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모델을 만들어라. : 디테일을 베껴라.
[뒤통수는 누군가의 내일을 만든다]
8장에서 언급한 대리님도 물론 나의 롤모델이었다. 그분은 모든 보고서를 본인이 직접 만들었다. 회사를 1~2년만 다녀봐도 안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보고서에 투입하는지. 예를 들어 사원/대리가 초안을 만들면, 과장이 코멘트하고, 이를 다시 부장이 수정하고, 팀장이 또 손대고, 임원이 또다시 자기 생각을 불어넣고 ……, 중간에 보면 초안과 부장 수정본이 거의 같기도 하고. 어떤 때는 이것이 같은 보고서였던가 싶을 정도로 방향이 바뀌기도 하고….., 나는 우리나라 회사들의 생산성 저하의 원인이 보고서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분은 본인이 내용만 파악해서 직접 만들어서 보고하니 아래 직원들이 얼마나 숨이 트였겠는가. 나 역시 이렇게 하려고 노력했고, 내가 최종 보고를 받는 사람인 경우에는, 직원들에게 노트북을 들고 와서 보고하도록 하는 경우도 많았다. 롤모델은 내가 그분을 롤모델로 삼았는지도 모른다. 단지 내가 그분들을 좇아가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어느 틈엔가 나도 나이가 들었고, 직급도 올라갔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나 자신도 몇몇 후배들의 롤모델이 되었음을 느꼈다. 바람이 있다면 단 하나. 그들이 내 좋은 모습만, 내 뒤통수의 장점만 보고 성장했으면 하는 것이다.
여기서 뒤통수론을 꺼내본다. 회사에서나 가정에서나 똑같이 적용된다. 정신분석학자이자 의사인 칼융이 만든 개념, 라틴어인 ‘페르소나’ <Persona>는 가면이라는 뜻이다. 누구나 수십 개의 자기 가면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의 부모로서의 가면, 누군가의 자식으로서의 가면, 회사에서 자기 직책에 맞는 가면, 초등학교 친구들을 만날 때는 초등학교 친구로서의 가면, 고등학교 친구로서의 가면, 종교인으로서의 가면, 교사으로서의 가면, 누구의 이웃으로서의 가면, 누군가의 형제로서의 가면 등등……., 그래서 우리는 만나는 사람에 따라 거기에 맞는 가면을 쓰고 대한다. 형제를 만날 때 회사 임원의 가면은 필요 없다. 형제들 모임에서 회사 임원의 가면을 쓰면 재수 없다고 하지 않겠는가. 회사에서 초등학교 친구 만날 때의 가면을 쓰면 미쳤냐고 하지 않을까 싶다. 부모도 마찬가지다. 자식을 대할 때는 부모의 가면을 쓰고 말한다. 그러니 맨날 “공부 열심히 해라.”, “웃어른께 인사 잘해라.”, “친구들하고 사이좋게 지내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 이런 부처님 예수님 가운데 토막 같은 얘기만 하는 것이다. 부모의 가면을 쓰고 자식을 대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그 자식은 부모가 부모의 가면을 쓰고 하는 말을 듣고 자라지 않는다. 자식은 그저 부모의 뒤통수만 보고 자랄 뿐이다. 회사에서도 나는 롤모델의 뒤통수를 보고 따라 하며 배웠고, 내 후배들도 롤모델의 뒤통수를 닮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성장할 것이다.
결론은 롤모델을 정하라. 말보다 태도를, 지시보다 습관을, 선언보다 일상의 디테일을 베껴라. 그리고 당신도 누군가의 뒤통수가 된다는 점을 명심하라. 말은 잊히지만 뒤통수는 남고, 당신의 뒤통수가 누군가의 내일을 만든다.(나는 이 글을 쓰면서도 손발이 오글거림을 느낀다. 내 아들딸이 내 뒤통수를 이미 30년 넘게 봐왔기 때문이다)
---21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