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쪼의 동대표 라이프

#7. 주차시스템 변경 (하)

by 빡쪼 CHO

실제로 착공을 하게 될 때 있었던 일이 하나 더 있긴 하다. 사실 이게 원래 큰 금액의 공사인 경우는 무조건 입찰을 진행해야 한다. 어떤 업체를 안다고, 또는 어떤 업체가 최고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해준다고 해도 무조건 입찰을 해야 한다. 입찰을 하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


당연히 나도 이미 몇 개 업체의 견적을 받아서 어떤 제품이 있는지, 견적은 어느 정도 나오는지는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는 무조건 입찰을 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입찰을 공고했다. 입찰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먼저 입찰공고, 두 번째로 현장 설명회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안서 접수이다. 입찰시 최소 3개 업체는 제안을 해야 하는데,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업체 중 두 곳만 조건에 부합했다. 그래서 결국 첫 번째 입찰은 유찰되었다. 당연히 입찰을 재공고 했고, 당연히 두 번째는 입찰 제안이 성립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두 번째도 역시 기존 두 곳 외에 적합한 업체가 입찰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유찰되었다. 두 번의 유찰이 있었기에, 다시 입찰을 할 필요 없이 두 업체를 비교한 끝에 수의계약으로 진행하게 된 것이다.


이런 프로세스는 정말 중요하다. 무조건 표준 프로세스를 따르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입찰에 참가하지 않은 업체가 이를 문제 삼아 구청에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입찰조건이 까다롭다고 구청에 신고하는 경우도 많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식으로 입찰을 방해하는 업체도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은 특정 동대표를 시기하는 다른 동대표들도 있고 다른 입주민들도 있음을 항상 감안해야 한다. 그러기에 특히나 이런 프로세스는 규정이 위배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착공을 했다. 공사기간은 약 3~4일이면 충분하다고는 했으나 시운전이 필요하기에 최소 1주에서 2주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물론 해당 기간 동안에는 주차장을 오픈해둘 수 밖에 없었다. 그 사이에 불법주차는 경비원들이 추가로 단속할 수 밖에 없었다.


1. 주차규정 변경

주차 시스템 구축 공사를 앞둔 시점에 중요하게 해야 하는 일이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은 바로 주차규정 변경이었다. 원래는 주차규정은 세대당 한 대만 무료이고 그 이상부터는 대당 2만원만 부과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너무 많은 차량이 주차되고 있었으며, 외부인들의 차량을 가족차로 등록해서 2만원에 주차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1대 무료, 2대 2만원, 3대 6만원, 4대 10만원, 5대 이상은 주차가 불가한 것으로 주차규정을 변경했다.


2. 세대 월주차 시간 배정

세대별 월주차 시간은 150시간으로 배정했다. 물론 그냥 정한 것은 아니고 서울 내 다른 아파트의 주차시간을 참고로 하여 평균시간 정도로 잡았다. 이렇게 잡으니 처음에 이걸로 부족하다면서 민원이 많이 올라왔다. 그런데 그래서 이를 다시 200시간으로 해야 하나 아니면 기존 입장을 고수해야 하나 여러 논의가 있었으나 결국은 예외세대가 생기면 해당 세대만 핀셋 조치하는 것으로 하고 규정을 바꾸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이를 수정하지 않은 건 정말 잘한 알이다. 이 시간을 많이 주면 우리 아파트에 주차를 하고 싶어하는 외부인들에게 헤프게 제공해주는 입주민이 많아지게 되는 건 당연하기 때문이다.


3. 상가 세입자들과의 문제

정말 가장 큰 문제는 상가엿다. 사실 우리 아파트는 488세대 뿐인데 주차면은 거의 600면 정도 되었기 때문에 크게 주차에 어려움을 겪을 아파트는 아니었다. 그런데 상가에 왔다는 핑계로 주차를 하는 사람들 때문에 주차하는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부동산이나 다른 상가 세입자들은 자주 오는 단골의 주차를 그냥 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 이들 상가에 배정된 월주차 시간이 부족하다고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물론 상가에도 충분한 월주차 시간도 배정하고, 추가로 주차할인권도 구매가 가능하도록 해뒀지만 매번 공짜로 주차하다가 돈을 내려니 그게 싫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우리 입대의 회의에 와서 소리 지르고, 따지고 들기 시작했다. 어디서 들은 게 있는지 이를 구청에 신고하겠다는 협박까지 했다. 사실 아파트는 돈을 버는 활동을 하면 안 되기에 주차비용 징수를 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주차비 만큼 불법주차를 차단하는데 가장 적합한 방법이 없기 때문에 서울의 많은 아파트들이 주차정산기를 설치해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 문제는 처리하기에 매우 곤란했다. 그냥 상가의 월주차를 더 해줄 수도 있었다. 괜히 문제를 만들어 구청의 제재를 받는 건 피곤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사실 상가는 주차장 유지보수에 있어서 아무런 비용을 내지 않는다. 상가에 배정된 주차면 1면을 공짜로 이용하고 있을뿐이지 추가로 어떤 비용을 납부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손님들의 주차를 위해 우리를 협박하는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다.


"신고하려면 신고하세요."


이 말 밖에는 할 수 없었다. 구청에서 과태료를 받는 한이 있더라고 물러설 수 없는 일이었다. 만일 구청에서 과태료를 부과하려면 서울에 있는 주차정산기에 설치된 모든 아파트에 구청에서는 과태료를 부과해야 할 것이다. 특히 강남3구에 그런 아파트들이 많다. 만일 구청에서 끝까지 과태료를 부과하려고 한다면, 서울시에다가 민원을 넣고 그게 아니면 국회의원에게도 민원을 넣을 생각이었다. 상가 세입자 중 한 명은 아예 자기 차로 주차장 입구를 막겠다는 협박까지 했다. 그럼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깽판을 벌이는데 함께 놀아날 순 없었다.


이 문제는 주차장 공사를 시작한다는 시점부터 거의 두 달간 지속되었다. 그런데 결국 시간이 지나보니 손님들의 불편함이 크지 않았다. 본인들의 월주차시간을 손님들에게 배정하기에도 크게 부족함이 없었다. 지금은 할인권도 거의 구매해가지 않는다. 문제를 미리부터 걱정해서 대응하기보다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때 다시 고민해도 된다. 무조건 미리 대응한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물론 여전히 입주민들 중에서 다른 사람들의 주차를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외부에 사는 자식들의 주차나, 친한 지인의 주차를 가족차량을 등록해서 해주는 사람이 있다. 또한 상가마다 1개 차량만 등록이 가능한데 입주민을 어떻게 구슬렸는지 차량을 등록하는 상가도 있는 것을 알고는 있다. 그럼에도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지내고 있다. 모든 걸 끝까지 파고들어서 처리하려고 들면 오히려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어느 정도는 안고 가야할 때가 있다. 어쩌면 그게 주차시스템을 변경하면서 얻게 된 교훈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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