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쪼의 동대표 라이프

#4. 부녀회와의 지독한 싸움의 시작

by 빡쪼 CHO

우리 아파트는 공동체 활성화 단체가 총 두 개이다. 하나는 경로회, 또 하나가 부녀회이다. 보통 다른 아파트들도 특별하게 공동체 활성화 단체를 만드는 경우가 아니라 보면 보통은 경로회, 부녀회가 대부분인 경우가 많다. 요즘은 부녀회가 없는 아파트도 많지만, 우리 아파트는 일단 두 개의 공동체 활성화 단체가 있다.


아파트의 관리규약에 나온 공동체 활성화 단체의 요건은 아래와 같다.

1. 단지 내 입주자등으로 구성 (소유자 및 세입자)

2. 총 10인 이상의 자생단체

3. 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사업비를 지원받아 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는 단체

4. 사업내용

- 봉사활동을 위한 재능기부, 문화행사 개최

- 주민간 교류 및 공동협력사업 (단순 친목/취미활동 제외)

- 공동보육시설 운영

- 은평구 지원조례에 해당하는 사업


근데 입주자대표회의 4기에서 동대표를 시작했을 때 입주자대표회장이 계속 입주민의 의견이라면서 의견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자세히 캐물어보니 부녀회의 민원이라고 했다. 부녀회가 정식적으로 민원신청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부녀회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에게 직접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이를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회의 때 다른 동대표에게 전달하거나 관리소장에게 명령하는 식이었다.


사실 처음엔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아파트부녀회가 여러가지 일들을 한다는 것을 여러 미디어를 통해 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도 예전 일이지 요즘은 부녀회가 잘 결성되지 않는다. 부녀회 회원들이 예전처럼 전업주부인 것도 아닌데다, 굳이 그렇게까지 아파트일이 관여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지 않다. 맞벌이 부부가 많은 요즘은 더더욱 그러하고, 특히나 젊은세대는 굳이 돈 안 되는 일을 내 시간까지 들여서 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왜 우리 아파트는 부녀회가 있는 걸까?'라고 이상하게 생각했으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예전부터 부녀회가 이런 저런 일들을 해왔다고 감싸기만 바빴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였던 것이 4기 동대표는 동대표 선정이 늦어지게 되어 원래 10월 1일자로 시작해야 하는 임기를 11월 1일자로 시작하게 되었다. 11월 20일에 임시회의를 통해 임원선출(회장, 감사, 이사 등)을 하고, 같은 날에 11월 정기회의를 시작했다. 동대표가 처음인 상황이라 얼레벌레 그냥 이렇게 하나보다 생각을 했다.


그런데 문제는 12월 회의 때부터였다. 매월 셋째 주 금요일마다 회의가 열리며, 동대표 회의는 특별한 일이 없을 경우 관리소장의 월간 브리핑, 민원인 민원 검토(민원인 참석 또는 서면 민원 검토), 월별 안건 논의 및 의결하는 순서로 진행이 된다. 근데 월간 브리핑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부녀회원 몇명이서 민원신청서도 없이 들어와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것은 입주민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특별히 민원신청서를 작성하지도 않고 그냥 대뜸 회의에 참석해서 본인들이 입주민 전체의 의견을 대표하듯이 감나롸 내놔라를 시전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19:30에 시작하는 회의의 첫 30분에서 1시간 가량을 부녀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데 시간을 쓸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는 본 안건 논의에도 자리에 앉아서 회의를 방해하기 시작했다.


사실 각 동의 입주민들의 대표로 선출된 사람이 각 동의 동대표이고, 그 동대표로 구성된 단체가 입주자대표회의인데 선출직도 아닌 사람들이 와서 아파트를 좌지우지 하고 있는 겪이었다. 예전에 우리가 대통령 국정농단에서 보던 비선실세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그래서 몇 달간 이게 지속되니 너무 짜증이 나기 시작을 할 때쯤 사건이 터지게 된다.


2월 입대의 회의에 민원신청서가 하나 올라왔다. 회의는 총 4시간이나 진행될 정도로 어마 어마하게 길게 이어진 회의였다. 해당 민원이 부녀회에 관련된 민원이라 부녀회가 참석은 하지 않았다. 민원인의 민원신청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관리비 부과명세서를 보면 공동체 지원금이 빠져나간다고 하는데, 경로회는 그렇다쳐도 부녀회가 무슨 일을 하는데 지원금이 나가냐는 민원이었다.


실제로 그 민원을 받고 나서 동대표들도 관리규약 및 공동체 활성화 단체의 결산서를 찾아 봤다. 부녀회가 최소 10인 이상의 회원 및 관리규약에서 정한 사업내용에 맞게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걸 발견했다. 그리고 지급된 돈을 몇 명이서 봉사를 했다면서 개인별로 봉사수당으로 서로 나눠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쓰레기 분리수거 봉사활동을 3명이서 수행했다고 하면서, 각각 3명이서 지원금 15만원을 쪼개서 통장으로 나눠가진 것이었다. 우리가 발견했을 때 확인해보니 몇 개월 정도를 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첫 번째로 봉사수당으로 지원금이 지급되는 것은 관리규약에서 금하고 있는 사항이다. 둘째로 10인 이상의 인원이 채워지지 않았기에 기본적인 공동체 활성화 단체로서도 활동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리고 쓰레기 분리수거는 미화직원과 경비직원이 하고 있는 일이라 부녀회가 특별히 봉사를 하고 할 필요가 없는 일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친목도모를 하고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것 역시도 사실 2~3명이 모여서 친목도모를 하는 것이 불가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부녀회가 알음알음 지원금을 서로 나눠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부녀회가 아파트 일을 좌지우지 하는 것도 두고 보기 힘든 상황이었는데 아파트에서 공식적으로 지급되는 지원금을 개인적으로 착복하는 것을 확인하고선 도저히 묵과할 수가 없었다. 당시는 코로나가 한창인 시절이라 집합금지이기도 했으니, 아예 모임을 가질 수 없는 공동체 활성화 다체를 위해 지원금이 나가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어 지원금 지급을 중단했다. 부녀회 뿐 아니라 경로회의 지원금 지급도 동시에 중단했다.


이후 집합금지가 풀리고 나서 경로회는 지원금이 다시 지급이 되기 시작했으나, 통장에 100만원 이상의 돈이 적립되어 있음에도 사업신청서도 제출하지 않아 어떤 사업을 할 것인지 입주자대표회의에서는 신뢰할 수가 없었기에 부녀회에 한해서는 지원금이 모두 소진되지 전에는 지원금 지급을 중단하기로 의결했다.


그렇게 부녀회와의 기나긴 싸움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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