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쪼의 동대표 라이프

#6. 주차 시스템 변경 (상)

by 빡쪼 CHO

동대표를 하게 된 계기는 이미 이전 글에서 밝혔던 것처럼 '어린이 놀이터 보수공사를 동대표들이 제 때 안 했기 때문에 그럴 거면 내가 들어가서 하자'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동대표가 된 이후에 제가 꼭 하고 싶었던 첫 번째 일이 바로 이 주차 시스템 변경 건입니다. 사실 저희 아파트는 2013년 입주한 아파트로 그렇게 오래된 아파트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RF카드 인식 시스템이 너무 예전 버전이라 인식률이 좋지 않았습니다. 제 차는 세단인게 차체가 좀 낮은 편이라 매번 인식이 잘 안되어서 늘 창문을 열고 카드를 제 손에 들고 찍고 들어가야 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미 대부분의 아파트나 상가 등에서는 번호판 인식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고, 그 시스템은 이미 기술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굳이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번호판 인식 시스템을 적용하려면 이에 대해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해야 하는데, 장기수선계획에 잡혀 있던 사항도 아니었기에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여러 절차들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가장 먼저 여론을 알아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 제가 개설해둔 네이버 카페의 회원들에게 물어봤습니다.



[게시글 발췌]

많은 아파트에서 최근 번호판 인식 시스템으로 변경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물론 신축아파트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RF카드 시스템입니다. 인식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고, 창을 내려서 손으로 카드를 들고 찍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최근에 많은 아파트에서 번호판 인식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장/단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장점

- 번호판인식이라 인식오류가 적다.

- 출입 통제 및 기록이 쉽다.

- 인력이 상시 정/후문에 모두 배치될 필요가 없다. (정/후문 통합관리)

- 방문객 사전등록 가능(입주민의 앱을 통해서)

- 불법 외부차량 확인 용이 (경비원 모바일 디바이스로 번호판 인식)

- 주차시간 산정이 가능하여, 주차료 수입을 발생시킬 수 있음.


2. 단점

- 초기 투자비용이 적지 않다. (3천~5천 가량 예상)



이렇게 질문을 올렸더니 몇몇 회원들이 답글을 달았습니다. 물론 투자비용이 발생하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반응들이 나타났습니다. 이런 반응을 가지고 처음으로 회의 안건에서 검토안건으로 올려서 동대표들 간에 의견을 나눴습니다. 모든 안건에 부정적인 부녀회들과 일부 민원인들이 참석해서 동대표들과 함께 안건을 논의했습니다.


아래는 제가 그 안건 논의 이후에 적은 글입니다.



주차장 시스템 변경 관련 12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부녀회도 참석하시고 주차 관련 민원인도 참석하셔서 여러가지 의견을 주셨습니다. 그런데 시스템 변경시 2가지 우려가 있었습니다.


1. 후문 입차 정문 출차하는 얌체운전자 문제

지금 현재는 RF카드라서 경비실을 눌러서 열리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어느 정도의 차단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무인정산기가 설치가 되면 입차는 바로 됩니다. 상가건물을 가보셨으면 아시겠으나 입차시 방문차량으로 등록이 됩니다. 그런데 건물이라는 게 원래 회차시간을 둡니다. 10분이나 20분 안에 돌아서 나가는 것은 돈을 안 받습니다. 바로 이런 허점을 노리 얌체운전자가 생길 것을 우려하는 것입니다. 특히 퇴근시간이 우리 아파트 앞에 많이 막히는 것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특히 뚜레주르 앞이 막히기 때문에 우리 아파트를 이용하면 막히는 도로를 거치지 않고 정문 쪽으로 질러서 갈 수 있습니다.


만일 이게 소문이 난다면 많은 차량이 여기를 이용하게 되실 것이고, 입주민이 아니고 지나가는 차량이라 빠른 속도로 통과할 가능성이 높고 이럴 경우 사고의 위험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에 입주민의 정기차량이 아닌 방문차량의 경우(사전 등록을 하지 않은) 회차를 할 경우 입차한 곳과 동일한 곳으로만 나갈 수 있게 기능을 설정하는 것입니다. 즉 회차차량은 후문 입차-후문 출차, 정문 입차-정문 출차가 되게 설정하는 것입니다. 입주민이나 사전등록한 방문자는 예외입니다. 다행히도 기능상 구현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피드백을 한 업체로부터 받았습니다.


