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인간관계가 우선이다. : 먼저 친구를 만들어라.
(7) 일은 인간관계가 우선이다. : 먼저 친구를 만들어라.
[롤렉스에서 휴고보스까지]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일까. 계약서를 샅샅이 읽는 꼼꼼함, 내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 풍부한 경험, 물론 다 중요하다. 내 보기에 가장 중요한 것이 내 주변 인물들을 친구로 만드는 능력이다. 나는 '갑'의 입장뿐만 아니라 '을'의 입장에서도 일을 많이 했었다. 을의 입장에서 일을 했을 때 인간관계의 무게감은 배로 다가왔다. 다시 말하면, 고객들을 내 친구로 만드는 것이 어렵고도 중요하다.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그들과의 관계에서 모든 일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에서 논리적인 접근법보다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 일을 풀어내 본 경험들이 많을 것이다. 회사의 업무도 마찬가지다.
우리 회사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약 1년에 걸쳐 10억 불짜리 협상을 진행 중이었다. 그때 클라이언트 측 계약담당이 매우 까칠한 사람이어서 ‘어떻게 하면 저 사람을 친구로 만들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그의 손목에서 화려하게 번쩍이던 무언가였다. ‘롤렉스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 핑크 골드’ 너무 화려해서 한국에서 차고 다니기에는 꽤나 용기가 필요한 유명한 제품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시가 약 7천만 원. 범접하기 어려운 시계다. 그래서 나는 아부다비의 ‘장인급’ 짝퉁시계 가계에서 아마추어는 구별하기 힘든 매우 정교한 복제품을 120불 주고 구입했다. 그리고 다음 회의 중에 잘 보이도록 시계를 찬 왼손을 턱에 괴고 앉아 있었다. 기대한 대로 휴식 시간에 그가 내게 와서 말을 걸었다.
“좋은 시계 찼네. 어디서 샀어”
“어, 이거 아부다비에서 샀지”
“언제 산 거야”
“몇 달 됐어”
“꽤 비싸 보이는데”
“5만 불 가량 줬어”
그가 내가 찬 시계를 자세히 훑어보았으나, 진품인지 짝퉁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거란 걸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때 그가 신고 온 신발이 내 눈에 들어왔다. 두바이 쇼핑몰에서 세련미가 있어서 내가 눈여겨본 100만 원대 ‘구찌구두’가 아닌가.
“야, 이거 구찌잖아. 정말 멋진 신발인데”
그가 신발을 살짝 내밀었지만, 이미 내 눈은 그의 패션 전체를 재빨리 스캔하고 있었다. 허리띠는 멀리서도 보이는 ‘페라가모’였고, 셔츠는 손목 주름이 특징인 ‘부룩스 브라더스’였다.
“이건 페라가모”
“셔츠는 부룩스 브라더스”
“…….” 그는 말없이 웃었다.
마지막 하나 남았다. 바지다.
‘부룩스 브라더스와 레벨이 맞는 남성바지? 아르마니인가, 휴고보스인가, 돌체앤가바나인가. 아! 이건 외형으로 구분이 안된다.’ 도저히 맞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찍었다. ‘가장 대중적인 것으로 가자’
“이 바지는…… ‘휴고보스’ 같은데”
정말 살짝 과장하자면 그가 놀래 나자빠질 뻔했다. 이렇게 우리의 사적인 대화가 시작되었다. 물론 그는 나를 내내 명품의 마스터로 대우해 줬고, 관계에 온기가 돌았다. 그와의 사적 관계가 우리 협상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는 잘 모른다. 아무튼 롤렉스 시계를 통해서 우리는 친구가 되었고, 얘기를 풀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한 가지 에피소드를 더하면, 그 시계를 차고 귀국하다가 인천공항에서 검문에 걸렸다는 사실이다. 카트를 밀고 오는데 시계가 적어도 3/4는 내 셔츠에 가려 있었다. 그런데 세관원이 나를 멈춰 세우더니;
“시계가 좋은데요.”
“중동에서 2년 반 일하고 짝퉁 하나 사 왔습니다.”
“예, 그러세요. 그냥 통과하셔도 됩니다.”
최소 3/4이 가려져 있는데도 명품시계를 골라내는 그들의 눈썰미와 투철한 직업의식에 경의를 표한다. 한편으로는 그의 눈에는 내가 7천만 원짜리 명품시계를 차고 다닐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으리라. 참고로 지금도 그 시계는 우리 집 서재에 고이 모셔져 있다. 물론 밖으로 차고 돌아다닐 수는 없다. 나는 그 정도로 얼굴이 두껍지는 못하다. 이후로도 중동에서 시계를 통한 친구 만들기는 계속되었다. 그들이 고가의 시계를 많이 차고 다녀서 일 게다. 아랍에미레이트 클라이언트의 원가담당을 만날 때는 오메가 씨마스터, 계약담당은 롤렉스 서브머리너를 차고 만났다.
---17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