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0. 에필로그: 파란 장갑

배회하는 몽마의 그림자

by 어쩌다보니

※ 이 소설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재창조된 픽션입니다.



2009년 오스트리아 린츠


율리나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공장에 출근했다. 오늘은 8시 6분에 출입증을 찍었다. 에어샤워를 마치고 손소독을 하고 있는 율리나에게 얼마 전에 들어온 어린 직원이 파란 위생장갑을 건넸다.


“아, 귀찮아.”


“공장장이 저번에 직업교육 할 때 엄청 짜증 냈잖아요.”


“하마터면 욕받이 될 뻔했지. 이게 그렇게 대단한 문제야? 기준도 없는 DNA 가지고.”


“어쩌겠어요. 돈 주는 사람이 하라는 대로 해야지.”


율리나는 툴툴거리며 손소독제가 다 마를 때까지 파리처럼 손을 비빈 후 파란 위생장갑을 착용했다. 숙련된 손동작으로 면봉을 하나하나 홈에 끼워 넣는 동안에도, 온 세상에 일어난 범죄의 흑막이 실제로 자신이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하며 설레기도 했다. 홈에 끼워진 면봉은 벨트를 따라 미끄러져 작은 낱개포장용 봉지 안으로 들어간다. 열접착 실링 후 감마선 멸균을 하고 나면 낱개포장된 면봉이 네모난 플라스틱 상자에 100개씩 담긴다. 상자를 닫는 일은 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 작은 상자들은 큰 종이박스에 담겨 나무 팔레트 위에 쌓이고, 충분히 쌓이면 지게차가 실어다 창고로 옮겼다. 그 팔레트들이 유통업자들의 5톤, 8톤 트럭에 실리고 나면, 면봉은 유럽 전역으로 배송된다.


‘이번 일로 독일경찰이 비용청구를 하니, 마니, 으르렁대고 있으니 일은 좀 줄겠네. 수익도 줄겠지만 그건 내가 걱정할 일이 아니지.'


그러는 동안에도 율리나의 손은 컨베이어벨트와 박자를 맞추어 바쁘게 움직였다.