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쪼의 동대표 라이프

#5. 어린이 놀이터 보수가 그렇게 어려운 일일 줄이야

by 빡쪼 CHO

아파트마다 어린이 놀이터는 거의 대부분 가지고 있다. 물론 요즘에는 아이가 줄어서 어린이 놀이터 대신이 강아지 놀이터를 만드는 아파트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어린이 놀이터를 아예 하나도 두지 않고 반려견 놀이터만 만들지는 않는다. 그만큰 어린이 놀이터는 아파트에 매우 필요한 시설이다.


내가 처음 동대표를 하게 된 계기가 바로 이 어린이 놀이터 때문이라는 사실은 이미 앞의 글에서도 밝힌 바가 있다. 처음 아파트에 입주하고 나서 폐타이어 조각 같은 것으로 만드는 고무바닥이 모두 파헤쳐져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처음 시공 때 롯데건설이 배수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았던 것이 문제일 수도 있었겠으나, 중간중간 보수를 하지 않았던 문제가 가장 큰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아파트가 2013넌 9월에 입주했는데, 내가 당선된 2020년까 즉 거의 만 7년동안 관리되지 않은 상태로 내버려둔 것이다. 결국 나중엔 아에 놀이터를 폐쇄시킬 순 없으니, 일부 바닥이 많이 상한 곳은 띠르 둘러 아이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했는데, 이게 더 보기 싫은 모습이다.


내가 동대표가 되었던 입대의 4기 이전에도 놀이터 보수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아마 나처럼 계속 입주민 중에서 민원을 제기한 사람이 있어서 동대표들이 이를 안건으로 올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당시 3기 입대의 중에서는 아무도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를 가진 부모가 없었다.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거나 아이가 이미 중학생 이상인 경우가 일부 있었다. 다시 말해 놀이터 공사가 직접적으로 본인과 본인의 가족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안건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워낙 민원이 많으니 이에 대한 공사 안건이 올라왔고 업체선정까지 하려고 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일어난다. 당시 1기 동대표, 2기에 동대표이자 입대의 회장, 3기에 다시 보궐로 들어온 동대표가 있었는데 이 사람은 회장이 되고 싶고 회장으로서 전권을 휘두르고 싶은데 동대표인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 안건이 입찰공고가 나고 이제 낙찰해서 공사만 하면 되는 시점에서, 구청 지원이 받는 사업이 있으니 그걸 이용하자면서 해당 안건을 보류시켜 버렸다. 다른 동대표들은 이미 2기에도 회장을 한 사람이고 워낙 그런 쪽에 관심 많은 동대표의 말이니 일단 들어보자고 하면서 그 안건을 보류시켰다. 근데 알고 봤더니 우리 아파트는 그런 지원을 받을 대상인 아파트가 아니었다. 더 노후된 아파트가 먼저 대상이 되는 지원사업이었다.


일단 그렇게 표류된 안건이 내가 동대표가 되고 나서 다시 정식 안건으로 올라갔다. 이 안건은 이미 많은 민원이 제기된만큼 당연히 반대할 이유가 없는 안건이었다. 그래서 최저가 입찰을 올리기 전에 이미 입찰 공고를 했던 업체들을 모두 수소문했고, 특히나 낙찰이 되었으나 공사를 못했던 업체와도 만남을 가졌다. 이미 낙찰이 되고도 공사를 못한 업체는 이미 기분이 많이 상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최저가 입찰에서 가장 낮은 금액을 써내서 낙찰이 되고도 공사를 못했으니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그래서 다시 신임 동대표가 된 나와 관리소장 그리고 그 안건을 보류 시키고 1년을 더 질질 끌게 한 동대표가 이번엔 회장이 되어 같이 그 업체와 만난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그 업체 담당자는 입대의 회장이 어떤 사람인지 아니 이번에도 제대로 안 될 거라 생각해서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신임 동대표가 된 내가 워낙 강하게 드라이브 걸고 있었고, 진짜로 실행할 것이라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기에 어느 정도 마음이 돌아섰고 입찰에 다시 참여하는 것으로 마음을 바꿨다. 다시 최저가 입찰로 공개 입찰을 했고, 해당 그 업체가 다시 최저가로 낙찰되었다. 금액도 금액인데다 단순히 바닥만 보수하는 공사가 아니라 추가로 그네도 하나 더 설치하고 기존 소형 놀이기구도 모두 교체해야 하는데다 많은 서비스 공사까지요 요청한 거라 다른 업체에서는 입찰가가 낮지 않았다. 거기다 이미 한 번 입찰했다가 재입찰한 건이라 소문 아닌 소문까지 나 있어서인지 많은 회사에서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도 했었다.


그런데 최종 낙찰사도 선정이 되고 공사를 하면 되는 시점이 왔다. 3월 안건으로 통과되었기에 4월에 바로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공사를 하는 업체의 일정을 조율해야 하고 공사업체가 또 하청을 줘야 하는 상황이라 하청사의 일정까지 고려해야 했다. 그래서 4월에 시작해야 하는 공사가 거의 5월까지 미뤄지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그 와중에 봄비가 계속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비가 내리게 되면 공사가 연기될 수 밖에 없는데다, 빨리 공사를 끝내야 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공사가 늘어지게 되면 인건비만 추가로 발생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오전에 공사하고 오후에 비가 와서 공사를 멈추게 되더라도 하루치 일당을 줘야 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매우 곤란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사실 공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업체는 하루 하루가 마이너스가 늘어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우리에게 받을 대금은 정해져 있으나 공사가 길어지니 가져가는 돈이 적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달래도 달래가며 겨우 공사르 끝낼 수 있었다.


물론 서비스 공사를 비롯해서 추가로 더 해준 것도 있다. 그러나 공사 하나 하나를 뜯어보면 좀 더 요구하고 싶은 것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워낙 마이너스라고 징징 거리니 더 요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어린니 놀이터 공사를 마무리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었다. 내가 신임 동대표가 되어 처음으로 의지를 가지고 밀어부친 안건이 마무리 지어졌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물론 당시 4기 입대의에서도 아이가 있는 동대표는 내가 유일했기 때문에 어린이 놀이터 공사에 목을 맨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아파트의 커뮤니티 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면 세입자들이 입주하고 싶지 않은 아파트가 될 것이며, 이는 바로 아파트의 전세가가 하락할 수 밖에 없고 결국 이는 아파트 매매가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는 말로 그 공격에 대응을 하곤 했다. 그들에겐 어린이 놀이터를 보수 하건 말건 내 알바가 아니라고 생각했겠지만, 아파트값이 떨어지는 건 절대로 참을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어찌 보면 정치의 영역에서 늘 얘기하는 공공선이라는 말이 얼마나 공허한 말인지 이런 작은 공사건만 봐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결국 나한테 이득이 되냐 안 되냐를 공공선보다 더 크게 여기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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