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책, 책, 책을 읽자 : 20년 후면 내공의 차이가 느껴질 것이다.
(8) 책을 읽자 : 20년 후면 내공의 차이가 느껴질 것이다.
[좋은 충고는 쓰나 그 내공은 달다]
신입사원의 때를 막 벗었던 90년대 초반 얘기다. 어느 날 퇴근 때마다 나랑 소주잔을 기울이던 대리님이 나를 회의실로 불렀다. “너 왜 이렇게 책을 안 읽어”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냉정히 생각해 보자. 직장 상사가 “너 왜 이렇게 책을 안 읽어”라고 충고했을 때 3가지 반응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첫째. ‘맞아 열심히 읽어야지’ 이렇게 결심하면서 꾸준히 읽는 경우.
둘째. ‘열심히 읽어야지’ 결심은 하였으나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
셋째. “예, 알겠습니다.”라고 말은 하였으나, 마음속으로 ‘자기가 직장 상사면 상사지 왜 책을 읽으라 말라하는 거야’ 이렇게 개무시하는 경우다. 나는 다행스럽게 첫 번째 경우였다. ‘그래, 오늘부터 한 달에 세 권씩 책을 읽자’ 이러면 일 년이면 36권. 이렇게 결심했다. 그 후 적어도 나는 일 년에 40~50권은 읽은 것 같다. 약 33년간. 도합 1500권 정도다. 출퇴근시간에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아침 일찍 출근해서 사무실에서, 주말에는 집에서, 놀이터에서 시간 나는 대로 책을 읽었다. 우리 직원들이 기억하는 나는 ‘항상 손에 책을 들고 있는 사람’이다. 해외 근무 시에는 캐리어에 책을 한가득 싣고 출국했고, 귀국할 때는 무거워서 버리고 돌아온 책도 많았다. 읽은 책의 권수가 많아지면서 장르의 벽이 사라졌다. 인문학, 과학, 고전문학, 현대문학, 시집 가리지 않았다. 그 꾸준한 독서가 오늘 나의 가치관과 철학을 형성했다고 믿는다.
이 장의 서두로 돌아가 보자. 첫 번째 ‘꾸준함’씨는 1년 후 40권을 읽는다. 두 번째 ‘작심삼일’씨는 그래도 4권 정도는 읽지 않을까 싶다. 세 번째 ‘개무시’씨는 0권. 1년 뒤 스코어는 40 : 4 : 0으로 별차이를 못 느낀다. 그럼 10년 뒤면 ‘꾸준함’씨 400권, ‘작심삼일’씨 40권, ‘개무시’씨 0권. 이것도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20년 후면 800 : 80 : 0. 이 정도 되면, 말과 행동에서 민감한 사람이 약간의 내공 <內功>의 차이를 느낄 수준이다. 30년이 지나면 1,200 : 120 : 0. 보통 사람이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체취 같은 내공의 차이가 난다. 세월이 가면서 이런 미세한 차이들이 쌓이고 쌓여 ‘꾸준함’씨, ‘작심삼일’씨 ‘개무시’씨 각자의 인생철학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꾸준함을 이길 그 어떤 재주도 없다’라는 책이 있다. 공감한다. 천재성도, 요령도, 벼락치기도 꾸준함을 이기기 어렵다. 이것은 다만 독서에 국한된 이슈는 아니지만, 일단 독서만 봐서도 그렇다. 덧붙여, 독서는 ‘완독’ ‘다독’이 아니라 소화가 중요하다. 읽고 덮는 데서 그치지 말고, 반드시 사색으로 넘어가자. 다 읽고 곱씹어보고, 산책하면서 정리하고, 가벼운 메모라도 하자. 그사이에 나도 모르게 생각이 정리되고, 문장력도 키워지고, 가치관이 성숙해짐을 느낄 것이다.
그 대리님은 수년 전 전무로 퇴임하셨다. 내게 그는 평생의 은인이다. 친구 직장동료를 통틀어서 내 인생에서 도스토예프스키, 프로이트, 사르트르를 얘기한 유일한 분이었다. 내공과 인격적 무게가 느껴지는 분이었고, 그의 한마디가 내 독서 인생의 기점을 만들었다. 결론은 단순하다. 오늘부터 한 달에 1권이라도 읽어라. 10년, 20년 뒤면 당신의 말과 글, 표정에서 ‘읽은 사람의 향’이 날 것이다. 좋은 충고는 쓰지만 쌓인 내공은 달다.
---19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