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어느 저 스펙자의 직장생활 성공기 - 19회

롤모델을 만들어라. : 디테일을 베껴라.

by yesse

(9) 롤모델을 만들어라. : 디테일을 베껴라


[나를 눈뜨게 한 저녁식사]

돌이켜보면, 직장생활 36년 중 초기 10년은 배움이 주가 되는 시기였다. 선배에게 배우고, 책으로 배우고, 어깨너머로 훔쳐 배우고……, 이 과정에서 내가 배우고 싶은 선배를 롤모델로 삼아 따라 하면서 조금씩 성장한 것 같다.

5장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쓰게 된 이유가 있다. 우리 세대는 독재정권 때 학교를 다녔다. 매일 벌어지는 데모와 가끔 일어나는 시험거부 투쟁.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으로서 경제발전 속도가 가팔랐기 때문에 취업공부에 지금처럼 매진하지 않아도 취업이 어렵지 않을 때였다. 그러니 요새 취업하는 신입사원들을 보면 우리 때와는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공부도 많이 하고 취업준비도 많이 한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 실력만 비교해 보아도 우리의 신입사원시절과는 천양지차다. 이쯤 되면 우리 세대가 어떤 상태로 취업을 했는지 짐작이 가리라 믿는다. 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1999년 어느 날 멕시코시티에서 8명이 고급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했었다. 8명은 한국인 두 명(나와 내 위 부장님), 영국인 한 명, 독일인 두 명, 미국인 한 명, 멕시코인 두 명이었다. 마리아치의 노래를 들으며 시작한 저녁식사는 약 두 시간가량 지속됐다. 그런데 그 두 시간 내내 우리 부장님이 좌중을 압도하는 것 아닌가. 첫째 영어를 엄청 잘했다. 둘째 영화, 연예, 축구, 전쟁, 역사, 사회적 이슈 등 이슈창출 능력과 흐름을 끌고 가는 능력이 정말 탁월했다. 나머지 일곱 명이 그분의 입만 쳐다보고 있었다면 과장일까.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었다. 더구나 그분은 유학파도 아니고 순수 국내파다. 발음은 네이티브보다는 한국식 영어에 가까웠으나, 악센트와 인토네이션이 정확했다. 생각해 보자. 한 사람이 두 시간 동안 좌중을 압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겠는가. 그것도 외국어로. 당시에는 지금처럼 유튜브 같은 게 없어서, 영어 공부를 혼자 하기에는 여건이 좋은 시절이 아니었다. 그날 나는 마음속으로 그분을 나의 롤모델로 임명했다. 결과적으로 나의 노력이 부족하여 그분의 근처에도 못 가보고 은퇴를 하게 되었지만, 그분이 아니었다면 내가 이 만큼이나 왔을까 싶다.


그 저녁식사 후 17 년이 지난 2016년 어느 날, 나는 당시 임원이 되어있었던 그분의 사무실을 업무차 방문했다. 그리고 사무실 칠판 한 귀퉁이에 쓰여 있는 한 문장에 주목했다. "매일 영어 한 문장씩 외우기" 그 무엇이 꾸준함을 이기겠는가!!!


---20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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