황을 보고하고, 문제점에 대해 해결책을 토론하고, 업무지시를 받는다. 순서에 따라 A과장, B과장, C과장, D과장 순서로 보고가 진행된다. 모든 업무는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 특히 A과장 업무는 B과장 업무에, B과장은 C과장에게, C과장은 D과장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C과장의 발표 순서다. “K 업체에서 밸브를 다음 달 30일 납품할 예정입니다. 그럼 테스트 후에 그다음 달 10일까지 설치를 완료하면, D과장이 11일부터 시운전을 할 수 있습니다.” 참으로 희망적인 시나리오다. 발표장엔 반짝이는 타임라인과 흐뭇한 눈빛이 흐른다. 그런데 현실은 시나리오와 다르다. D과장은 K 업체의 최근 사정을 손바닥 보듯 훤히 알고 있었다. K 업체가 요즘 가동률이 100%를 초과한 데다, 핵심 직원이 퇴사하여 30일 납품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그렇지만 D과장은 입을 꾹 다물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 일이 아니니까.” 혹은 “말해봤자 내가 책임질 것도 아니고…”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을지도 모른다. 매니저가 묻는다. “D과장!, C과장이 10일까지 설치 끝내면, 11일부터 시운전 시작해서 언제 끝나지? “네, 20일이면 끝납니다.” 분위기는 역시 낙관적이다. “음, 그럼 일정대로 진행되겠군.” 그렇게 회의는 끝났다. 참가자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고, 모두들 ‘일정대로’라는 말에 안도하며 업무로 복귀했다. 여기서 문제점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해결책을 토론하는 회의의 본연의 기능은 작동하지 못한다. 그저 겉으로 드러난 현황보고만 있을 뿐이다.
사건의 비극은 다음 달에 온다. K 업체는 결국 납기를 못 맞췄다. 당연히 설치는 지연되었고, 시운전 일정은 미뤄졌다. 그들은 대책마련에 실기했음을 뒤늦게 알아차린다. D과장은 무슨 생각으로 “업체 사정으로 30일 납품이 불가능하니 당장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그건 내 일이 아니고,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 달 회의에서 30일 납품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현실화되면서 혼나는 사람은 D과장이 아니라, 담당자인 C과장이다. 그렇지만 그 프로젝트는 회복하기 어려운 임팩트를 입고, 팀원 모두의 평가에도 그늘이 드리운다는 점이다.
오지랖? 원래는 ‘남의 일에 주제넘게 끼어드는 것’을 뜻하는, 별로 좋은 의미는 아니다. 그런데 나는 우리 구성원들에게 오지랖을 넓히라고 말한다. 동료의 일을 내 일처럼 보라. 사전에 지적하고,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협의하라. 그게 원팀 스피릿이다. 일이 틀어진 뒤 C과장을 탓하지 말자. 한 배를 탄 우리 모두의 일이고,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그러니 오늘도 이렇게 다짐하자. “내 일만 잘하면 돼”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오지랖 넓게 내가 먼저 움직이자.” 그 한 걸음이 프로젝트를 살리고, 팀을 살리고, 결국 내 커리어도 살린다.
---16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