2. 사전방문 등록이 어려운 고령층과 스마트폰이 없는 세대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면 본인 세대로 방문하는 방문자를 등록할 수 있습니다. 한달에 최대 150~200시간 정도를 세대별로 부여받게 됩니다. 그 부여된 시간 안에서 자유롭게 방문자를 등록할 수 있습니다. 보통 스마트폰이나 PC에서 본인이 직접 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이걸 하시기 어려운 고령층이나 PC나 스마트폰이 없는 세대는 어떻게 하냐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대별 월패드에 그 기능을 넣는 것을 고려했는데 이는 이용자에 비해 개발비가 터무니없이 많이 들어가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업체에서 제안한 의견은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세대의 경우 종이로된 바코드 할인권을 구입해서(한달 200시간까지는 요금부과 없음) 사용하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 역시 돈이 발생하고, 관리사무소나 세대에서 해당 할인권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거나 개인적으로 파는 사람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는 있습니다. 이건 좀 더 논의를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한 번에 통과되는 안건은 없습니다. 일단 다른 의견들도 청취를 했고, 설치 후에 나타날 수 있는 단점들도 최대한 떠올려 보았습니다. 디지털 리터러시가 떨어지는 세대에 대한 문제, 주차 시스템의 구조를 알고 그냥 한 쪽으로 들어와서 다른 쪽으로 나가는 사람들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나름 의미가 있기는 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매번 경비원들이 초소에 앉아서 호출 버튼 소리에 맞춰서 문을 열어주는 것이 업무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가끔 방문객이 아니라 입주민의 차도 인식이 제대로 안 되어 문이 제대로 열리지 않을 경우도 많기에 경비원들이 해야될 일을 제대로 못하고 초소에 매어 있는 것은 제가 보기엔 인력낭비였습니다. 게다가 매일 불법주차 차량을 찾으러 다니는 것 역시도 낭비요인이었습니다.


만일 시스템을 설치한 이후에 경비원을 한 명 줄일 수 있다면 시스템에 투자하는 비용은 충분히 회수하고도 남을 금액이었습니다. 그래서 계속 이를 밀어부치기로 했습니다.


당연히 입찰을 해야 하지만, 시장에 어떤 회사가 있는지 그리고 견적은 어떻게 되는지를 알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 서칭을 통해 어떤 업체가 있는지 파악을 했고 특히 시장을 선도하는 회사들에게 제안서를 요청했습니다. 많은 업체를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리딩 업체 세 곳과 별도 미팅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필요한 절차를 밟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계획에 없던 공사를 해야 했기에, 장기수선계획조정이 필요했습니다. 원래는 정기 조정이 매 3년마다 하는데, 도중에 장기수선계획을 조정할 경우 입주민의 과반수 이상의 동의절차가 필요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이에 대해서 6명 중 1명만이 반대를 해서 통과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입주민에게 전자투표를 통해 의견을 청취했고, 다행히도 과반수 이상 동의를 얻어 이를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12월에 검토를 시작해서 1월에 장기수선계획 조정을 하자고 결정하고, 투료를 거쳐 2월 회의에서 해당 안건이 통과되고, 3월 회의에서는 입찰공고를 내는 것이 통과되었습니다.


그러면 보통 입찰공고가 되고 나서 바로 낙찰사가 정해져야 합니다만, 응찰한 회사가 하나 뿐이라서 유찰됩니다. 그래서 다시 공고합니다. 그랬더니 두 개 회사가 응찰을 해서 결국 5월 회의에서 낙찰사를 정하게 됩니다. 당연히 여러 가지 제한 조건을 다 걸어서 입찰공고를 낸 거였으니, 그 조건에 맞는 회사 중 가격이 더 낮은 곳으로 정하게 됩니다.


그런데 제가 사실 건설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물론 지원부서에 있기 때문에 이런 업체들에 대해서는 문외한이긴 합니다. 그래서 초반에 업체들을 알아볼 때 받은 견적을 회사 구매팀에 아는 직원이 있어서 견적 검토를 부탁 드렸습니다. 처음에 왔던 견적이 거의 5천만원 정도였는데, 그 분이 검토를 하고 나서 이 정도면 3천대면 충분한 정도라고 의견을 주어 이를 업체에 다시 전달해서 비용을 낮출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를 잘 몰랐다면 아마 첫 견적에서 10% 깎아주니 마니 이런 얘기를 하고 있었겠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업체가 선정되고 착공이 되고 공사가 시작되었으나 또 다른 아니 더 큰 문제가 닥쳐올 것이라고는 그 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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