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월급쟁이다. 월급이 중요하고, 월급 때문에 회사를 누가 뭐라고 해도 할말은 없다. 그런데 오늘 하고자 하는 말은 그런 얘기가 아니다.
최근에 신용대출을 받아야 하는 일이 있어서 은행을 여러 군데를 방문했다. 우리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농협은행 그리고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까지 갔다. 물론 한투는 신용대출은 아니지만 이틀 연이어 간 금융사 중 하나였다.
가장 먼저 간 우리은행은 한도와 금리가 원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원했던 정보를 알려주었다. 국민은행은 한도가 원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금리가 좋았고 무엇보다 직원이 친절했다. 다시 찾고 싶을 정도로 친절한 직원이었다. 그런데 국민은행에서 요즘 집거래가 없는지 주담대가 지난 달에 한 건이었다고 했다. 지점 전체에 한 건. 그래서 그게 참 신기해서 그 생각을 머리에 품고서 하나은행에 가서 국민은행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했다.
"제가 방금 전에 국민은행에 갔었는데, 거기 지난 달에 지점 전체로 주담대가 한 건 있었대요."
"아~ 그래요? 좋겠네요."
"뭐라구요?"
"아니 일이 없어서, 직원들이 좋았겠다구요."
사실 이 대화를 한 이유는 요즘 정말 집거래가 없나 보다. 그러니 그 큰 종로에 있는 지점에서 주담대가 한 건 뿐이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대출이 적으면 지점 매출이 줄어드니 그건 결국 그 지점에 일하는 직원에게도 안 좋은 것 아닌가? 그런데도 그 직원은 '월급쟁이'니깐 일이 없으면 편하다는 말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은행을 나와서 신한은행에 갔을 땐 서류를 다 다 가져갔음에도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도 않으면서 점심시간에 찾아온 대출문의 손님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냈다. 그리고 오늘 점심 때 들른 농협은행은 아예 조회를 해보기도 전에 나를 훈계하는 말투로 이렇게 심사를 받으러 오면 나중에 오히려 더 한도가 안 나온다는 말로 나를 쫓아냈다.
한국투자증권에는 이미 2주 전에 만든 CMA 계좌가 있는데 이 계좌가 발행어음형인데 이를 MMW로 바꾸기 위해 갔다. 그게 조금만 넣어둬도 이자가 생기는 계좌라 일부러 바꾸러 오프라인 지점에 들른 것이다. 물론 점심시간이라 싫을 수도 있겠다만, 직원의 근무시간에 방문한 것이다. 변경 처리가 끝난 후에 직원에게 질문을 했다.
"혹시 이 CMA 계좌에서 다른 은행으로 이체하면 수수료가 나오나요?"
"물론 타행으로 이체하면 나옵니다."
"아니 그럼 수수료 안 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되지요?"
"골드회원 이상이면 안 나옵니다. 그런데 그 조건은 홈페이지를 찾아보세요."
당황했다. 나는 지금 지점을 방문했는데, 내가 골드회원 조건을 알기 위해서는 홈페이지를 방문하라는 말을 들은 것이다. 그래서 오는 길에 한국투자증권의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서 수수료 감면조건을 물었다. 그랬더니 골드회원이면 된다고 하는데 골드회원이 되기 위한 조건 중에 IRP를 만들면 가능하다고 했다. 이미 나는 IRP 계좌를 만들어둔 게 있어서 문제가 없지 않냐고 조회해보더니 이체 수수료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주었다. 이 부분은 분명 광화문센터에서도 조회에서 알려줄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그 직원은 하지 않았다. 이유는 '월급쟁이'로서 해야할 일만 할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추가적인 일은 다시 고객에게 떠넘겼다.
나도 월급쟁이다. 월급을 받는 직원이다. 근데 그 월급은 회사가 주지만, 회사는 고객을 통해서 수익을 올리기 문에 결국 직원에게 월급을 주는 사람은 결국 고객이다. 그런데 하나은행 직원이나 한국투자증권 직원은 그냥 나는 월급만 받으면 그만이지 내 지점이 어떻게 되든, 고객의 궁금증이 어떻게 되든 상관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럼에도 월급이 나오기 때문이다.
월급은 마약과 같다는 말을 한다. 마약처럼 끊기가 힘들어서 그런 말을 한다. 그런데 그것도 회사가 좋을 때나 할 수 있는 말이다. 만일에 회사 사정이 안 좋아서 그 마약같은 월급이 끊어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어찌 보면 '진상 고객의 불만'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으나, 저렇게 '내 할 일만 하면 되지.'라는 식의 수동적인 월급쟁이 마인드는 결국 고객에게든 다른 직원이나 상사에게도 들키게 마련이다. 그러면 그렇게 좋아하던 마약같은 월급도 끊어질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