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쪼의 동대표 라이프

#3. 왜 소통채널로 네이버 카페를 선택했나

by 빡쪼 CHO

원래 우리 아파트는 재개발 시점에서 만든 다음 카페가 있었다. 네이버와 구글에서 아파트명으로 검색한 다음 찾아 들어가서 열심히 글을 남겼다. 그런데 다른 회원들이 제대로 글을 남기지 않는 걸 보면서 1~2년 정도 버텨보다가 지쳐서 더 이상은 활동을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해서 활동을 멈췄다.


그래서 그냥 네이버 카페를 하나 팠다. 네이버를 아무리 검색해도 다른 입주자가 만들어 둔 카페가 없었기에 그냥 내가 카페를 그냥 하나 만들어 버린 거다. 누군가 해주길 기다리는 것 보단 그냥 내가 해버리고 마는 성격이기에 굳이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지금 네이버 가서 보니 2020년 6월 2일 개설이라고 되어 있다. 2020년 3월 말에 처가 근처 살다가 다시 돌아왔으니,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네이버 카페를 만들게 된 것이다.


첫 번째 게시글은 다음과 같다.


제목 : 카페를 시작합니다.

내용 : 아직 회원이 없는 관계로 별다른 규정 없이 공개카페로 시작합니다. 특별한 권한도 설정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사실 많은 아파트에서는 카카오톡 단톡방을 이용하고 있는 추세이긴 하다. 카페를 만들어 관리하는 것도 힘들고 가입시키는 것도 어렵고 회원 관리도 어려우니 그냥 익명 단톡방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으면 아예 아파트 앱을 깔게 하고 그 앱에서 사용하는 게시판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네이버 카페를 개설하게 되고 또한 동대표가 된 지금까지도 유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접근성

사실 처음 네이버 카페를 선택했을 때는 당연히 접근성의 문제였다. 사실 브런치도 카카오에서 인수한 것이긴 하지만 여전히 네이버 블로그를 따라갈 수는 없다. 그만큼 네이버의 접근성은 상당한 수준이다. 대부분의 한국인이 구글보다는 네이버를 선호하고, 구글이 점령하지 못한 몇 안 되는 나라가 한국이기도 하니 말이다.


2. 관리실 업무 로드 고려

사실 단톡방이나 아파트앱의 경우에는 관리실 업무로드를 상당한 수준으로 증가시키게 된다. 원래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가면 민원신청서라는 것이 있다. 입주민이 어떠한 민원이 있을 경우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자 할 때 사용하라고 있는 것이 민원신청서이다. 실제로 민원신청서를 쓴다는 것 자체는 관리실을 찾아와서, 해당 양식에 입주민 정보(몇 동 몇 호, 이름, 연락처)를 적고 자신의 요구하는 민원을 적어야 하기 때문에 한 번 더 곱씹고 민원신청서를 쓰게 되는 효과가 있다. 거기다 이 민원 신청서는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검토를 해서 해당 민원을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을 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것이기에 공식적인 절차를 타게 된다. 그에 반해 단톡방이나 아파트앱 게시판의 경우에는 생각나는 즉식 바로 민원을 올리고 이를 관리실에서 바로 대응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에 업무로드가 크게 증가할 수 밖에 없다. 물론 네이버 카페 역시 이런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 곳은 아니긴 하다. 이를 위해 동대표이자 카페 운영자인 본인이 민원이 들어온 것을 정리해서 관리실에 전달하고, 관리실의 의견을 다시 정리해서 카페에 올려주는 방식을 택해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부담감을 경감시켜 주고 있다.


3. 소수 의견 과다 대표 방지

사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사실 '목소리 큰 놈이 장땡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누군가 큰 목소리를 내내면 사람들은 그 목소리에 집중을 하게 되고 일부는 그 의견에 동조를 하게 되기도 한다. 우리 아파트의 경우우 500세대 가까이 되는 아파트인데, 한 두 사람의 의견이 과대 대표되는 경우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우리 아파트이 공동체 활성화 단체 중의 하나인 부녀회의 경우 원래는 10명 이상의 회원이 존재해야 하고 단체가 운영되기 위해 필요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그 계획에 맞춰서 단체가 운영되어야 함에도 몇 사람에 의해서 부녀회가 운영된다. 그리고 그 부녀회의 의견이라면서 민원이 올라오는데, 그 민원을 올릴 때 입주민의 대부분의 의견이라는 식으로 더 포장되어 올라오기도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단톡방 같은 곳이나, 아파트앱에서 누군가 크게 목소리를 낼 경우 마치 아파트 입주민 대부분의 의견인양 받아들여지에 될 수 있으니 이를 걸러들어야 한다. 물론 네이버 카페도 동일한 문제가 있을 수 있으나, 한 번 스크리닝 하고 전달하여 필터링을 한다는 점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추가로 외부인 분탕질 방지를 위한 목적도 있다. 물론 네이버 카페 역시 송파에 있는 대단지 아파트처럼 가입시 등기부등본 스캔본을 제출한다거나 하는 식의 절차를 가져가야 관리가 가능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게까지는 힘들도 사전 질문을 넣어 외부인을 관리하고 있기는 하다. 물론 외부인이 거짓말로 입주민인 척 하고 들어온다면 이를 막기도 쉽지 않기는 하다. 그럼에도 단톡방보다는 외부인의 참여나 분탕질이 물을 흐리게 하는 부분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어찌 되었건 네이버 카페를 운영한지도 올해 6월이면 벌써 만 4년이니 꽤 오래 되었다. 물론 도중에 현타가 오는 일이 종종 있어서 네이버 카페르 그냥 닫아버릴까 하는 고민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아직가지 지속하고 있는 이유는 입주민의 입장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말할 공간이 필요한데다, 관리실 입장에서도 뭔가 한 번의 쿠션을 받은 후에 자신들에게 민원이 전달되고 대응이 되고 있기에 카페를 존속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의 동대표 임기는 정해져 있는데다, 내가 언제까지 이 아파트에 살지도 모르기에 대체 언제까지 네이버 카페를 운영할지는 나조차도 알 수 없긴 하다. 그럼에도 마지막 순간까지는 열심히 운영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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